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사도행전 기록에는 구체적 언급 없어
예루살렘에서 욥바 거쳐 비아 마리스 도로
따라 골란고원 통해 다메섹 갔으리라 추측
당시 ‘왕의 대로’, 도로 사정 불편했기 때문

오병이어 기념교회 비아 마리스 복원 갈릴리
▲갈릴리 호수에 면한 오병이어 기념교회. ‘일곱 샘물교회’라고도 부르는 이 교회는 서기 350년경 ‘비아 마리스’ 도로 옆에 길 방향으로 평행하게 세워졌다. 사진은 1980년 초에 현대식으로 복원된 모습이다.

사도 바울이 제3차 전도여행 중 잠시 들린 돌레마이(아코)에서 동쪽으로 약 40km(직선거리)를 가면, 갈릴리 호수가 나온다.

사도행전 9장, 22장, 26장에는 사울(바울)이 예수를 영접하기 전에 예루살렘에서 예수 믿는 많은 성도를 옥에 가두거나 죽이는 일에 동참하며 성도를 핍박한 내용이 실려 있다.

또한 이들 장(章)에는 바울이 예루살렘에 있는 대제사장들로부터 그들의 권세와 위임을 받아서 다메섹(오늘날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의 여러 회당에 가는 공문을 가지고 다메섹으로 가는 내용이 나온다.

바울이 다메섹에 가는 이유는 그곳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예수 믿는 성도를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잡아 오려는 것이었다(사도행전 9장 2절).

돌레마이 사펫 삼림
▲돌레마이에서 사펫으로 가는 길. 이스라엘 남부 지역이 사막과 광야임에 비해, 이 지역은 삼림이 울창하다.
성경에는 바울이 예루살렘을 떠나 어느 경로로 다메섹으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당시 예루살렘에서 다메섹으로 가는 길은 ‘비아 마리스(Via Maris)’ 도로를 통해 가거나 또는 요단강을 건너가, 오늘날의 요르단 지역을 통과하였던 ‘왕의 대로(King's Highway)’를 따라서 갈 수 있었다.

비아 마리스는 청동기 시대(기원전 3,000-1,200년)에 만들어진 도로로서, 구약성경 이사야 9장 1절에는 ‘해변길’이라고 나온다.

이 도로는 이집트의 카이로 인근에서 시작하여 지중해 해안을 따라서 오늘날 이스라엘의 욥바, 하이파(돌레마이 남쪽), 갈릴리 호수의 서안인 티베랴와 가버나움, 골란 고원을 통해 다메섹에 이른 후 터키, 이라크와 이란까지 연결된 고대의 교역 도로이다. 로마인들은 이 도로에 ‘바다 옆의 도로’라는 뜻을 가진 비아마리스라고 이름 붙였다.

필자의 생각으로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서해안(욥바)으로 가서 비아 마리스 도로를 따라서 골란 고원을 통해 다메섹에 갔을 것으로 추측한다. 왜냐하면 왕의 대로(大路)를 이용하려면 예루살렘에서 요단강을 건넌 후에 왕의 대로까지 가야 하는데, 당시 요르단 구간을 지나는 왕의 대로는 비아 마리스보다 도로 사정이 불편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바울이 왕의 대로를 이용하였다면 다메섹에 가기 위해 골란 고원의 동부 지역을 거쳐서 가야하였다. 시리아 정교회에서는 바울이 장님 된 곳이 골란 고원과 다메섹 사이에 있는 ‘코캅(Kawkab) 언덕’이라고 한다.

오병이어 기념교회 비아 마리스
▲오병이어 기념교회의 주차장. ‘비아 마리스’ 도로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대형 선인장 옆에 선 필자는 해외여행 시 주로 군화를 애용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필자는 바울이 예루살렘에서 다메섹에 갈 때 비아 마리스를 통해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돌레마이와 갈릴리 호수 사이에는 사펫(Safed 또는 Zefad, Tzfat)이라는 고도(古都)가 있다. 이 도시는 바울과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필자는 바울의 다메섹 여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 도시를 소개하고 싶다.

그 이유는 오늘날 이스라엘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스라엘의 유대교 4대 성도(聖都, Holy City)에 예루살렘, 헤브론, 티베랴와 함께 이 도시가 들어가며, 수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방문하지만 이 도시를 가 보았다는 사람들을 아직 만나지 못하였고,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많은 이스라엘 안내책과 성지순례 여행 책자에서조차 이 도시를 언급한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혹시 필자가 놓쳤을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 성지순례 여행을 수십 회 다녀온 성지 여행 가이드에게 사펫을 가보았느냐고 몇 년 전에 물어보니, 그곳이 어디냐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므로 일반 성지순례 여행자들이 사펫을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오병이어 기념교회 비아 마리스
▲오병이어 기념교회가 있는 타브가(Tabgha) 들판에서 갈릴리 호수를 끼고 골란고원으로 연결된 도로. 고대 비아 마리스 도로가 이 부근을 달렸다고 추정된다. 사진 아래가 타브가 방향이다.
예루살렘은 예수님이 어릴 때 방문하시고, 십자가가 못박혀 돌아가셨고, 티베랴가 있는 갈릴리 호수 인근에서는 예수님이 많은 무리를 가르치시고 오병이어(五餠二魚) 기적 등 여러 기적을 보여주신 곳이다. 그리고 헤브론은 아브라함, 사라, 이삭 등 유대교인과 기독교인이 믿음의 조상으로 여기는 선조들이 묻혀있는 곳이다.

여기에 비해 사펫은 예수님 또는 유대인의 믿음의 조상들과는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자연히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의 관심 밖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기독교보다는 유대교와 관련된 도시이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스라엘 정부가 유대교의 4대 거룩한 도시 가운데 하나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곳이므로, 바울과는 관련이 없지만 참고로 지면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하려고 한다.

다음 회에 나올 사펫 소개에 이어서, 사도 바울이 다메섹을 향하여 가는 여정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권주혁
▲권주혁 박사.
권주혁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