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면 하루가 벌떡 일어나 분주히 일을 서둘고
생각은 허둥대며 갈팡질팡 우리네를 거칠게 휘둘고
몸뚱이는 일에 바득바득, 내둘린 정신은 어질어질...
멍멍한 중 불안이 불쑥, 염려가 잔뜩, 불평이 한껏
발버둥에 허우적, 시달린 몸 달래며 이불 속으로...

이세홍 목사 / 칼럼니스트, 비앤비출판사 발행인
▲이세홍 목사 / 칼럼니스트, 비앤비출판사 발행인
우리들 일상이 슬프기만 합니다. 분주한 일상의 이 굴레 굴레들... 세상을 아무리 더듬어도 “왜” 우리가 이렇게도 허망한지에 대한 답이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 문제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왜 이리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만도 못한 우린지... 그리고 성경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실존을 알리십니다. 예수님이 오셔서 우리의 실존을 알리시고 십자가를 지심으로 우리의 참 실존을 보게 하셨습니다.

“그는 우리가 단지 먼지뿐임을 기억하심이로다(시 103:14)” 지음을 받은 인간이 먼지(창 2:7 / the dust of the ground)로 창조되었고 우리는 단지 먼지이기에 작은 숨소리에도 이리저리 흔들리고 바람만 불면 어디로 날려 가는지 알 길 없는 존재, 우리의 기질이 일상에 잘 반영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신비이기도 합니다. 인간, 그 안에 하나님의 형상을 담아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가장 천박함이 가장 고상함으로 지어진 것입니다.

왜 이 먼지가 생겼을까!! 하나님의 작업실은 조물로 가득했습니다. 해와 달과 바다와 산, 땅과 하늘을 그리고 온갖 바다의 고기와 동식물들, 모든 것을 지으시면서 창조의 작업장은 먼지로 자욱했습니다. 이제 창조의 일을 마치시고 먼지를 쓸어 담아 불구덩이에 던지실 즈음에 삼위일체하나님이 먼지로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을 지으시기로 작정하고 만드셨습니다. 그 먼지 속에는 창조의 모든 DNA가 다 담겨 있습니다. 해와 달과.... 동물들까지... 인간 속에 담긴 모든 DNA로 인해 하나님은 만물을 다스리는 권세를 인간에게 부여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참 지혜입니다.

그러나 우리 하나님은 거룩하십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은 거룩으로 만물을 다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에덴에 죄가 찾아왔습니다. 죄와 거룩은 어둠과 빛만큼 어울릴 수 없는 상극, 죄로 인해 거룩을 상실한 인간은 결국 먼지인생으로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지는 존재일 뿐입니다.

“그들은 죽어 먼지로 돌아가나이다(시 104:29)” 인간의 실존은 에덴에서 쫓겨난 먼지인생입니다. 그리고 먼지로 지옥의 꺼지지 않는 불에 던져질 존재입니다. 이 참혹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인간은 몸부림칩니다. 힘을 다해 애쓰고 악써 달려듭니다. 불구덩이를 피하기 위해 발악하는 인류입니다. 그러나 모든 날들은 무덤에, 모든 세기는 지옥에 던져질 뿐입니다. 인간의 실존 앞에서 실존주의 철학자는 절규합니다. 구토하는 인간, 땅의 이방인, 단독자,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린 자, 비참이 인간을 덮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 5:8)” 기독교세계관의 관점에서 인간은 오직 한가지로 규정됩니다. ‘인간은 죄인이다’. 이 하나의 명제 이외에 없습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죄인이다’. 이게 전부입니다. 그리고 죄의 삯은 사망, 지옥의 형벌에 던져질 먼지인생이 전부입니다. 여기서 기독교는 출발합니다. 이 실존 ‘죄인’, 인간은 이 실존을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땅의 실존’ 앞에 ‘하늘의 실존’이 임했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요 1:14)” 예수님의 성육신입니다. 죄 없으신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셨습니다. 먼지인생으로 지옥에 던져질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실존자로 오셨습니다. “구원자 하나님과 죄인인 인간”의 실존적 만남을 위해 예수님이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땅의 실존인 인간에게 하늘의 실존을 덧입히기 위해, 우리의 죄를 벗기고 의를 입히기 위해서 한 실존의 자리를 남기셨습니다. 모든 땅의 것이 허무하게 다 허물어지고 사라지지만 이 실존의 장소는 어제나 오늘이나 여전합니다. 땅의 유일한 실존의 자리 바로 ‘십자가’입니다. 그 실존의 자리에서 땅의 실존인 인간이 하늘의 실존인 주님의 몸을 입게 됩니다.

정리합니다. 땅에는 세 가지의 실존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이 먼지인생과 함께 다 헛되게 사라지지만 이 셋은 실존입니다. 죄인인 인간과 의인인 예수님 그리고 십자가, 죄인으로 실존하는 우리가 의인으로 실존하는 주님께 돌아서는 유일한 실존의 자리가 바로 십자가의 자리,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른 모든 것은 실존이 아닌 ‘헛되고空虛 헛되며空虛 헛되니空虛’일 뿐입니다.

이세홍 목사 / 칼럼니스트, 비앤비출판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