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덴 설교 포럼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새에덴교회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설교학 세미나 ‘코로나 패러독스를 위한 창조적 설교 포럼’이 21일 오후 하남 미사 칼라 스튜디오에서 새에덴신학아카데미(원장 이희성 교수) 주최로 진행됐다.

이날 2부 포럼에서는 아카데미 원장 이희성 교수(총신대)를 좌장으로 조광현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설교학)가 ‘청중이 느끼는 온라인 설교와 현장 설교의 장단점’, 김대혁 교수(총신대 신대원 설교학)가 ‘본문의 파토스를 살리는, 본문이 이끄는 설교’, 김덕현 교수(칼빈대 설교학)가 ‘드라마적 설교의 역사적 이해와 현대적 사용’, 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가 ‘효과적인 설교를 위한 실제적 전략’을 각각 발표했다.

◈온라인 설교, 모든 영역에서 현장 설교 비해 부족
특히 설교자 열정과 영적 감화, 예배 환경 등 우려

조광현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예배 이후 설교의 이해와 생동감, 설교자의 열정과 전달, 설교의 영적 감화와 예배 환경, 설교 만족도와 온라인·현장 설교의 장·단점 등에 대해 몇 교회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발표했다.

조 교수는 “설교 내용 이해부터 설교자의 열정과 전달, 생동감과 영적 감화, 예배 환경과 설교 만족도까지 모든 영역에서 온라인 설교는 현장 설교에 비해 부족했다. 그 중에서도 열정과 영적 감화, 예배 환경 영역의 점수가 특히 낮았다”며 “설교의 남녀·교회별 차이는 적었으나, 온라인·현장에 대한 차이는 컸다”고 밝혔다.

새에덴 설교 포럼
▲조광현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온라인 설교의 장점으로는 방역과 편리함, 다시 듣기 등을, 단점으로는 집중하기 어려움, 공동체의 교제 부족, 현장감 또는 생동감 부족, 나태 등을 꼽았다. 현장 설교는 온라인 설교와 반대였다”며 “청중은 현장 설교와 비교해 온라인 설교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이 통계적으로 증명됐다. 온라인 설교는 환경적으로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설교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고 하나님 말씀을 듣는다는 느낌이 훨씬 덜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온라인 설교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먼저는 ‘설교자의 역량 강화’다. 그는 “온라인 설교에서는 청중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전달 매체가 존재하지만, 매체를 탓하기 전에 설교자가 자신감을 갖고 설교해야 한다. 온라인 시대 설교자는 이전보다 설교에 대한 믿음이 더 커야 한다”며 “더불어 영적으로 깨어 있는 삶이 요구된다. 감화력 있는 설교란 영적인 삶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설교 청취를 방해하는 요소 차단’, ‘청중 참여 확대 및 공동체성 강화’, ‘청중 교육 강화’ 등을 꼽았다. 그는 “지금뿐 아니라 어느 시대에도 설교 사역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하지만 각종 한계를 극복하고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딤후 4:2), 끝까지 설교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MZ 세대에도 여전히 성경 텍스트 역사할 수 있어
MZ 세대 삶 연관 있는 내용 담은 ‘집밥 같은 설교’를

김대혁 교수는 “코로나 이후 시대를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의 시대적 갱신(renewal)이 필요하므로 리뉴 노멀(renew normal)이라 불렀으면 좋겠다”며 “혼돈 속에 기준을 다시 찾고, 거기서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가 됐다. 오늘의 위기는 곧 메시지의 갱신을 통한 성경적 설교 회복과 재발견의 기회”라고 전제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영상으로 넷플릭스를 이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메시지와 이야기로 네티즌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영상 설교가 대중화되면서, 그 성패는 형식과 방식보다 콘텐츠가 좌우하게 됐다”며 “MZ 세대에도 여전히 성경 텍스트가 역사하심을 믿어야 한다. 성경 메시지에 깊이 젖어들면, 다른 것으로 물들지 않는다. 본문의 역동성을 따라가며, 복음과 마음을 연결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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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혁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하나님은 우리와 다양하게 인격적으로 소통하고 교제하시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성경을 허락하셨다. 시편은 영혼의 사색을 정서로 표현하는 그림으로 다양한 정서의 변화를, 서신서는 삶과 공동체 문제에 대한 연결로 선명한 논리와 구체적 해결 즉 이해를 통한 실천을 각각 이끈다”며 “우리 설교의 내용과 방법과 목적이 성경을 통한 하나님의 소통 방식에서 출발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김대혁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답을 오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내가 그걸 왜 해야 하죠?’라는 질문이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다”며 “성경 본문의 결을 따라가면서 ‘왜?’라는 질문을 해결해 주고, 선명하고 간결한 답을 전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복음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해야 한다. MZ 세대의 삶과 연관성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자신을 관통한 설교자는 ‘집밥 같은 설교’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본문의 역동성을 반영해, 마음을 움직이는 설교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청중의 영적 필요를 실제적 필요와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성경은 그리스도를 향하고, 교리와 윤리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청중의 마음은 그리스도를 사모하여 닮아가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설교 강단이 뱃머리처럼 이 세상을 이끈다는 확신과 소망을 가져야 한다”고 정리했다.

