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환자들과 LGBTQ, 부분적으로 겹쳐, ‘이중 소수자’
자폐증 남성은 다양한 성행동 부족, 여성은 부정적 성경험
어떻게 두 부류가 원인적으로 관련되는지 밝혀야 할 과제

성과학 콜로키움
▲민성길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협회
동성애, 트랜스젠더 등 LGBTQ가 자폐증과 비슷한 일종의 신경발달장애이며, 정신장애를 치료하듯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신인터밸리에서 열린 한국성과학연구협회 제3차 성과학 콜로키움에서 민성길 박사(연세대 명예교수)가 ‘LGBTQ와 자폐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민 박사는 “최근 몇몇 연구에서 자폐증(ASD) 환자들 중 LGBTQ가 많고, LGBTQ 중 ASD가 많다는 증거들이 보고되고 있다. 두 상태가 부분적으로 겹친다는 것”이라며 “자폐증 환자 등 정신장애자들은 모두 소수자이다. 따라서 자폐증을 가진 LGBTQ는 이중 소수자”라고 운을 뗐다.

민성길 박사는 “최근 정신장애 연구에서, 자폐증은 조현병(정신분열병)이나 양극성장애,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운동장애(ADHD), 투렛장애, 반사회적 성격, 치매 등과 더불어 신경발달장애라는 견해가 우세하게 등장하고 있다”며 “그런 자폐증이 LGBTQ와 원인과 증상 면에서 관련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고 전했다.

민 박사는 “ASD의 원인은 선천적 신경발달장애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발달장애 원인으로는 유전, 염색체이상, 뇌의 구조적 이상, 생화학적 이상, 뇌손상이나 감염 등과 관련되고, 출생 시 부모의 많은 나이, 과소체중 등도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며 “증상은 대부분 36개월 이전에 나타나고, 남아에서 4-5배 많이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어려서부터 ①사회적 의사소통 장애 ②일반적이지 않는 반복행동 ③좁은 관심 범위 ④비전형적 감각 감수성 등”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폐장애인들(Autistics)은 정상적 신경전형자들(neurotypicals)에 비해 동성애, 양성애, 무성애(Asexuality) 등 ‘비이성애자’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무성애자는 자폐증 진단을 받는 수가 많다”며 “무성애와 ASD는 성적 끌림과 성적지향에 있어 로맨틱한 차원이 없음, 파트너 없는 성적 욕망 등 공유 요소가 많다. 309명의 ASD 환자 조사 결과, 69.7%가 비이성애자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민성길
▲민성길 박사. ⓒ크투 DB
민성길 박사는 “ASD 환자들의 비이성애적 정체성에 대한 연구 결과, 성적 끌림이 없다기보다 욕구·기술의 부족이었다. ASD 남성 환자들은 다양한 성행동이 적었고, 여성 환자들은 부정적 성경험을 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성적 욕구를 인지하고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다 보니 성숙한 성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동성애·무성애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 박사는 “ASD 환자들 중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일반인보다(1-2%) 트랜스젠더들의(4-6%) 자폐증 비율이 더 높았다”며 “한 연구에서는 트렌스젠더들에서 불안장애와 우울증, 자살시도, 자해행동 등 정신건강문제가 많고, ASD도 많음이 확인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신경발달 관점에서, LGBTQ는 자폐증과 관련해 자신의 정신을 타인의 입장에서 보지 못하는 상태(Mind-Blindness, 마음맹(盲))나 다른 사람 마음 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의식하는 능력(the Theory of Mind, ToM)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이런 능력은 사회생활에 꼭 필요하나, 그 결핍은 ASD나 유전적 식사장애, 조현병, ADHD, 코카인 중독, 알콜성 뇌장애 등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민성길 박사는 “트랜스젠더가 신경발달장애라는 것은 마음맹이 있거나 ToM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확인된다”며 “만일 LGBTQ가 소아기의 부정적 경험이나 자폐증, 마음맹과 ToM 등과 관련이 있다면, 이는 LGBTQ도 일종의 신경발달장애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LGBTQ의 정신건강 문제는 신경발달장애이며, 정신장애를 치료하듯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민 박사는 “LGBTQ 전체를 일괄적으로 정신역동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동성애는 오래 전부터 ‘전환치료’라는 정신분석으로 치료해 왔다”며 “과거 프로이트 정신분석은 동성애가 무의식에 억압된 어린 시절 성적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성 발달이 중단(arrest)된 결과로 보고, 정신분석으로 동성애를 치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젠더불일치와 ASD를 모두 가진 이들에 대한 연구에서는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괴로워하면서도 ‘자폐증적이니까’라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경우를 발견했다”며 “자폐증은 나르시시즘과도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회피적이다. 이런 행동은 정신분석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모두 가능하다. 다시 말해 이런 치료들을 통해 LGBTQ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렇다면 LGBTQ와 ASD가 모두 정신건강이 나쁘다는 것, 즉 우울증, 불안, 및 자살시도의 위험도 크다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며 “정신장애를 치료하듯 LGBTQ를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성과학 콜로키움
▲주요 발제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협회
민성길 박사는 “LGBTQ가 정신역동장애이든 신경발달장애이든, LGBTQ 사람들을 이해하고 돕는데 정신분석적 접근뿐 아니라 인지행동치료적 접근이 도움이 된다”며 “LGBTQ는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생각(정체성)과 행동방식(성욕의 방향)의 문제이므로, 상황이 아닌 시각을 바꾸면 된다. LGBTQ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자폐증적 상태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민 박사는 “문화적으로는 현대 사회에서 자폐증적 상태가 하나의 유행처럼 되고 있어 문제다. 대중문화와 미디어는 LGBTQ처럼 예민하고 퀴어한 자폐증적 인물을 매력적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현대 사회가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옹호하는 분위기와 일치한다”며 “정신분석적으로 반항은 대체적으로 소아청소년기적이다. 소아청소년은 성숙한 성인으로 발달해야지, 그렇지 못하면 발달장애가 된다. 현대 사회는 전체적으로 청소년기 문화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연구방법에 따라 결과는 다양하지만, ASD 중 LGBTQ가 많고, LGBTQ에게 자폐증적 경향이 많은 것은 사실 같다. 이는 우연한 동반관계라기보다 원인적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며 “즉 신경발달장애(미숙)로 사회관계 미숙성과 정보가 부족해져, 이성애는 물론 일반적 성관계를 발달시키지 못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자폐증이 어떤 과정으로 LGBTQ와 원인적으로 관련되는지 자세한 기전은 앞으로 밝혀야 할 과제”라며 “자폐증이 있는 LGBTQ 사람들은 이중 소수자, 이중 피해자라는 점도 인정된다. 그들에게 관심과 적절한 맞춤 성교육 등이 요구된다. 그리고 크리스천들은 그들을 이해하고 돕는 방법을 성경에서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콜로키움에서는 이 외에도 고두현 연구팀장(한국성과학연구협회)이 ‘젠더의학인가, 성차의학인가’, 임수현 부총무(비뇨기과)가 ‘HIV 통계분석’, 송홍섭 원장(산부인과)이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공정한 경쟁인가?’, 류현모 교수(서울대)가 ‘성분화의 과학’, 허규연 교수(내분비대사내과)가 ‘선천성 부신 과형성으로 인한 성 발달 장애’ 등을 발표했다.

3부 토론에는 길원평 교수(동반연 실행위원장),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 이진수 대표(더위드뉴스), 문지호 회장(의료윤리연구회), 이승구 교수(합동신대) 등이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