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 충실한 유자녀 10명에게 장학금 전달해
“부모님 아름다운 나눔 따라 사회에 희망 전할 것”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장학생과 관계자들의 모습. ⓒ운동본부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 이하 운동본부)는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운동본부 사무실에서 ‘D.F(도너패밀리)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을 진행했다.

이번 수여식에서는 장학생으로 선정된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 10명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2004년 뇌사로 세상을 떠나며 4명의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故 오철환 씨 아내 박미정 씨는 “갑작스럽게 남편과 사별한 이후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하느라 무척 힘에 부쳤다”고 고백했다.

박 씨는 “두 아이가 모두 대학생이던 2018년에는 학비를 감당하기 버거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본부에 장학제도를 마련해 달라는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최근 5년간(2016-2020년) 뇌사 장기기증인 2,465명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30-50대가 1,530명으로 약 62%에 달해,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인 자녀를 둔 많은 가장들이 뇌사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운동본부는 이에 2020년부터 D.F 장학회를 출범해 기증인의 유자녀들이 생명나눔에 대한 자긍심을 품고 경제적 제약 없이 꿈과 재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D.F 장학회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학교생활에 충실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 10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이들은 김강태 군(故 김종혁 씨의 자녀, 중학교 2학년), 김민준 군(故 김일영 씨의 자녀, 중학교 3학년), 문현식 군(故 문재준 씨의 자녀, 고등학교 1학년), 김조엘 군(故 김기호 씨의 자녀, 대학교 1학년), 김주희 양(故 김일영 씨의 자녀, 대학교 1학년), 김현진 군(故 박선화 씨의 자녀, 대학교 1학년), 홍은지 양(故 한미영 씨의 자녀, 대학교 1학년), 박현서 양(故 이향숙 씨의 자녀, 대학교 2학년), 서재원 군(故 서동열 씨의 자녀, 대학교 3학년), 안가은 양(故 안경상 씨 자녀, 대학교 3학년) 등 이다.

ROTC(학군사관 후보생)로 재학 중인 안가은 양(23)은 불과 2년 전 뇌사로 생을 달리하며 장기부전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전한 故 안경상 씨의 첫째 딸이다.

안 양은 “여전히 아버지를 떠올리면 슬픔에 잠기지만, 아버지로 인해 누군가가 새 삶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하면 큰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안 양은 “어머니께서는 같은 아픔을 지닌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와의 만남을 통해 많은 위안을 받으셨다”며 “일찍이 모녀 모두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동참했을 정도로 생명나눔에 대한 소신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2013년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故 박선화 씨와 아내의 생명나눔을 이어가고자 2014년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 하나를 기증한 김충효 씨의 아들 김현진 군(21)은 “수여식에 참석해 생명을 나누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없고,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위대한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며 “부모님처럼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간호학과에 진학하여 간호사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군과 마찬가지로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서재원 군(26)은 2012년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故 서동열 씨의 외동아들이다. 서 군은 “생전 봉사활동에 열심이시고, 마지막까지 장기기증을 통해 우리사회에 희망을 남기고 떠난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며 “저와 같은 유자녀들이 암담한 현실 앞에 좌절하지 않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번 수여식은 구산장로교회(담임 조성광 목사), 목천교회(담임 김상원 목사), 안성중앙교회(담임 송용현 목사), 한사랑교회(담임 문봉순 목사), KB국민은행 중곡동지점(지점장 구자용), 네이버 해피빈 기부자들의 후원 등이 잇따랐기에 가능했다. 특히 익명의 심장 이식인도 후원에 참여해 유자녀들의 꿈을 응원했다.

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한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자녀들이 그들의 부모만큼 우리 사회에서 훌륭한 몫을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유자녀들이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