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올림픽 열리지만, 감옥 속 탈북민들은
언제 북송될지 모르는 두려움 가운데 떨고 있어
중국, 탈북민들 풀어주고 자유의 땅 가도록 해야
우리나라 정부는 탈북민들 위해 무엇을 했는가?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이 11일 오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개최됐다. 발언하는 탈북자 출신의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송경호 기자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이 11일 오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개최됐다.

기자회견에 앞서 전해근 대표(전국탈북민북송반대국민연합)는 “중국 정부는 40년 전인 1982년 유엔 난민협약과 의정서에 가입했다”며 “그러나 지금도 탈북민들을 짐승처럼 끌고 가는 등, 사람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을 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해근 대표는 “지금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올림픽 정신은 페어플레이,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기는 자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고 축하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우리 탈북민들을 강제로 북송시켜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개탄했다.

전 대표는 “코로나로 잠시 주춤하지만, 코로나가 풀리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북한으로 끌려가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며 “70만 탈북민들이 중국에서 언제 붙잡힐지 모르는 가운데 있다. 한 동포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렇게 모였다”고 취지를 밝혔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후 탈북민 출신 지성호 의원(국민의힘)이 특별발언에 나섰다. 그는 “추운 날씨에도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중국 땅에서 북송 위기에 처해 있는 탈북민들을 염려해 나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저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자 북한인권활동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성호 의원은 “제가 태어난 곳, 수없이 많은 아픔을 줬던 곳이 북한이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되고자 북한인권을 알리는 일을 했고,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국회에 들어오기 전 많은 탈북민들을 구출하는 일을 했다. 안타까운 순간도 많았고, 그들 이야기를 들으며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고 말했다.

지 의원은 “중국에서 탈북 여성들이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수많은 고통들을 겪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대국(大國)이라는 중국은 그들을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지 많이 보고 지적도 했다.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중국에서 고통받는 탈북민들 강제북송의 위기에 처한 이들의 마음을 대신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중국이 탈북민 50명을 북송했다는 기사를 봤다. 지금까지 북송된 탈북민이 몇백 명, 몇천 명에 달하는지는 중국 정부만 알고 있을 것”이라며 “더 기가 찬 것은 탈북민들이 북한에 가서 어떤 환경에 처해질지 알고 있으면서 보낸다는 것이다. 직접 죽이는 것만 살인이 아니다.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 보내는 것도 살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성호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북한 땅에 끌려간 탈북민들이 어떤 처지에서 어떻게 죽어가는지 알고 계실 것”이라며 “중국에서 붙잡힌 탈북민들은 북한에 끌려가 정치범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다. 북한은 전거리교화소를 비롯한 여성 수용소를 따로 만들었고,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그곳 화장터에서 연기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지 의원은 “북한으로 끌려간 여성들은 고문과 배고픔, 인권유린 속에 죽어가고 있고, 그들을 화장하는 연기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 탈북민들도 함께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접한 대한민국 정부의 태도도 정말 마땅치 않다. 중국 당국을 향해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제가 수없이 요청했지만, 그것이 중국에 전달됐는가”라며 “지금 중국에서는 올림픽이 열리고 있지만, 중국 감옥들에는 북송 위기의 탈북민들이 언제 북송될지 모르는 두려움 가운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탈북민들을 풀어주고, 그들이 가고 싶어하는 자유의 땅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탈북민들의 눈물을 기억해야 한다”며 “나아가 언젠가 통일이 될텐데, 북한으로 송환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거나 죽어갔는지 역사의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 중국은 그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탈북민 강제북송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두 차례 강제북송당했다는 탈북여성 박애란(가명) 씨는 신변 위협으로 얼굴을 가린 채 증언에 나섰다. 그는 “고난의 행군 때 탈북한 뒤에야, 북한에서 배운 모든 것들이 거짓이고 날조됐음을 알게 됐다. 중국에서 한국과 세계를 알게 된 것”이라며 “북한에서는 엄격한 사상 교육으로 모든 것을 세뇌시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를 모르고 있었다. 고난의 행군이 없었다면 진실을 모른 채 평생 살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박애란 씨는 “다행히 국경 너머 중국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먹을 것과 자유를 찾아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압록강을 건너지만, 그들 중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거나 공안에게 발견돼 북송당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탈북민들은 점점 많아졌다. 북한은 세상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지옥의 땅이기 때문이다. 말라 죽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쌍한지 상상해 보라. 북한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 씨는 “중국은 그런 불쌍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북송시키고 있다. 이는 국제 난민법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고통 때문에 탈출한 사람들을 다시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강제북송 중단을 원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 정부와 짝지어 악행을 행하고 있다. 지금 저는 처참하게 죽은 수많은 억울한 원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절규했다.

