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두레마을 둘레길
▲동두천 두레마을 둘레길.
“박사들이 왕의 말을 듣고 갈새 동방에서 보던 그 별이 문득 앞서 인도하여 가다가 아기 있는 곳 위에 머물러 서 있는지라 그들이 별을 보고 매우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더라(마 2:9-10)”.

1. 그 별을 보고 떠나온 지 벌써 몇 달이 되었습니다.

마치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처럼 천체가 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더니, 전에 없던 한 작은 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까지 제 자리를 따라 움직여오던 별자리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그 별을 중심으로 새로이 배열해 있는 것이었습니다.

기이한 빛을 발하며 매일 조금씩 서쪽을 향해 이동해가는 그 별의 위치를 확인할 때마다 오래 전부터 우리 가운데 전설처럼 전해졌던 히브리 사람들의 옛 이야기 외에는 달리 그 별을 설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저 옛날 그들의 위대한 왕의 후손으로 임하는, 히브리인들이 그토록 고대해온 메시야의 별이라는 것.

별을 따라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밤에만 움직여야 하니 낮과 밤이 바뀐 날들을 보내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사막의 따가운 먼지 바람을 온몸으로 견뎌야 할 때도 있었고, 여기저기 들려오는 자칼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몇 번이고 등골이 오싹해질 때도 있습니다.

인적이 드문 밤길을 터벅터벅 걸을 때면 솔직히 이게 맞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동행하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 별, 살아있는 듯한 그 별이 없었다면 나서지도 않았고, 또 진작 돌아섰을 길이었겠습니다.

그런데 그 별이 비췰 때면 신기하게도 속에서 새로운 힘이 생겨났습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고요함과 평온함이 이내 그들 마음에 가득 차오르고, 쇠붙이가 자석에 이끌리듯 다시 발걸음이 서쪽을 향해 재우치게 되었습니다.

별의 인도를 따라 도착한 곳은 과연 히브리인들의 어머니 도시 예루살렘이었습니다. 오랜 여정의 피로감과 마침내 목적지에 이르렀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토록 기이한 방식으로 이 땅에 임한 메시야에 대한 기대감으로 날이 밝기가 무섭게 예루살렘 성내로 들어가 그 왕을 찾아 나섰습니다.

갑작스런 이국인 무리의 출현도 놀랄 일인데, 워낙에 호들갑을 떨었던지 그들에 대한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고 이윽고 왕궁에서도 그들을 데리러 나왔습니다. 역시나 그토록 고대해 온 위대한 제왕을 맞이할 준비 중이었는지, 왕도 여러 지혜자들을 대동하여 그들의 방문에 대단한 관심을 나타내며 환대해주었습니다.

별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묻더니만 그들의 여정을 축복하며 자신도 마땅히 새 왕을 알현하고 경배하는 일에 동참하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왕궁에서 베풀어준 진미들로 오랜만에 배를 채우고 기분 좋게 마지막 여정을 나서나 싶었는데, 음식이 맞지 않는지 속이 영 메스껍습니다. 식은땀이 나고 정신도 혼미합니다. 몸은 괴롭고 마음도 산란한데 벌써 해질녘이라 땅거미가 서서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낯선 도성에서 어디로 가서 남은 하루를 보내야 하나 걱정인데, 문득 바로 그 별이 다시 그들 앞에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그 기쁨과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역시나 희한하게 정신이 말짱해지고 울렁대던 속도 가라앉습니다.

별은 아주 천천히 이동하더니 어느 한 집 위에 멈춰 서서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그 집을 비춰줍니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의 품에 안긴 한 아기를 보는 순간, 그들은 그 아기가 별의 주인임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고, 벅찬 감격으로 엎드려 경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정성껏 준비해온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그들이 이르러야 할 곳에 이르렀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게 되니 그 짧지 않았던 여정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아기 예수 마리아 요셉 동방박사
ⓒ크리스천투데이DB
2. 함께 여행 중에 있는 우리를 생각합니다.

우리 역시 떠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죽었던 우리를 비추어 살려낸 그 생명의 빛에 이끌려 벌써 따라나선 길입니다.

이웃집 마실 가는 길이 아닙니다. 패키지로 떠나는 크루즈 호화 여행도 아닙니다. 전에 살던 삶의 안락함을 버리고, 얼마나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시작한 길입니다.

다만 내 삶의 참 주인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먼저 찾아와 못 박힌 손을 내밀어 함께 가자고 하셨기에 기꺼이 나선 길입니다.

황량하고 간조한 땅을 지날 때도 있습니다. 어떨 때에는 함께 하는 동료들조차 손에 가닿지 않고, 정말 죽을 것만 같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더는 한 발짝도 못 뗄 것만 같습니다.

그러다가 만나게 되는 이국의 왕궁에 그냥 몸을 의탁하고픈 유혹도 만만치 않습니다. 나중 가서 탈이 날 때 나더라도, 당장은 배불리고 부드러운 침대에 몸을 누이고 싶습니다.

거기에도 종교인들이 있고 지혜자들도 있어 보입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니, 그게 맞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떨 때에는 그쪽을 기웃기웃하다가 휘청 몸이 기울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문득 나타나 우리 앞서 인도하는 그 별이 없었다면, 우리 역시 거기서 벌써 주저앉았을지도 모릅니다.

황금 유향 몰약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도 별이 필요합니다.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없으면 길은 나섰으나 헤매다가 결국 거짓 왕에게 속아 참된 삶을 살지 못합니다. 반면에 왕의 말보다 인도하는 별을 더 기뻐했던 동방박사들은 진실로 지혜자였습니다.

똑똑하고 권세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따라 길을 좌우하기보다, 인도하시는 하나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참 지혜입니다. 그래야 우리 역시 우리가 이르러야 할 곳,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참된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 주님 예수님께로 이르러, 그분을 뵙고 경배하는 삶 말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나아갈 길로 고민하고 때로 방황하는 여러분, 별을 따라 가십시오. 겨울 저녁 곳곳을 밝히는 성탄 조명들이 반짝인다 해도 우리가 가야할 길, 우리가 따라야 할 진리, 우리가 살아야 할 생명을 밝힐 수는 없습니다.

왕의 별을 따르지 않는다면 어디로 어떻게 가도 계속 방황할 것입니다. 하지만 매일 우리 앞서 인도하는 별을 따른다면, 우리가 가는 어디든 거기에 그 별이 가리키는 참된 왕이 계실 것이며, 우리는 그분과 함께 진정한 나라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나상엽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