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성도들, 테러 위험에 가족 절반씩 예배
한국교회 성도들, 마음껏 예배 드릴 자유 있지만
쉽게 예배 포기하고, 믿음과 헌신 헌신짝 취급해
감염 위험 때문 나눠 예배드려도 믿음 세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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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에 입장하지 못한 한 성도가 교회 담벼락에 스마트폰을 켠 채 예배드리고 있다. ⓒ크투 DB

가족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는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전 가족이 손을 잡고 같이 예배당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교회의 상황에 따라 나이별 모임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전 가족이 모여 앉아 예배하는 모습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크리스천투데이’에 의하면 파키스탄 성도들은 전 가족이 함께 예배드리러 올 수가 없어, 다른 시간대에 나누어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탄 예배를 드리기 위해 절반의 가족은 심야 예배에 참석하고, 나머지 절반의 가족은 정식 예배에 참석합니다. 만약의 사태에 가족 모두가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서랍니다. 만에하나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가족 가운데 누군가는 남아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체에 따르면 과거 자살폭탄 테러범들이 교회 예배를 목표로 삼아 수십 명을 살해한 적이 있기에, 그들이 두려워할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파키스탄 성도들은 예배 도중에 집단으로 살해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예배에 참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가난과 박해의 이중고를 겪으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은 상황이 너무나 불확실하기에, 모두가 이번이 마지막 크리스마스인 것처럼 축하한다고 합니다. 예배드리다가 살해당할 수도 있으며, 이번 성탄절이 마지막 예배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예배를 드린다는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 성도들은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고, 언제나 마음껏 예배드릴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라기보다는, 하나님이 지금 우리에게만 주신 놀라운 특권인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예배드릴 자유가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그런 적이 있었고 일제 강점기 때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어느 날에 예배가 불법이 되거나 예배드리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예배드릴 때마다 이런 자유로운 환경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감격하며 예배드리는 한국교회 성도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오히려 예배드릴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방해요소 때문에 너무나 쉽게 예배를 포기하고, 믿음과 헌신(獻身)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기독교인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작년과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교회 기독교인 가운데 120만 명이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고 무종교인 혹은 타종교인이 되었다는 슬프디 슬픈 통계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예배드리다가 집단으로 살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감염되는 것이 두려워 예배 참석을 등한시하다 결국에는 기독교 신앙을 버렸다고 설문에 응답하다니, 혹시 그런 분들은 원래부터 참 기독교인이 아니었던 것일까요?

예배드리다 테러당하고 살해될 위험이 있어, 가족이 반씩 나누어 예배에 참석하는 파키스탄 성도들과 비교하면 대답할 말이 없어집니다.

겨울철 들판에 모든 식물이 얼어 죽은 것 같다가도 봄이 되면 온 들판에 파랗게 새싹이 돋아나듯, 지금은 기독교 신앙을 버렸다고 응답한 분들 가운데서도 상황이 괜찮아지면 쓰러진 믿음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신앙생활을 할 분들이 틀림없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완전히 절망하지는 않습니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너무 좋은 환경에서 고난 없는 신앙생활을 해 왔습니다. 그 결과 신앙의 야성(野性)을 잃어버리고 복음의 능력을 나타내지 못하는 ‘온실 속 화초’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의 코로나 사태는 우리가 단련되고 정결케 되고 강해지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런 좋은 결과가 생긴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믿음에서 쓰러지는 분들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럴 때 생각나는 찬송가의 한 소절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 어찌든지 나 주님의 용사되리
나는 주의 군사되어 충성을 맹세하여
내가 승리하기까지 주 은혜로 싸우리’.

위기는 기회입니다. 지금은 한국교회가 정결해질 기회입니다. 강해질 기회입니다. 그리고 쓰러진 믿음에서 다시 일어설 기회입니다.

비록 감염의 위험 때문에 다 함께 모이지 못하고 나누어서 예배드리더라도, 바로 지금이 예배와 말씀을 사모하며 믿음을 견고하게 세울 기회입니다.

최광희
▲최광희 박사.
최광희 목사
행복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