구체적으로는 “2002년 공안에 잡혀 고문 후 북송당할 때, 탈북했다는 이유로 땅만 봐야 했다. 머리를 움직이면 둔기로 내리쳤다”며 “숨죽이며 들어간 곳은 강제북송당한 탈북민들이 가득한 온성군 감옥이었다. 앉을 곳이 없어 잠도 서서 자다, 열흘이 지나서야 앉을 수 있었다. 20일 정도 앉아만 있다 다음 감옥으로 옮겨질 때는 다리가 마비돼 걸을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옮겨진 감옥에서는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노동판에 내몰렸다. 사람들이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말라 있었고, 숨이 멎을 정도가 돼야 누울 수 있었다. 모두 시체 같았다”며 “사람들이 지옥을 체험하며 죽어나갔다. 입술 위로 벌레들이 기어다니는데 쳐낼 힘도 없었다. 도저히 걸을 수 없어 병보석으로 나왔을 때, 감시로 인해 가족까지 고통을 당했다”고 이야기했다.

박애란 씨는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 생각했기에 다시 탈북을 감행했고, 운좋게 혼자 압록강을 넘었지만 장백 지역을 헤매다 다시 공안에 붙잡혀 북송당했다”며 “중국은 지옥을 체험한 이들을 또 다시 지옥으로 밀어넣는 나라”라고 성토했다.

박 씨는 “살 길을 찾아 나온 탈북민들을 북송하지 말아달라. 그것은 살인과 같다. 아직도 공안의 눈을 피해가며 숨죽여 사는 탈북민들이 있다. 그들을 붙잡지 말아달라”며 “중국이 국제법을 잘 지켜주길 바란다. 시진핑 정부가 더 이상 탈북민 강제북송으로 인한 죄악을 범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의 처절하고 간절한 외침이 중국 정부의 양심에 새겨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정호 대표(탈북민자유연대)도 “중국 내에서 탈북민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 장기를 적출하는 사채업자에 팔려갔다 죽기를 각오하고 뛰어내려 겨우 목숨을 건진 어린 여성의 이야기도 있다”며 “9세 여아가 음란채팅에 내몰리고, 10-20대가 중국 전 지역에서 팔려다니다 죽어도 어디서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중국 사이트에는 탈북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와 음란 채팅 문의가 넘쳐난다. 인신매매 업자에게서 간신히 도망쳐도 의지할 곳 없어 다른 인신매매범에게 팔려가고 있다. 배다른 자녀가 3-4명 있는 탈북 여성들이 부지기수”라며 “당신의 자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렇듯 생죽음을 당하면서도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는가. 더 이상 최악의 인권유린국에서 노예로 살다 탈출한 이들을 다시 돌려보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유소망 대표(탈북민가종사랑)의 ‘강제북송 및 중국 내 탈북민을 위한 기도’ 후에는 ‘중국 정부는 1982년 UN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 가입을 준수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도 발표됐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이하 난민협약) 제33조는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문방지협약 3조는 ‘어떤 국가도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 송환, 또는 인도할 수 없다’는 강제송환 금지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 농 르플르망)을 명시하고 있다.

성명서에서는 “중국은 1982년 9월 24일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현재까지 탈북민에 대해 난민협약에 따른 난민지위 인정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며 “탈북민은 난민이 아닌 출입국 절차와 규정을 위반한 불법 이민자들이고, 강제송환 금지 대상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Tomas Ojea Quintana)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는 매우 심각하며 국제법에 도전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고 천명했다.

또 “2020년 1월 31일부터 현재까지 북한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했고, 이로 인해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에 탈북민들의 인권유린은 더욱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북한은 국경 봉쇄로 올해 1월 후임대사 부임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북 중국대사관이 본국으로 돌아간 상태”라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지금,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신장-위구르 소수 민족 탄압과 홍콩 인권문제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사태까지 일어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인권유린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며 “국제사회 인권운동의 급물살을 타고 탈북민에 대한 중국의 인권유린과 강제북송도 국제적 심판대에 오르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 양심 있는 언론인과 오피니언 리더, 그리고 언론기관들은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과 인권유린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 진실을 알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이러한 반인륜적 만행이 더 이상 중국 땅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관계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재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