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내러티브, 합리주의자들에게 조롱의 대상
그런 일들 믿는 건 비과학적? 회의 역시 비과학적
해당 본문, 본질적으로 ‘복음’ 있음 강조하기 위해

메시아의 탄생

메시아의 탄생

레이몬드 E. 브라운 | 이옥용 역 | CLC | 1,216쪽 | 50,000원

“(예수의) 유아기 내러티브는 네 개 복음서를 합친 89장 중에서 총 4장에 불과하지만, 더 큰 중요성을 지닌다. 그 이야기는 기독교인이나 비기독교인, 신자나 비신자를 막론하고 모든 이에게 깊이 묵상할 풍부한 자료를 제공해 준다. 정통 기독교인들에게 유아기 내러티브는 하나님이자 사람인 예수님에 대한 중심 교리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레이몬드 E. 브라운(Raymond E. Brown, 1928-1998) 박사의 앵커바이블 시리즈 <메시아의 탄생(The Birth of Messiah)>은 예수님의 탄생을 다루고 있는 성경 마태복음 1-2장과 누가복음 1-2장을 다루는 주석서로, 이를 통해 초기 교회 기독론을 고찰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 4장의 성경에서 이 정도의 분량이 나왔다는 것이 놀랍다. (저자는 <메시아의 죽음(The Death of Messiah)>이라는 두 권짜리 벽돌책을 내기도 했다.) 예수님의 이 ‘유아기 내러티브’는 천사의 출현, 처녀 잉태, 동방박사와 별, 평범한 사람의 능력치를 넘어서는 어린아이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합리주의자들의 주된 조롱의 대상이자 ‘전설’로 치부돼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부분적으로 초자연이고 기적적인 것에 대한 회의 때문인데, 그런 일들을 믿는 것이 비과학적인 만큼, 그것에 대해 회의하는 것 역시 비과학적”이라며 “그러한 판단은 부분적으로 유아기 내러티브의 역사성 문제에 대한 비평적 학문의 관점을 반영한 탓”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역사비평 방법을 수용하면서 유아기 내러티브에 대한 학문적 이해의 발전 과정 분석부터 시작해, 복음서 기자들이 사용한 구약 성경 본문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역사와 신학이 초기 교회에서 어떤 관계성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고대 근동의 역사성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논증한다. 저자의 관심은 ‘유아기 내러티브들이 예수님에 대한 초기 기독교의 이해에 있어 차지하는 역할’에 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탄생 기사’를 한 권에 모은 것은, 두 이야기의 공통적 경향과 강조점들을 다루기 위해서다. “유아기 내러티브들은 복음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귀중한 매개체이며 실제로 각 이야기는 복음의 본질적 이야기를 축소해 놓은 것이라는 점이 바로 이 책의 중심 논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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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네티비티 스토리> 중 한 장면. ⓒ유튜브

탄생이 있어야, 죽음도 부활도 있는 법이다. 예수님의 탄생은 그 동안 3년 공생애와 그 절정인 십자가·부활에 비해 덜 조명돼 왔다. 오늘날 성탄절 자체도 연말 분위기와 산타, 화려한 장식과 연인들의 데이트에 가려져 있다. 저자는 ‘예수 탄생 기사’에 본질적으로 각 복음서가 말하는 ‘복음’이 담겨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마태와 누가의 내러티브 저변에 메시아의 탄생에 대한 두 가지 공통적 이해가 있다고 종합한다. 첫째는 이스라엘 안에서 이미 일어났던 일들과 그 탄생 사이의 내재적 연관성을 강조하려는 경향, 둘째는 탄생의 기독론적 의미를 발전시킴으로써 복음서에서 뒤이어 나올 내용들과의 연속성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경향이다.

이에 대해 “두 복음서 기자들에게 유아기 내러티브는 구약과 복음서가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장소”라며 “누가의 예수 탄생 기사에 마태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하나님이 자신의 아들에 대해 주신 계시에 순종적으로 반응하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사람이 마태복음의 유아기 내러티브에서는 요셉이 유일했던 반면, 누가복음에서는 훨씬 더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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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부록에서는 계대 결혼, 다윗의 자손, 베들레헴 탄생, 처녀 잉태, 사생아라는 비방, 구레뇨의 호적(눅 2:2) 등 그리스도인들이 관심을 가질 이슈들을 따로 묶어 다루고 있다.

일례로 마리아의 ‘처녀 잉태의 역사성’에 대해 저자는 “복음서의 유아기 내러티브를 제외한 신약의 나머지 부분은 ‘처녀 잉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과학적으로 볼 때 가능한 성경적 증거는 처녀 잉태의 역사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남겨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복음서 기자들이 생물학적 처녀성을 전제로 하지만, 그들이 증거하려는 주요 쟁점은 그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며 다윗의 자손이라고 기독론적으로 확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베들레헴 탄생의 역사성’에 대해서는 “신약의 나머지 부분이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심각하지만, 베들레헴 탄생의 두 증인들이 똑같이 증거하고 있다면 문제는 덜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똑같이 증거하고 있지 않다”며 “베들레헴 탄생의 증거는 예수님이 다윗의 자손 됨의 증거나, 심지어 처녀 잉태의 증거보다도 훨씬 더 근거가 약하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의 이 세 가지 주장이 반드시 상호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저자는 1976년 초판을 썼고, 이후 쏟아진 관련 논문 500여 편을 분석해 1993년 속편(Supplement)을 추가해 펴냈다. 류호영 백석대 교수는 “성경 해석을 바르게 하기 원하는 모든 목회자와 신학생들에게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천사를 썼다. 신학생과 목회자를 비롯, 깊이 있는 신학 지식에 열정을 가진 평신도들이 주 독자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