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거버넌스, 어떻게 할 것인가
굿 거버넌스, 어떻게 할 것인가

제임스 갤빈 | 이은진 역 | 비아토르 | 292쪽 | 16,000원

몇 년 전부터 모 비영리단체에서 리더로 사역하는 지인과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름 사역하기 좋은 자원과 환경이 주어져 있고 모 대형교회 등에서 지원도 받고 있어, 사역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듯 보였다. 게다가 워낙 세밀하고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고 사심 없이 사역하는 지인이라 일을 잘하고 있을 듯 보였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적지않은 고충이 있는 듯하다. 모 대형교회에서 파견되어 있는 일종의 관리자가 오히려 사역하는 데 방해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듯 싶었다.

이 단체에 대한 목표와 성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짐에도 관리자라는 이름으로 불필요한 관여나 어깃장을 놓는 경우가 상당하고, 알게 모르게 모 대형교회에서 오는 불필요한 압력과 간섭도 많아 고충을 겪는 것 같아 힘들어 하는 듯 싶었다.

이러한 문제는 그곳만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비영리 단체나 교회 등에서도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이번에 읽은 <굿 거너넌스, 어떻게 할 것인가- 효과적인 비영리 이사회 경영하기(제임스 겔번, 비아토르)>는, 부제에서 나타나듯 비영리 단체의 이사회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잘 보여주는 책이다.

비영리단체들은 선하고 좋은 목적으로 결성되었다는 미명 하에 주먹구구식 운영이나 비체계적인 방식으로 사역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모금이나 목표, 조언을 위한 이사회와 일들을 책임지는 실무진이 구분 없이 섞여 있거나, 그저 자금이나 밥 한 번 잘 사주는 것이 이사회의 역할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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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에도 이사회 역할이 중요하다. ⓒ픽사베이
이 책은 비영리단체에도 이사회가 잘 세워져야 하며, 그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세세하게 잘 다루고 있다. 이사회가 무엇인지 먼저 정의한다. 이사회는 유형상 관리형, 협력형, 항해형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고, 이 세 가지 유형이 어떻게 각각 특성에 맞게 풀어갈지 잘 설명해준다.

우리가 놓치기 쉽거나 착각하거나 편견을 갖기 쉬운 부분들을 바로잡고 이사회가 갖는 역할과 그 한계를 잘 그어줌으로써, 실무진들과의 부딪힘이나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거의 다 읽을 때쯤, 이 책은 한 번에 읽을 책이 아니라 이사회나 교회의 당회 등에서 기한을 정해 챕터별로 읽고 토의하고 자기들 모임을 분석하고 평가해 적용해 바꿔 나가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위해 이 책은 말미에 토론 가이드도 담아낸다.

하지만 이 책의 좋은 장점과 필요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 책을 소화하고 받아들일 만한 단체가 얼마나 될까 의구심은 든다. 그럼에도 시도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 어차피 변화는 아픔과 갈등을 수반할 테니 말이다.

추신: 이 책은 일종의 콜라보네이션 굿즈(?)라 할 만하다. 좋은 양서를 많이 내고 있는 비아토르와 꾸준하게 비영리단체를 위한 연구와 성과물을 내고 있는 빈손채움 비영리거넌스연구소의 협력에 의해 나온 책이기에 더욱 기대할 만하다.

문양호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