◈‘극화된 설교’, 이미 바울과 칼빈, 바빙크도 제기
설교자, 말씀이라는 ‘대본’에 성령 의도대로 ‘연기’

김덕현 교수는 소 목사가 하고 있는 ‘극화된(드라마적) 설교’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설교 이론에서 논리적·변증적이고 신학적 주제를 강조하게 된 것은 4세기 어거스틴에 들어서야 처음 등장했다”며 “바울은 어떻게 설교했을까? 논리적으로 한 것 같지만, 고린도 지역에서 복음을 전할 때 당시 유행하던 ‘마임’ 공연을 학습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하나님의 어릿광대>에 따르면 바울은 ‘바보 같은 연극’을 관중들이 집중하듯, 청중들이 설교에 주의를 기울이기를 유도했다. ‘팍스 로마나’의 도시 고린도에서 예수님의 말씀은 그야말로 ‘바보 같은 소리’처럼 들렸고, 바울이 스스로 어리석은 사람처럼 전달한 것”이라며 “칼빈도 설교에서 연극적 내용을 포함시키고 하나님과 악마를 주인공과 조연처럼 대비시키거나 전투장과 싸움의 이미지로 극화하기도 했다. 개혁신학을 집대성한 <개혁교의학>의 저자 헤르만 바빙크도 설교학을 강의하면서 웅변술에 대해 ‘하나의 논증인 동시에 연극적 행동’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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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현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이처럼 ‘극화된 설교’라는 드라마틱한 표현은 새로운 시대적 요청이 아닌, 이미 바울과 칼빈, 바빙크도 제기했던 신학적 유산”이라며 “설교를 극화시키는 주체는 누구인가? 바로 성령이다. 드라마틱한 설교란, 설교자가 기록된 말씀을 갖고 성령의 의도를 따라 수행된 사건이다. 설교자는 ‘성령의 페르소나’가 돼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덕현 교수는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 니로, 봉준호와 송강호 등 유명 감독들이 특정 배우와 오래 작업하면서 감독의 의도를 표현할 ‘페르소나’를 두듯, 성령께서도 선호하시는 설교자의 페르소나가 있으실 것”이라며 “우리 설교자들도 주어진 말씀이라는 ‘대본’에 따라 일종의 ‘연기’를 하는 것이다. 단 가짜로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의도대로 펼쳐지는 세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설교자의 ‘복음 상연술’을 통해, 청중은 명사적 이해를 넘어 ‘동사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거리의 벤치에 ‘칠 주의’라는 말이 기록돼 있다면(보인말, 단순발화 행위) 이는 경고를 의미하는 것(누른말, 의미수반발화 행위)이고, 결국 벤치에 앉지 말 것을 촉구하는 것(반응말, 효과수반발화 행위) 아닌가”라며 “요나서를 ‘보인말’ 수준에서 벗어나 ‘누른말’을 보기 시작하면, 자기중심적 기도를 하는 물고기 뱃속 요나가 아니라, 그 ‘불량식품’ 요나를 소화시키지 않고 금식하는 물고기가 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본문이 이끄는 설교란? 곧 본문에 충실한 설교
겸손하게 청중들에 눈높이 맞춰 자신 낮출 필요

신성욱 교수는 “현 시대인 포스트모더니즘은 실용주의와 감성주의, 상대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이에 대한 설교학적 대안은 바로 본문이 이끄는 설교(Text-driven Preaching), 즉 본문에 충실한 설교”라며 “구체적으로는 기존의 3대지 설교(3-4개 대지(point)를 통해 본문이 담은 명제가 무엇인지 연역적으로 풀어 설명하는 형태- 편집자 주)가 아닌, ‘원포인트의 드라마틱한 강해설교’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3대지 설교’를 하다 보면, 비성경적이거나 덜 성경적이 되기 쉽고 본문과 관계 없어질 가능성이 많다. 본문에 없는 3개의 포인트를 계속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3대지 설교를 들은 청중들도 복잡해서 다 기억할 수 없다. 반면 원포인트 설교는 수준높은 성경의 콘텐츠를 파노라마 형태에 담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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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욱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포스트모던 시대 청중을 1주일 내내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에서 귀납적으로 이야기를 파악하고 있다. 그러므로 설교도 연역적이 아니라, 마지막에 ‘아하’ 할 수 있도록 귀납적으로 가야 한다”며 “그리고 설교 제목에서부터 기대를 유발해야 한다. ‘정직이 밥 먹여준다’, ‘은혜도 리필이 되나요?’ 등의 제목을 보면 어떤 설교를 할지 궁금해진다. 잘 알려진 ‘이삭 번제’의 창세기 22장도 ‘이삭의 순종’ 대신 ‘하나님의 방정식’이라고 하면 어떨까? 이렇게 가끔 신선한 제목을 사용하면, 청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했다.

