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눈부신 계절
그럼에도 눈부신 계절

후우카 김 | 토기장이 | 292쪽 | 13,500원

2017년 도서출판 100에서 나온 한나 앤더슨의 <겸손한 뿌리>를 읽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여성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섬세하고 풍부한 표현력 때문이다. 둘째, 미국 복음주의에서 영향력 있고 훌륭한 작가 한나 앤더슨이 자기 삶에서 체득한 영적 교훈을 깊이 있게 풀어나가는 독창적 내용과 겸손에 대한 통찰력 있고 깊이 있는 가르침이 인상 깊어서였다.

2022년 도서출판 토기장이에서 나온 후우카 김의 <그럼에도 눈부신 계절>을 읽을 때, 과거의 그 짜릿했던 충격이 다시금 떠올랐다.

신앙 서적 중에서 에세이, 수필, 일기로 분류되는 책을 자주 읽지 않지만, 순수문학에서나 볼 수 있는 생생한 문체와 담백한 표현력으로 독자를 깊은 감성과 교훈으로 이끄는 훌륭한 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앤더슨이 체험한 일상은 소소하지만, 후우카 김이 체험한 인생은 굴곡이 많다. 앤더슨은 밝고 희망적인 색깔이었다면, 후우카 김은 어둡고 서글픈 색깔에 가깝다.

하지만 책 제목 <그럼에도 눈부신 계절>이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은 모든 순간, 모든 곳에 우리와 함께 계신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서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C. S. 루이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고난 중에 소리치시는 하나님을 더욱 강렬하게 느낀다.

저자인 후우카 김은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고, 입시학원 언어영역 강사, 신학생, 청소년 사역자 생활을 하다 지금은 재혼한 가정의 아내와 어머니로 살고 있다. 삶의 굽이굽이마다 생긴 눈물의 웅덩이, 그리고 계속해서 지나고 있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같은 삶을 담담하게 쏟아낸다.

극심한 가난, 하나님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역의 자리, 가족 문제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그 속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하고, 환경의 기적적인 변화가 아닌 조금씩 하나님을 알아가며 그분의 마음을 닮아가는 과정을 소박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을 보여주실 때, 그 은혜와 진리의 풍성함이 깔끔하게 정리된 신학 교리로 나타난 것이 아니란 걸 종종 잊는다.

나무 숲 길 빛 눈부신 숲길 자연 신비로운 로맨틱 희망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럼에도 눈부신 계절’이길. ⓒ픽사베이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고 복음을 중심에 둔 교리, 철저하게 성경의 권위와 가르침에 굴복하는 신학을 담대하게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가르쳐야 함에는 틀림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는 과정은 삶의 사소한 일상과 찰나에 경험하는 굴곡 있는 인생의 생생한 현장에서일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눈부신 계절>에서 독자는 저자 후우카 김의 인생에 눈부신 계절이 정말 있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녀가 겪은 많은 일에 공감하며 함께 눈물 흘리고 아파하면서 빨리 모든 것이 심히 좋아 보이는 상황으로 개선되길 기대할 것이다. 해 아래 사람이 바라는 잘됨과 행복이 빨리 찾아와 평안을 누리기를.

하지만 책의 결말까지 독자가 바라는 그런 해피엔딩은 없다. ‘그럼에도’ 발견하는 눈부신 하나님의 약속과 위로가 있을 뿐이다.

부유한 삶이 허락되지 않아도 함께 하시는 하나님으로 만족하는가? 편견과 차별을 당해도 하나님의 공평하심에 감사할 수 있는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섬김과 봉사를 주님이 알아주시고 칭찬하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매스컴은 항상 문제가 많은 교회든 많은 인기와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회든, 큰 교회와 대단한 일꾼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그들이 대다수 교회와 성도를 대변한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예수님이 “적은 무리여 무서워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눅 12:32)”고 말씀하신 것처럼, 대다수 적은 무리는 저자와 그녀의 남편처럼 무서워할 만한 세파를 거스르며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고 신실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소명을 다하고 있다.

모든 순간 모든 곳에서 모든 성도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이 이 책을 통해 그들에게 약속된 하나님 나라의 기쁨과 눈부신 하나님의 영광을 기억하게 하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럼에도 눈부신 계절’이란 걸, 진정 믿고 기뻐할 수 있도록.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