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비아 편집부 | 비아 | 296쪽 | 16,000원

2022년 사순절은 3월 2일 수요일부터 시작합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전례 중심의 예배가 설교 중심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최적의 선택이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교회의 전통이 가진 장점을 상실하게 했고, 심지어 전통 예배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심어준 것도 사실입니다. 그 중 하나가 사순절에 대한 불필요한 경각심과 주의입니다.

아마 종교개혁사를 공부했다면 츠빙글리가 사순절 기간 동안 고기를 먹은 사건을 들었을 것입니다. 일명 ‘소시지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사순절 기간 육식을 금하는 교회의 규례를 어긴 것입니다.

소시지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츠빙글리는 종교개혁의 길로 나서게 됩니다. 엄밀하게 개혁이기 전에 논쟁이었습니다. 츠빙글리는 성경이 사순절 동안 육식을 금하라고 하지 않았으니, 그것은 성경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종교개혁은 모든 기준이 성경이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경이 금하지 않는 것을 우상으로 규정하고 파괴하는 일이 종교개혁 내내 일어났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디아포라(adiaphora)로 불려진 이 논쟁은 종교개혁 이후에도 많은 화제가 되었고, 현재도 중요한 화제 중의 하나입니다.

타락한 중세 교회에서 완전히 새로운 교회, 개혁된 교회를 만들고자 하는 열심이 그릇된 극단으로 치달았던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극단의 오류는 한국 신학교들이 교회사를 종교개혁 이후 관점으로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필자도 교회사를 좋아하고 관련 책들을 즐겨 보는 편이지만, 대부분 종교개혁 시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좀 더 확장해도 자신의 교단에 편중된 몇 권의 책과 관점으로 해석된 책을 읽게 됩니다.

하지만 초대교회 전통을 개혁교회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동방정교회와 관련된 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없습니다. 1453년 5월 29일, 이슬람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멸망당한 후 정교회가 러시아로 옮겨 가면서 이어지는 러시아 정교회사를 다룬 책은 1991년에 출간된 <러시아 정교회사>가 있을 뿐입니다. 사순절 이야기를 하려다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사순절은 중세 교회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사순절은 교회의 가장 큰 절기인 부활절을 기념하기 위해 초대교회부터 지켜온 전통입니다. 물론 성경에 나오지 않지만, 예수님은 분명 죽으심과 부활을 기념하도록 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순절 기간과 부활주일은 예수님의 명령에 대한 교회의 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순절이 완전히 정착하기까지는 3세기 정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전 초대교회는 파스카 논쟁을 통해 부활주일을 언제 지켜야 할 것인가를 논했습니다. 파스카는 유월절을 말하며, 예수님의 고난을 유월절의 사건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던 것입니다.

결국 니케아 공의회는 춘분이 지나고 보름 후 첫 일요일을 부활절로 지키기로 합의하기에 이릅니다. 부활절이 정해지면, 그날을 기점으로 앞의 40일 동안을 사순절로 지켰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순절은 타락한 중세 교회가 만들거나 인간이 자의적으로 만든 절기가 아니라, 주님의 명령에 의해 교회가 응답한 교회의 절기입니다.

십자가 구스타브 도레 예수 강도
▲구스타브 도레의 ‘십자가상 예수님과 두 강도’. ⓒcatholic-resources.org
이 책은 사순절에서 오순절까지 이어지는 기도 노트입니다. 3월 2일 ‘재의 수요일’을 기점으로 사순절이 시작되고, 4월 11일부터 16일까지 고난주간, 그리고 17일 부활주일 후 6월 5일 성경강림 주일까지 이어집니다.

비아의 뛰어난 편집 능력과 간결한 디자인은 읽는 이들에게 편안함과 친숙함을 선물합니다. 성공회 성서정과를 따라 본문을 제시하고, 묵상의 글로 인도합니다. 묵상의 글은 본문을 가장 잘 표현한 기도문과 묵상 글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사순 기간, 탐욕을 섬기던 우리의 습관을 벗고 야위고, 가난해지며, 잠잠한 가운데 당신을 알게 하소서. 평화의 왕이여, 당신의 불타는 마음으로 우리를 이끄소서.”

“교회 안에서 형제를 존중하지 않는 이는 그 사람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묵상하며 행동하고, 고난과 궁핍에 빠진 동료를 생각하지 않는 이는 바로 그 사람 안에서 멸시당하시고 계신 주님을 생각하십시오.”

“주님께서는 우리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사랑을 빚으실 수 있으며 그 사랑을 흘러넘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고난과 신앙으로 곰삭힌 언어는 현대를 살아가는 신자들을 깊은 신앙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더듬지 않으면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집중해야 하고,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혼자 읽고 묵상해도 좋고, 함께 나누어도 좋습니다. 사순절을 함께할 믿음의 동역자가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입니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