종교개혁지 탐방 가이드
종교개혁지 탐방 가이드

황희상·정설 | 세움북스 | 332쪽 | 25,000원

책을 읽고 많이 놀랐다. 너무 꼼꼼했기 때문이다. 루터와 칼뱅의 정신을 잇는 후예들이라면, 유럽을 이국적 낭만의 장소로만 보지 않을 것이다. 그곳은 천년의 어둠을 뚫고 성경의 횃불을 높이 들었던 종교개혁가들의 기억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국민일보를 통해 소개한, 다양한 종교개혁가들의 흔적을 찾아 떠났던 기록을 낱낱이 기록했다. 몇 번 찾아 읽으면서, 현지인들도 잘 알지 못하는 기념물과 공간을 찾아 사진을 찍고 상세히 설명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코로나를 탓할 일은 아니지만,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저자는 발이 닳도록 종교개혁의 공간을 디뎌 보고 싶은 이들과 함께 유럽의 구석구석을 찾아 다녔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제 그 많은 곳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찬란한 현장 사진과 함께 말이다.

종교개혁지 여행, 꼭 가야 하나?

여행은 놀러 가는 것 같고 탐방은 공부하러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탐방’이라고 했을 것이다. 당회 눈치도 봐야 하니. 탐방(探訪)은 엿보는 것이고 살짝 귀동냥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旅行)은 종교 개혁가들이 걸었던 곳, 살았던 곳을 나의 발로 직접 디뎌 보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꼭 종교개혁가들이 살았던 곳을 가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500년이 훌쩍 지난 과거의 흔적을 말이다.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드라마는 날개를 달았다. 물론 그 전에도 싸이와 BTS, 영화 <미나리>와 <기생충> 등 세계의 주목을 받은 가수와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폭발적인 인기를 너머 오래 전 어르신들이 어릴 때 즐기던 한국의 전통 게임을 온 세상 사람들이 따라하는 진풍경을 만들어 냈다.

한국의 문화에 심취한 이들은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라고 있다. 꼭 거기 가고 싶다는 것이다. 거기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다. 특히 서울과 제주도, 그리고 부산은 평생 한 번 가보고 싶은 성지가 되고 말았다.

누군가 그들에게 왜 굳이 비싼 돈을 들여 거기에 꼭 가려고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무엇이라 말할까? 종교개혁가들의 활동 무대를 꼭 가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BTS가 사는 대한민국을 평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버킷리스트로 삼고 돈을 모으고 있는 ‘아미’들이 답해줄 것이다.

종교개혁가들이 활동했던 유럽을 여행하는 것은 사치다. 그것은 아름다운 사치다. 마치 마리아가 향유를 깨뜨려 주님께 부은 것과 다르지 않다. 그들의 사역이 아름답기에, 그들의 목숨을 걸고 종교개혁을 이루었기에 우리는 감사하다.

종교개혁지를 탐방하는 것은 목숨 걸고 진리를 위해 싸웠던 그들의 마음과 정신을 오롯이 갖고 싶기 때문이다. 마치 갈렙이 자신이 가진 특권을 모든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했던 아낙 자손들이 살던 헤브론 산지를 달라고 한 것과 다르지 않다.

루터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마틴 루터의 동상. ⓒ픽사베이
이 한 권 하나로 충분?

우리가 유럽에 몇 년을 살지 않는 이상, 모든 종교개혁지를 둘러볼 수 없다. 여행에는 경비가 따르기 마련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선택한다면, 어떤 곳은 갈 수 없게 된다. 저자는 어디부터 가야 할지, 어떻게 가야 할지를 꼼꼼히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이것을 WHY, WHAT, HOW로 설정한다.

“종교개혁과 관련하여 한국 교회에 아주 중요한 장소(도시)를 약 20개 선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장소에 왜(WHY) 가는지, 무엇을(WHAT) 보고 무슨 생각을 할 것인지, 마지막을 어떻게(HOW) 접근하고 돌아보면 좋을지를 소개하려 한다(20쪽).”

저자는 이 책 하나로 모든 종교개혁지를 다 둘러볼 수도 없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중심으로 돌아보는 성지순례는 범위나 인물 면에서 종교개혁지 탐방과 비할 바가 아니다.

꼼꼼함을 너머 치밀하다. 무슨 비밀 작전이라도 펼치고 있는 느낌이다. 현장 사진은 물론이고, 식사 요금과 메뉴까지 첨언한다. 더 놀랐던 건 중간 중간에 그 도시의 간략한 역사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까지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대로 종교개혁지 탐방은 적어도 2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옳은 것 같다. 종교개혁사는 물론이거니와, 현장에 일어나 다양한 사건과 그 도시의 역사를 대략이라도 배우려면 말이다.

적금을 들자. 그리고 공부하자. 이 책을 읽고 나면 드는 생각이다. 아니면 누군가 블로그나 카페를 만들어 종교개혁 장소를 소개하며 미리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