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호모 데우스, 예수님 믿고 하나님과 사귀는 사람만
기술 바르게 이용하고 기술 통해 선한 미래 계획할 수 있어
과학과 철학이 바라보는 인류의 미래 속 복음의 가치 발견

2084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2084: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존 C. 레녹스 | 이우진 역 | 한국장로교출판사 | 264쪽 | 15,000원

책 제목이 특이하다, ‘2084’. 공상과학 소설이나 미래 전망 보고서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저자는 존 C. 레녹스다. 옥스포드 대학교 수학과 교수이면서 대표적인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과 공개토론을 벌였던, 과학, 철학, 신학의 총체적 진리로 기독교를 변증하는 대표적인 기독교 지성인이다.

<두려움 없는 복음 전도>, <코로나 바이러스 세상, 하나님은 어디에 계실까?>, <과학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현대 무신론자들의 헛발질> 등으로 2020년 후반 본격적으로 국내 소개된 레녹스는 2020년 고려대 베리타스 포럼 강사로 초청되어 코로나 바이러스 세상에서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믿음을 전파하기도 했다.

왜 하필 《2084》일까? 조지 오웰이 1949년에 쓴 소설 《1984》 때문이다. 조지 오웰은 소설을 통해 전체주의 국가와 사회의 등장을 경고했는데, 존 레녹스는 2084년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어 전제군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란 많은 이들의 우려를 복음으로 풀어내면서,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를 바르게 준비하도록 돕는다.

미래를 전망한 소설 중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댄 브라운의 <오리진> 등은 과학기술에 따른 인류 역사의 충격적인 변화를 그려낸다. 과학자들도 언젠가 AI가 인간을 뛰어넘어 인간을 통제할 미래를 염려한다.

과연 사람은 사람을 뛰어넘는 존재를 만들 수 있을까? 그 존재는 도덕적으로 안전할까?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이 책은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동료 교수인 피터 앳킨스와 나눈 토론에서 받은 영감으로 쓴 책이다.

먼저, 레녹스는 사람은 사람 혹은 사람 이상의 존재를 창조할 수 없다고 못박는다. 물론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레녹스가 말한 것처럼 디지털 비서, 의학적 발전, 자율주행차, 언어 번역 프로그램, 광고, 산업 등 많은 진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지성과 의식은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AI는 사람을 흉내낼 순 있어도, 사람과 같을 순 없다. 언어를 조합하여 시를 쓰고 바흐의 음악을 분석하여 유사한 음악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그 시에 담긴 영감과 음악에 쏟아붓는 감성이 기계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레녹스는 또한 AI에게 도덕 기준 혹은 가치관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AI를 설계한 사람에게서 나온다. 가령 자율주행 중 차 앞에 뛰어든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것과 차 안에 있는 많은 승객의 생명을 구하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인공지능이 스스로 계산해낼 순 없다. 설계자가 알려줘야 한다.

결론적으로 레녹스는 과학 자체를 부정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그는 과학과 성경은 동지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기술 발전을 통해 인류에게 선을 행하실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과학과 기독교가 훌륭한 이성의 동반자인 반면, 과학과 무신론은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예를 들어 과학은 일정 수준 물질세계와 인간의 정신 사이의 관계를 가정하고 연구한다. 이것을 믿지 않는다면 과학자는 어떤 연구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떠한 인과 관계도 무시한 채 확률이나 우연에 의한 기원만을 가정하는 무신론으로부터 더 이상 얻을 것은 없다(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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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문제가 인공지능이 아니라, 신이 되려는 타락한 인간에 있다고 말한다. ⓒ픽사베이
문제는 도구를 손에 쥔 사람의 이성이 타락했다는 것이다. 사람은 하나님을 부정하면서도 스스로 하나님이 되고 싶어한다(호모 데우스). AI를 통해 사람이 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불멸의 인간, 초월적인 인간, 생명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심지어 창조하는 인간.

레녹스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신이 되려는 인간의 문제를 다룬다. 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에서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독특하고 특별한 피조물로 창조됐다. 어떤 생물도 사람과 같은 생물은 없었다.

하지만 마귀가 사람을 유혹한 한 마디는 ‘너도 하나님이 될 수 있다’였다. 사람은 처음부터 하나님이 되고 싶어했다.

레녹스는 이어서 계시록을 주목한다. 계시록의 배경이 되는 로마 시대(그 이전에도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에 계속해서 전망될 현상은 사람이 하나님이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많은 영토를 차지하려 하고, 사회와 문화를 통합하려 하고, 권력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킨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세계를 하나의 통합된 국가가 되는 것을 돕고 모두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선 중앙집권적인 통제가 필요하다.

로마, 나치, 중국의 공산당 등 그동안 절대 권력이 인류를 파괴하려 시도했던 것처럼, 인간에 거의 가까운 지능을 가진 AI가 개발된 미래에도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할 것이다. 레녹스는 이렇게 전망한다.

“다르게 말하면 탈인간 시나리오는 결론적으로 유토피아적인 경향을 띠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과거 유토피아적인 사고는 지상에 낙원을 선사한 것이 아니라 형언할 수 없는 폭력과 전쟁 그리고 수백만 명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이는 유토피아적인 전망이 인간 본성의 죄악이나 삶의 복잡성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내적 힘의 원천을 제시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독교는 이러한 내적인 힘에 대해 알고 있다(173쪽).”

레녹스가 이 책을 통해 결국 말하고 싶은 기독교만의 내적 힘은 호모 데우스, 사람이 되신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사람은 하나님이 되려고 인류를 파멸의 길로 몰아갔지만, 하나님은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사람이 되셨다.

진정한 호모 데우스, 예수님을 믿고 생명의 원천이신 하나님과 사귐을 갖는 사람만이 기술을 바르게 이용하고 기술을 통해 선한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본성의 죄악을 해결하신 예수님, 삶의 복잡성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내적 힘의 원천이 되시는 하나님과 사귐이 있는 자들, 즉 영생을 누리는 자들이 2084년에도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선용하고 올바른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미래 전망 보고서 부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 자체는 유익할 수 있지만, 그것을 통해 얻는 교훈이 기독교와 별로 상관이 없거나 전혀 복음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녹스의 《2084》는 정말 다르다. 과학과 철학이 바라보는 인류의 미래 그리고 인공지능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복음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게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막연한 미래와 그 미래를 바라보는 수많은 복잡한 시선 가운데 바르고 선한 복음의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