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하나만 데리고 잃어버린 휘장을 찾아
북쪽으로 모험을 떠나는 마쿠스의 이야기
목숨 살려준 마쿠스에 끝까지 충성한 노예
우리 살리려 십자가 달리신 주님께 우리는

더 이글
▲영화 ‘더 이글’ 포스터.
‘더 이글(The Eagle)’은 2011년에 미국과 영국에서 제작된 액션 영화이다. 영화는 로마군 제9군단이 전투 중에 군단장을 비롯하여 5,000여 명의 군사들이 전멸하고 로마군의 상징인 독수리 휘장조차 잃어버린 배경에서 시작된다.

전 세계를 군사력으로 정복해 나간 로마였기에 패전은 물론이요, 군단의 상징인 휘장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로마인들은 그 수치심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휘장이 없으면 군사를 충원하여 제9군단을 재건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어렸던 군단장의 아들 마쿠스 플레비우스 아쿨라가 청년이 되어 지휘관이 되자 첫 번째 임지로 브리튼에 주둔한 전방부대 근무를 자원한다.

하지만 곧 치열한 전투 중에 심한 부상을 당하여 명예 제대를 하게 만다. 치료와 요양 중에 있던 마쿠스는 어느 날 검투사와 노예의 싸움 장면을 관람하는데, 이 싸움에서 노예가 칼을 던지고 싸움을 포기하자 검투사가 노예를 살해하려 한다.

군중들은 피에 굶주린 듯 엄지를 아래로 내리꽂으며 노예를 죽이라고 외치지만, 마쿠스만은 의미 없는 살해 행위를 멈추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노예를 살리라고 소리친다. 결국 군중들도 마쿠스를 따라 엄지를 치켜세움으로 그 노예 에스카를 살리게 되었다.

마쿠스의 삼촌은 에스카를 사 와서 마쿠스의 노예로 주었는데, 마쿠스는 이 노예 하나만 데리고 사라진 휘장을 찾아 북쪽으로 모험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쿠스 덕분에 목숨을 건진 에스카는 하드리아누스 방벽 북쪽 깊숙한 지역까지 마쿠스를 안내하며 충성스럽게 마쿠스를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에스카는 자기 부족을 배신하면서까지 마쿠스를 도와 무사히 독수리 휘장을 찾아 로마로 가져오게 되었다.

목숨을 건 전투와 탈출 과정에서 에스카와 생명을 함께 한 마쿠스는 에스카에게 자유를 선언하고 결국 둘은 절실한 친구가 된다.

이렇게까지 마쿠스에게 끝까지 충성을 다한 에스카가 마쿠스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마쿠스가 자기에게 노예는 필요하지 않다며, 에스카가 도망쳤다면 삼촌도 막지 않았을텐데, 왜 도망치지 않았느냐고 한다.

그러자 에스카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당신에게 생명을 빚졌습니다. 당신이 나를 살렸으니, 이제 나는 당신에게 충성해야만 합니다.”

스스로 내뱉은 말처럼 에스카는 자기 목숨을 살려준 마쿠스에게 모든 것을 바쳐 끝까지 충성을 다하였다. 당신이 나를 살렸다고 말하는 에스카를 향해 마쿠스는 별 뜻 없는 행동이었노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그런 말이 에스카의 충성 맹세와 이후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당신이 나를 살렸으니 이제 나는 당신에게 충성해야만 한다고 하는 에스카의 말은, 그리스도에게 생명을 빚지고 그리스도의 사랑의 종이 된 신자에게 합당한 마음 자세가 무엇인지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다.

마쿠스가 에스카를 살린 사건과는 달리,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별 뜻 없이 간단히 엄지손가락 한 번 치켜세움으로 나를 살려주신 것이 아니시다.

내가 죄의 노예가 된 것도, 평화롭게 살다가 적에게 침략을 당하여 포로로 잡혀 온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거역한 아담처럼 적극적으로 하나님을 거역하고 대적하여 사탄에게 충성하고 있다.

이런 나를 위한 삼위 하나님의 구원 작전은 치밀하고도 철저하셨다. 성부께서 구원을 계획하시고 성령께서 수없이 반복하여 그 계획을 계시하셨고, 결국 성자께서 친히 자신을 던져 고난의 세상에 오신 후 죽기까지 복종하심으로 그 계획을 이루셨다.

결정적으로 성령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을 영접할 수 있는 은혜를 주셨다.

삼위 하나님께서 무한하신 사랑과 치밀하고도 적극적인 구원 행동으로 이루어 놓으신 그 은혜를 힘입어, 영원한 사망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옮겨진 나는 노예 에스카의 충성과 비교해 볼 때 얼마나 배신을 반복하고 있는지 한없는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잊을 수 없는 그의 한 마디는 나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평생 고백하며 살아야 하는 명대사이다.

“당신이 나를 살렸으니, 나는 당신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 주님께서 나를 살리셨네 십자가의 피로 구원하셨네
오 주님께서 나를 살리셨네 전에 알지 못했던 기쁨일세
이제 나는 주님만을 의지하리라 진정 놓지 않으리
오 주님께서 나를 살리셨네 전에 알지 못했던 기쁨일세.

최광희 목사
행복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