신성욱 교수는 “소강석 목사님은 자기를 낮춰 청중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자기동일시(identification) 기법을 잘 활용하신다. 말씀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가 겸손하게 청중들에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라며 “이찬수 목사님(분당우리교회)도 자신의 결점과 신앙적 의심 등을 설교 중 스스럼 없이 꺼내신다. 성도들은 ‘저래도 되나’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은혜를 받는다. 메시지에 능력을 덧입히려면, 우리 자신이 마음 속에 겸손함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 번 들은 예화는 희석되므로, 새로운 예화를 사용해야 한다. 계속 깊이 우물을 파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설교도 차별화되지 못하면(Distinct), 사멸될 수밖에 없다(or Extinct). 이를 위해 ‘인문 고전’이 중요하다. 인문학을 인본주의라고 경시하기보다, 설교에 필요한 진귀한 보물들을 캐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튜브 설교, 설교자 애타는 마음 느끼지 못해
설교자 하나님 갈망하는 만큼, 성령님 임재 확신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김덕현 교수는 ‘급진적 주장’이라는 한 신학생의 질문에 “강해설교와 다른 장을 고민하는 것이다. 한국 내에 많은 설교적 유산들이 있다”며 “‘예수천국 불신지옥’ 최권능 목사님의 설교 세계도 주의 깊게 다룰 필요가 있다. 조용기 목사님은 기록된 말씀(로고스)뿐 아니라 ‘레마’를 얻기 위해 데굴데굴 굴러가면서 기도하셨다고 한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에게 귀한 자산들이 많다. 오늘날 소강석 목사님의 설교 역시 전통적 기대와는 결이 다를 수도 있지만, 제가 고민하는 내용에 있어 중요한 지점이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설교 준비’에 대해 소강석 목사는 “예배가 초토화되고 20명만 현장에서 예배드릴 때 여러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어봤지만, 예배에 대한 애절함, 하나님을 목말라하고 청중을 그리워하는 설교자의 거룩한 갈망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며 “전과 같이 설교하면서 그 설교를 유튜브로 내보내는 정도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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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가운데)가 이야기하고 있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저는 공동체에 현장 예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목회자가 하나님과 성도들을 갈망하는 만큼 성령님의 임재가 차별되게 역사하시리라는 확신을 가졌다”며 “성도들에게도 설교자만큼 하나님을 사모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소 목사는 “유튜브로 하나님 말씀을 통한 임재와 눈물을 경험한 사람은, 방역지침이 완화돼 예배가 자유화되면 유튜브에 머물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작년 코로나가 약해졌을 때 현장 예배가 90% 가까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나오지 못하는 성도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교에서의 가요 사용’에 대해 묻자 그는 “요즘은 덕질의 시대, 유혹의 시대다. 코로나 시대에 형식과 전통만 찾다가 교인을 빼앗기는 것보다는, 어떤 방법으로든 교인을 지키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며 “성경 말씀을 논리적으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심장에서 심장으로(heart to heart) 전할 필요가 있다. 전쟁 영화에도 음악이 들어간다. 음악 없는 드라마를 보신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소강석 목사는 “곡조 있는 예화인가, 곡조 없는 예화인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전도 설교를 할 때는 무슨 수단을 못 사용하겠는가. 그렇게 해서라도 한 영혼을 얻는 것이 낫다”며 “다만 TV 개그 프로그램처럼 너무 세상적으로 변질될 수 있는 부분은 조심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소 목사는 “중세 시대 성 프란치스코는 청중들이 설교를 알아듣지 못하자, 장터와 광장에서 설교하면서 건전한 대중가요에 복음적 가사를 입혔다. 칼빈도 제네바에서 민요나 대중가요를 따서 시편 찬송을 만들었다”며 “텍스트가 왕이 되고 본문 속 하나님의 깊은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예외적으로 세상의 노래를 활용할 수도 있다. 저는 그렇게 교회를 부흥시켰다”고 정리했다.

또 “이 마이크가 세상적인 일을 할 때는 그냥 세상의 마이크이지만, 우리에게는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거룩한 선물로 쓰임받고 있지 않는가”라며 “좀 더 격조 있고 무오한 설교를 하면서도 하나님의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설교하는 것이 코로나 이후 모든 설교자에게 주어진 미션”이라고 덧붙였다.

앞선 1부 예배에서는 김한성 목사(성산교회) 사회로 김진하 목사(예수사랑교회)의 기도 후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극화적 설교의 장르를 열 수는 없을까(고전 4:9-10)’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