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과 걸침, 위험과 위협’ 등 단어 대비한 단문
설교 글쓰기 코칭 3년째, 성도들 “설교가 들려요”
교회 생활, 중독처럼 하지 말고 행복하게 했으면

석근대
▲석근대 목사는 책에서 “아무나 ‘수재’가 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수제’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의 물물교환이 일어날 것이다. 가던 길,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생각 장난’에 입학하면, ‘글 장날’이 되어 장바구니에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상품이 아니라 나만의 수제품을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일상에서 신앙 찾아가기>는 대구 동서교회 석근대 목사가 일상에서 보고 쓰는 낯익은 단어들을 낯설게 대비시킨 재료들로 만든 ‘수제 묵상집’이다. 우연찮게 떠난 글쓰기 여행 이후 꾸준히 쓰고 찍은 글과 사진에 묵상을 가미해,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단문 형태로 담아냈다.

‘못(Nail)과 연못(Pond), 조각과 시각, 지붕과 지하, 깔기와 깎기, 용접과 영접, 조명과 누명’ 등 언뜻 보기에는 반대되거나 연결되지 않는 단어들을 꿰어낸 ‘글 바느질과 마음 뜨개질’ 솜씨가 신선하다. 다음은 석근대 목사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

일상에서 신앙 찾아가기
석근대 | 글과길 | 220쪽 | 13,000원

-비슷한 단어를 대비하며 묵상을 펼쳐가는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책을 쓰게 되셨나요.

“재작년 11월, 아트설교연구원의 ‘책쓰기 여행’에 참여한 것이 계기입니다. 여행에서는 책쓰기 요령을 배우는 줄 알았는데, 책을 직접 쓰기 시작하라고 하셨습니다(웃음).

물론 그 전부터 여러 기관이나 블로그 등에 틈틈이 글을 써서 반응도 조금씩 있었습니다. 길게 쓰는데는 익숙하지 않아, 짤막짤막하게 쓰는 걸 즐겨왔습니다. 일상 속 사물들에 의미를 부여한 이야기를 주로 썼습니다.

책에서는 ‘걸림과 걸침, 위험과 위협, 벽돌과 충돌, 호스와 호수, 북과 book’ 등 겹치는 글자가 있는 두 단어를 대비하며 글을 썼는데, 김도인 목사님을 만나 훈련을 받으면서 발전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단어를 한 글자씩 대비시키면서 써 보고 있습니다. 의미를 찾고 사전에서 발췌도 하면서, 나름대로 생각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었습니다.”

-책쓰기 여행에서는 무엇을 배우셨나요. 설교 글쓰기 코칭도 받으셨지요.

“4박 5일간 제주도에서 여행하면서 책 쓰기의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 쓰려고 할 때, ‘글 바느질과 마음 뜨개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독자층은 30-40대를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온 것들도 토대 삼아 ‘길거리, 꽃, 사람, 생활용품, 소품, 식물, 여행, 음식, 일상, 자연’ 등 10가지 꼭지를 작성하고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깨우침은 도전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민을 깊이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몰입하고 집중하다 보니, 책임감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한두 꼭지씩 써서 보여드리면, 코치해 주셨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목사님의 노하우를 통해 길이 차츰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설교 글쓰기 코칭은 3년째인데, 교인들은 3년간의 변화로 ‘설교가 들린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는 타 교회 교인들도 ‘설교가 기억에 남고 들린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를 위해 독서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이 ‘책 사는 걸 아까워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한 문장이라도 내 마음에 감동에 남으면, 남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일상에서 신앙 찾아가기
-안 들리던 설교가 들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목부터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단어들을 대비시켜 이야기하니, 구분이 선명해지고 마음에 남는 것 같습니다. 전에는 설교 제목으로 성경 본문만 고집했거든요.

저희 교회 성도들은 책을 보고, ‘한 번 더 읽어야겠다’는 소감을 주셨습니다. 생각하게 하는 글이라고요. 노회 목사님들도 책에 설교 예화거리가 있다고들 하십니다. 동료 목사님들에게 평상시 ‘말을 재미있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책도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도 일상에서 육신을 통해 경험한 것들을 비유로 풀어내셨습니다. 저도 생활 속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성경과 접목시키면서 설교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에는 성경 본문만 놓고 국어사전 해석하듯 단어 뜻 풀이하듯 설교했는데, 지금은 일상에서 맞물리는 설교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내도 글을 보내주면 ‘잘 썼다, 달라졌다’고 해줍니다. 설교가 작년과 올해가 또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청년이 된 아들도 같은 반응인 걸 보면, 글쓰기 훈련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설교도 ‘재탕, 곰탕, 설렁탕’처럼 하기보다, 계속 새로워져야지요. 옛날 했던 설교는 책꽂이에 묻어두고, 시대에 맞게 말씀을 풀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쓰고 난 소감이 어떻게 되시나요.

