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대선 호소문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 모습.
오는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보 교계의 ‘성명서’ 발표가 계속되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는 ‘20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한 한국교회 원로들이 한국 그리스도인들과 모든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문’이 발표됐다. 기독교 원로 일동 명의로, ‘과거’ 민주화 운동 등을 했던 이들이 “과거와 결별하자”고 주장한 것.

이들은 “올해 대선은 더 좋은 사회를 향해 우리가 한 발짝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하는 기회이지, 과거로 회귀하는 자리가 될 수 없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증오와 갈등,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부정의 정치가 아니라, 타자를 배려하고 수용하는 긍정의 정치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우리는 보복과 반대, 미음과 부정의 논리, 힘으로 평화를 만들자는 선동적 구호, 오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일방적 성장주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편협한 국가주의를 넘어서 인류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지도자 △기득권 세력의 음습한 낡은 과거와 결별함으로써 더 밝고 따뜻한 미래로 우리나라를 이끌 수 있는 후보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촛불의 명령을 완성해 갈 촛불 2기 정부 등을 세우자고 호소했다.

사실상 특정 후보를 반대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달려온 것을 기초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호소문에는 강경민 목사(평통연대 상임대표), 김상근 목사(전 기장 총무, 전 KBS 이사장), 김영주 목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 연구원 원장, 전 NCCK 총무), 박경서 박사(전 WCC 아시아 국장, 전 대한민국 인권대사), 신경하 목사(전 감리회 감독회장), 안재웅 목사(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 전 CCA 총무), 유경재 목사(안동교회 원로), 이만열 박사(전 국사편찬위원장, 숙명여대 명예교수, 가나다 순) 등이 동참했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

20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한 한국교회 원로들이 한국 그리스도인들과 모든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

우리가 이미 이룬 것을 바탕으로 다같이 앞으로 나아갑시다(빌립보서 3:16)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고통 속에서도 우리 역사와 삶의 대전환에 직면한 국민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평화와 위로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지난했던 격동의 한국현대사 속에서 미력하나마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힘써 온 한국교회의 늙은이들입니다. 오늘 우리가 많은 망설임 끝에 이 자리에 선 것은 우리가 그동안 지향하고 추구해 온 “정의와 연대, 화해와 평화”의 소중한 가치들이 훼손되고, 역사가 후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절박한 우려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우리가 살아온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가혹한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일제 식민지배, 분단과 전쟁, 군사독재의 폭압과 혹독한 가난의 세월, 참으로 깊은 고난의 역사였습니다.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죽고 다쳤는지 그 아픔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밉니다.

그러나 우리 현대사는 그 아픔들을 극복해 온 아름답고 자랑스런 역사이기도 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후진국에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세계사의 흔치 않은 모범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되었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미 한류의 문화 콘텐츠는 온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고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 어디에서도 우리를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우리 국민의 땀과 눈물과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기억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룬 성과가 아무리 자랑스럽다 해도 오늘 우리 앞에는 여러 가지 문제와 도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치솟은 부동산 가격은 국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으며 특별히 젊은이들의 희망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날로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 세계 최악을 가리키는 자살률과 저출산률,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안전문제, 분단 70년을 넘기고 있지만 아직도 요원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과제, 온 인류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의 극복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입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는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많은 새로운 도전 앞에 직면해 있습니다. 5년 전, 온 국민이 함께 들었던 촛불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사회를 향한 동력으로 작동하며 우리 역사를 앞으로 밀고 가고 있습니다.

촛불 혁명 이후 대한민국은 모두가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보다 안전하고 평등하며 평화로운 사회, 온 자연의 질서 앞에서 더 겸손히 자연과 공존하며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사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내야 하는 사회대전환의 도전 앞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대선은 더 좋은 사회를 향해 우리가 한 발짝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하는 기회이지 과거로 회귀하는 자리가 될 수 없습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증오와 갈등,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부정의 정치가 아니라, 타자를 배려하고 수용하는 긍정의 정치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보복과 반대, 미음과 부정의 논리, 힘으로 평화를 만들자는 선동적 구호, 오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일방적 성장주의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하는 여러 사회적 도전과 위기의 극복은 과거의 생각과 낡은 방식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이 불투명한 미래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낡은 이념이 아니라,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세상을 보고, 새롭게 접근해야 합니다.

새로운 세상은 지금까지 통용되었던 정치적 관행과 법을 빙자한 특권적 반칙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우리는 또한 기술과 과학, 정치공학과 경제 발전만으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세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지난 세월을 통해 충분히 배우고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한 더 근본적인 가치의 모색과 급진적인 회개,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한 겸손과 배려, 용서와 사랑, 욕망의 절제와 단순한 생활을 통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대선을 통해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촛불 혁명을 완성하고, 사회적 대전환을 이끌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합니다.

누가, 어떤 정치 세력이 과거의 낡은 기득권 카르텔을 해체시킴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맑은 눈을 가져야 합니다.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사회대변혁의 책임을 감당할 능력있는 지도자를 세우는 과제가 이번 대선의 시대 정신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온갖 역경을 뚫고 여기까지 온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습니다. 그래서 호소합니다. 지금까지 달려온 우리 역사를 퇴행시켜서는 안됩니다.

후퇴는 막아야 합니다.

우리 안의 사회적 약자들을 사랑으로 품고,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세웁시다.

편협한 국가주의를 넘어서 인류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지도자를 세웁시다.

기득권 세력의 음습한 낡은 과거와 결별함으로써 더 밝고 따뜻한 미래로 우리나라를 이끌 수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세웁시다.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촛불의 명령을 완성해 갈 촛불 2기 정부를 우리가 세웁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달려온 것을 기초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