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연구원
▲20년간 한국교회 싱크탱크 역할을 자처해 온 한국교회연구원이 설립 20주년 기념포럼을 7일 오전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개최했다. 이효상 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기독교인들은 정치 참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제22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20년간 한국교회 싱크탱크 역할을 자처해 온 한국교회연구원(원장 이효상)이 7일 오전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독교유권자 정치참여 어떻게? 투표참여 어떻게?’를 주제로 설립 20주년 기념포럼을 개최했다.

1부 기념예배에서는 이 원장의 사회로 이정봉 이사장(근대문화진흥원)의 기도, 조은령 단장(다산오케스트라)의 특송에 이어 최식 목사(다산중앙교회)가 ‘부흥하게 하옵소서’를 주제로 설교했다. 최 목사는 “한국교회연구원이 힘들고 지친 한국교회에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고, 공의가 세워지고, 교회다운 교회, 성도다운 성도가 세워지는 부흥의 주역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감사인사를 전한 이효상 원장은 “2002년 2월 한국교회건강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뒤, 목회자들의 역량 강화, 평신도 지도자 양성, 불신자 영혼구원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한국교회를 섬겨 왔다”며 “연구원을 통해 많은 이들이 지도자로 성장했다. 한국교회가 건강해야 한국사회가 건강해진다는 신념으로 다음 20년을 섬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명숙 시인의 축시, 정연철 이사장의 환영사, 윤보환 대표회장(인천기독교총연합회)과 이혜훈 대표(한국여성의정)의 축사 및 격려사, 박종구 목사(월간목회 발행인)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2부 기념포럼에서는 이 원장의 사회로 조일래 이사장(한국사회발전연구원)의 모두발언, 이장형 교수(백석대)의 발제, 심만섭 사무총장(한국교회언론회)과 신광수 사무총장(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의 논평, 조성제 장로의 마무리 기도가 있었다.

조일래 이사장 “하나님 뜻 따라 통치하는 후보 분별해야”

‘기독교유권자, 정치참여와 투표참여를 논하며’를 주제로 발제한 조일래 이사장은 “정치 참여든 투표 참여든, 기독유권자들이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인간의 생사화복과 나라의 흥망성쇠를 주관하시는 분이 오직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이라며 “하나님께서는 직접 복을 내리기도 하시지만, 때로는 대통령이나 지도자들을 통하여 권선징악을 행하기도 하신다”고 했다.

그는 “기독유권자들의 선거참여가 중요하다. 한 표의 차이로 국가의 미래가 새롭게 바뀔 수도 있고 반대로 뒤처질 수도 있다”며 “뽑아야 할 후보와 뽑지 말아야 할 후보를 잘 구분해야 한다. 말 잘하는 아나운서나 목소리 큰 사람 뽑는 선거가 아니다. 맞지도 않는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최종선택은 시민들 유권자의 몫”이라고 했다.

이어 “유권자들의 투표혁명은 과연 가능할까.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고 삼키기도 한다. 국민도 마찬가지”라며 “국민이 주인이라고 믿는다면, 주인 노릇 똑바로 해야 한다. 잘했으면 칭찬하고, 잘못했으면 준엄하게 꾸중해야 한다. 투표는 실로 무섭고 두려운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회연구원
▲한국교회연구원 20주년 기념포럼에 참석한 주요 순서자 및 내빈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조 이사장은 “기독유권자 리더들이 중심을 잡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들을 판단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며 “신앙의 자유를 거부하는 ‘예배중단’이나 ‘교회폐쇄’에 동조하는 후보는 어렵지 않을까. 비혼 저출산 시대에 낙태를 합법화하는 등 생명존중이 없거나, 동성애 옹호나 조장에 호응하는 등 차별금지법의 독소조항을 용인하는 것도 용납하기 힘들어 보인다. 해당 후보의 정책과 가치관을 검증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없는 교회, 교회 없는 국가란 상상할 수 없다. 교회와 사회 참여도 교회와 국가 간의 창조적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당한 절차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종교계가 훌륭한 인물이 선출되길 바라는 기도, 기독교적 세계관과 관점으로 정치 보기,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설교, 또 하나님보다 정치인이 우상이 되지 않도록 마음 지키기, 가짜뉴스 생산하거나 유포하는 행위 자제,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과 후보자나 당선인의 공약 실천 유무 파악하기 등은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독유권자들은 누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통치하며 국민과 나라를 평안하고 부강하게 할 자인지, 누가 이 당에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를 실행할 자인지를 후보자들의 지난 삶과 언행들을 통하여 분별하고, 또 성경과 기도 속에서 간절하고도 겸손한 마음으로 찾아서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장형 교수 “기독교인의 정치적 책임, 중요한 신앙 덕목”

‘신앙인의 선거(투표) 참여 중요성과 기독교 윤리적 의미’를 주제로 발제한 이장형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정치 참여에 대해서 소극적이거나 오해하는 경우를 지적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첫째로 정치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한국 기독교 전통 속에서도 선교 초기부터 정교분리 원칙을 강조했고 전반적으로 준수하고 있지만, 정교분리가 기독교인의 정치적 책임에 대한 열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인의 정치적 책임은 중요한 신앙인의 덕목”이라고 했다.

미국의 사례로 1980년 침례교 목사 제리 폴웰이 ‘도덕적 다수’(MoralMajority) 운동으로 레이건을 도우며 복음주의자들이 대거 정치참여에 관여한 것을 거론하며, “정치 참여의 방식과 정도는 개인과 교단의 전통과 가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과 가치관, 세계관을 정치를 통해서 실현할 책임이 신앙인들에게 있음은 항상 강조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둘째로 “기독교 공동체는 피선거권을 가진, 좋은 후보를 키우는 일에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교계 안에서 정치할 것이 아니라 지방의회, 국회 등 선거(투표)를 통해 진출하는 대의직에 많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마을공동체, 입주자대표회의 등의 봉사직에도 적극 참여해 시민사회를 보다 성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투표 이후에도 기독시민들의 정치적 관심은 지속되어야 한다”며 “한국의 선거제도나 정치문화는 승자독식이고 국회는 다수당 의원들이 과반수를 점하고 있기에, 선거 후 심각하게 일방적인 정치 행위가 일어나거나 갈등과 대립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내가 뽑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건설적인 지지와 비판을 보냄으로써, 한국 사회의 정치적 선진화를 이루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