“또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적 부담이 있지만, 나이가 들어도 계속 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일상에서 OO 찾아가기’ 시리즈를 내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사소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사람과 사물을 통해 길지 않고 짧은 단문 형태의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일상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니, 마음에 행복이 생깁니다. 모든 것이 그냥 보이지 않습니다. 카메라 작가가 보이는 모든 것을 작품처럼 바라보듯,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를 생각하면서 보게 됩니다.

최근 결혼 주례를 했는데, 제가 주례하는 줄 몰랐던 성도님들이 주례사 제목을 보더니 ‘목사님 스타일’이라고 해서 흐뭇했습니다. 제목이 ‘결혼은 보온병이다’였습니다.

보통 결혼예식에서 설교하는 창세기 2장 24절을 본문으로, ‘보온병이 두겹이지만 하나의 역할을 하듯, 남녀가 다른 배경과 사고를 갖고 살다 결혼이라는 보온병 속에서 하나 되었으니 따뜻하게 품어주고 보호해 주고 관리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성경 본문을 보고 떠오른 이미지였습니다.

이런 부분도 글쓰기 공부의 결과입니다. 전에는 당연한듯 성경 본문을 제목으로 잡았지만, 글쓰기 공부를 하고 책을 내면서 ‘하나님 말씀을 이렇게도 전하고 퍼트릴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생각이 듭니다.”

-시대와 소통하는 목회자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에 실린 사진들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중독의 지름길로만 여기기보다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도구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스마트폰은 이미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생활의 중심인데, 나쁜 쪽으로만 몰아가선 곤란할 것입니다.

활용만 잘 하면 스마트폰으로 또 다른 세계를 볼 수 있고, 또 다른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보통은 시간만 때우기 쉬운데, 잘 활용해야 합니다. ‘시력으로 실력을 키우는’ 사람이 되어야지요. 그런 전환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석근대
▲석근대 목사는 책에서 “낙서는 남을 의식하지 않아 자유와 평화를 주지만, 각서는 남을 의식해 속박과 불안감을 가져다 준다”고 썼다. ⓒ이대웅 기자
제가 있는 대구 지역에서 목회자들과 글쓰기 훈련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지만, 학생 또는 주부들과 조용한 곳에서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발표도 하는 모임을 갖고 싶습니다. 그 분들과 글 모음집을 내는 것도 좋겠지요. 이는 청소년과 부모 등 가족들이 서로 화목해지는 사다리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장차 은퇴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교회에서도 글쓰기 모임을 하고 싶지만, 요즘 교회에서 모임을 하지 못하게 하니까요. 그리고 글쓰기라는 건 어느 정도 수준이 되기 전까지는 ‘대면 수업’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유비, 대비 훈련 등이 필요합니다. 눈과 눈이 마주쳐야, 눈사람이 되지 않겠습니까.”

-은퇴가 10년 남으셨네요. 소망이 있으시다면.

“현장 목회자로서, 교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 생활을 중독처럼 하는 분들이 일부 계십니다. 바위 밑에 눌린 식물처럼 노랗게 깔리고 허리가 굽어 나오지도 못하는 삶의 현장을 봅니다.

글쓰기나 사진 촬영 모임과 훈련을 통해 교회가 행복함을 느끼고, 나비처럼 춤추고 싶고 함께 사는 것 자체가 종교생활이 아니라 종 치고 울림 있는 신앙생활, ‘종지기가 아니라 종소리가 되도록’ 하는 일에 남은 기간 주력하고 싶습니다. 교회 안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공부를 통해 지역사회로 조금씩 영역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요즘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일반 서적 중 <따뜻한 카리스마>라는 책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다양한 CEO들을 만나면서 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리더 역할을 하는 후배들을 만나면 읽어보라고 합니다.

헌책방에서 얼마 전 같은 저자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가? 천재가 되기를 원하느냐? 천재는 해야 할 것을 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