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평 무속정치
▲기자회견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가 허원배 목사. ⓒ목정평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에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의 비선정치·무속정치·적폐정치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진보 교계는 최근 윤석열 후보를 향해 ‘무속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비슷한 내용으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달 25일과 27일 그리스도인 선언에 이어 2월 3일에는 NCCK와 YMCA 명의의 성명, 전 감독회장 신경하 목사 등 감리회 목회자 486인의 성명도 발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목정평 상임의장 최인석 목사를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전 상임의장 허원배 목사, 김성복·정태효 목사 등이 참석해 발언했다.

허원배 목사는 주술정치에 빠졌던 독일 히틀러 등을 언급하면서 “불과 몇 년 전 우리는 주술과 연루된 대통령과 국가 운영과 계획을 의존한 비선으로 인해 온 국민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결론은 촛불혁명으로 국가의 기초를 다시 만들어가야 했다”고 주장했다.

허 목사는 “국민 행복보다 주술에 의지해 판단한다면 항상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며 비과학적인 행동과 결정이 따를 것”이라며 “모든 피해는 현재를 사는 국민들과 이후 우리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이번 대선에서 한국 정치에 주술의 주자가 나와도 매몰된다는 선례를 분명히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목정평 성명서 전문.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네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인즉”(출애굽기 20:3~5)

이 땅에 정의와 평화, 생명과 사랑의 하나님나라 가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도하고 행동해 온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은 이번 20대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 대선후보를 둘러싼 ‘비선정치’ ‘무속정치’ 논란에 경악을 금치 못하여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지난 19대 대선은 비선실세들에 의해 벌어졌던 국정농단에 대해 분연히 맞섰던 촛불시민들의 민주적 열망이 결실을 맺은 선거였다. 시민들은 촛불혁명을 통해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며,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민주주의와 헌법의 기본 정신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그로인해 비선정치를 일삼으며 국민들의 안위를 내팽개쳤던 박근혜씨는 대통령직에서 탄핵되었고 국정농단의 핵심이었던 최순실씨와 그 측근들은 구속되었으며, 국민들은 다시는 비선정치세력에게 국정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쓰디쓴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20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일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책도 없는 후보 부인이 그것도 후보의 입으로 “정치를 극도로 싫어한다” 던 제1야당 대선후보의 부인이 캠프 인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왔고 언론인까지 관리해 오고 있으며, 심지어는 집권 후 계획과 보복에 대한 계획까지 상세히 가지고 있음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러한 자신감의 배경에 무속인들과 역술인들의 조언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선출과정에서 이미 윤석열 후보는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긴 것으로 공당의 선거에 주술을 이용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게다가 멘토 논란을 일으킨 무속인 ‘천공스님’, 캠프 핵심 관계자로 활동했다가 논란이 일자 배제된 무속인 ‘건진법사’, 심지어 후보 부인이 직접 관여한다는 무속인들의 ‘비선 캠프’가 존재한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후보 부인은 자신을 도사들하고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영적인 사람’ 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녀는 어쩌면 뼈 속까지 무속이 지배하는 무속인 같아 보인다.

물론 무속신앙도 신앙의 한 가지임은 분명하며 우리 국민들 중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무속을 신앙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최순실에 의해 기획되었던 대통령 취임식 ‘오방낭’ 등장 사건, 국보 1호 숭례문을 오방색 천으로 둘러싼 사건 등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무속과 정치가 결합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똑똑히 지켜보았었다. 그것의 결국은 국정농단이었고 정치의 실종이었으며 국민들 생명의 희생이었다.

더욱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이러한 일단의 사건에 대한 국민의힘의 반응과 대선후보 윤석열씨의 반응이다. 윤 후보는 ‘왕(王)’자는 토론을 잘하라고 이웃주민이 손에 써 준 것이라 해명했다. 무속인 캠프 참여 논란이 일 때는 당에서 스님이라고 소개해서 인사를 나눈 것뿐이라고 해명했고, 자신의 부인은 정치를 극도로 싫어한다고 해명했다. 그런가하면 국민의힘은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언론사를 향해 강력한 법적대응을 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후보의 해명은 금새 거짓으로 드러나는 순간 모면용이고 당의 대응은 꼬리자르기를 넘어 언론과 국민들을 향한 협박의 수준이다. 그 어디에도 진정성 있는 사과나 책임적인 조치의 약속이 없다.

20대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선거이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건설, 민족통일의 과제와 국제적 진영대립 문제, 4차산업혁명과 경제적 불평등 해소문제, 세대갈등과 소수자차별문제, 기후위기와 코로나극복의 과제 등등. 정부와 지도층이 냉철한 이성적 판단과 전 국민적 동의를 얻는 공감대 형성을 통해서만이 돌파할 수 있는 난제들로 가득한 가운데 치러지는 대선이다.

그러나 제1야당의 대선 후보 윤석열씨를 둘러싼 비선정치 무속정치의 논란은 우리의 정치 현실을 미래가 아닌 과거로 회귀시켜 버렸다. 아직 대선도 치르기 전 후보일 뿐인 신분이지만, 만약 이대로 집권하게 된다면 무속인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은 단지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수십 년 후퇴시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한다. 더욱이 그 어떤 사과조차 거부하고 순간모면 꼬리자르기 협박 등으로 대응하는 모습에서는 과거 군사정권 시기를 다시 맞이할 수 있다는 끔찍한 생각도 들게 한다.

성경은 우상숭배를 가장 나쁜 죄악으로 엄격하게 금한다. 또한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마태복음 7:6) 라고 가르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대선후보 윤석열씨는 국민들 앞에 명확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비극적 탄핵으로 막을 내린 이전 정권의 길을 답습하여 비선정치 무속정치의 길, 억압과 폭압정치의 길로 갈 것인지 촛불혁명이 요청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의 길 공존 공생의 길을 갈 것인지.

이것을 단지 특정한 종교적 신념을 가진 목회자들의 목소리일 뿐이라고 흘려 듣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국정농단 세력들이 농락할 수 있는 개 돼지들이 아니다. 어설픈 해명이나 사과 정도로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20대 대선 앞에서 제1야당과 윤석열 후보는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하게 할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

- 우리는 비선정치, 무속정치를 반대한다!
- 우리는 폭압과 특혜를 일삼는 검찰공화국의 도래를 반대한다!
- 거짓 해명으로 국민들을 우롱한 윤석열 후보는 사과하라!
- 국민의힘은 비선정치 무속정치 적폐정치 재발 방지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