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문제? 한기총은 한경직·정진경 목사가 설립
이단 문제, 한기총 스스로 정치력 발휘해 행정보류
마음 연합과 절차 정당성 확보 후 임시총회 열 것

한교총 통합추진위원회
▲주요 참석자들이 기자회견 후 손을 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상문 공동대표회장, 류영모 대표회장, 소강석 직전 대표회장, 김기남 공동대표회장. ⓒ이대웅 기자
한교총 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가 2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2021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을 ‘연합기관 통합 원년’으로 삼을 것을 다짐했다.

이날 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와 공동회장 김기남·이상문 목사, 통합추진위원회 소강석 직전 대표회장과 엄진용 목사(기하성 총무) 등이 참여했다. 이 외에 이용윤 감리회 행정실장, 연임된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 신설된 법인사무총장 정찬수 목사 등도 배석했다.

류영모 한교총 대표회장은 “한교총 제5회기가 출범하자마자 언론인 여러분을 뵙게 되어 기쁘다. 이 시대를 ‘갈등 사회’라고 한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라며 “이 시대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곡을 해도 봐주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류영모 대표회장은 “그러나 교회가 낮은 자리로 내려갈 때, 사회가 돌보지 못하는 약자들 편에서 손을 잡아줄 때, 눈을 돌려 의롭고 올바른 길을 갈 때, 팬데믹 기간 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어가는 시니어들 대신 목소리를 내줄 때, 세상이 귀 기울여줄 것”이라며 “그 가운데 우리가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시 한 번 세상이 교회를 바라봐 주지 않을까? 이제 세상을 향해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할 기회도 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류 대표회장은 “지난 회기 동안 한국교회가 하나되기 위해 몸부림을 아끼지 않았다. 제5회기가 출범하면서 이 비전이 그대로 갈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줄 안다”며 “그러나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연합기관이 무엇 때문에 있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면 어리석은 우려 아닐까”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소강석 전 대표회장님을 통추위 위원장으로 세워 이 일이 계속 추진될 것이다. 합리적이고 합당한 합의가 이뤄지는 즉시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임시총회’가 소집될 것”이라며 “통추위원들로 수고하실 분들을 기대하고, 마음을 담아 격려를 아끼지 않겠다. 언론에서도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일을 위해 끝까지 애써 주시고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기남 공동대표회장은 “연합기관 통합은 한교총에 주어진 사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소 위원장님을 통해 통합 추진이 잘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일”이라며 “기독교에는 죄의 문제를 해결하는 복음이 있다. 소 위원장님께 힘을 실어드리고, 하나가 되기 위해 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상문 공동대표회장도 “하나되는 일에 힘을 실어드리기 위해 동참하게 됐다”며 “소 목사님께서 멋지게 해내실 것을 기대하고 기도하고 꿈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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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총 류영모 대표회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후 통추위를 대표해 직전 대표회장이자 연합기관 통합에 앞장서고 있는 소강석 목사가 발언에 나섰다.

소강석 목사는 “요즘은 ‘이미지와 브랜드의 시대’라고 한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이미지가 좋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며 “지난 회기 한교총을 섬기면서, 한국교회 이미지와 브랜드, 위상을 세우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그러나 숙원사업이던 ‘임기 내 연합기관 통합’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전했다.

소 목사는 “무슨 일을 하든지 대세와 흐름이 중요하다. 지난 회기 대세와 흐름은 잘 잡았지만, 타이밍을 놓쳤다”며 “물론 ‘물리적 연합’만을 추구했다면 지난 회기 때 통합을 하고도 남았겠지만, 이전에도 실패 경험이 있어 ‘마음의 연합’과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존경하는 대표회장님과 공동대표회장님들도 자리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항간에 연합기관 통합이 물 건너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기꺼이 와 주신 것”이라며 “10여 년 전 선배들께서 ‘한기총이 너무 심하니 깨야겠다’고 하셨을 때, 눈시울을 붉히면서 ‘깨는 건 쉽지만 합치는 건 정말 힘들다. 역사 앞에 죄 짓는 것이다. 1년만 참아 달라’고 말렸지만 결국 한교연으로 나뉘었고, 한교총까지 생겨 지금 보수 연합기관이 3곳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세 곳 중 한교총이 가장 든든하고 한국교회를 대변하는 연합기관임이 분명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각자 소리를 냈다. 연합기관 통합이 필요한 이유”라며 “이제 (새롭게 회기가 시작돼) 촌음을 다툴 필요도 없고, 류영모 대표회장님 의지도 확실하시다. 통합에 대한 전권을 주셨지만, 마음대로 하지 않겠다. 준비가 되면 말씀드려서 임시총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 목사는 “통합은 8부능선 이상 왔다고 확신한다. 약간의 절차와, 다른 기관들과의 합의, 정관 개정 등이 남아 있다. 이번 총회에서 해 보니, 정관도 1-2주면 개정할 수 있더라”며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통추위원장으로서 살신성인하고 싶다. 한국교회 미래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공적 사역을 잘 해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전했다.

그는 “교계 정치는 ‘내가 이기면 한국교회가 지고, 내가 지면 한국교회가 이기는 것’이다. 남은 기간 온갖 정성을 다하겠다. 지난 회기 대표회장이지만, 몸을 낮춰 통추위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어느 정도 확신이 있고 절차적 과정이 이뤄진다면, 세 기관이 각각 임시총회를 열 것이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셔야 한다. 하나님의 전적 은혜와 주권을 믿고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기총이 지난 임원회에서 연합기관 통합과 관련해 ‘WCC 가입 교단 배제 요구’ 안건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 류영모 목사는 “소문으로만 들었다”고 밝혔고, 이후 “제가 당사자”라며 소강석 목사가 답변에 나섰다.

소강석 목사는 “한기총에서 통합이 안 된다고 결의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제안을 결의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한기총 설립자가 (각각 예장 통합과 기성 소속이던) 한경직·정진경 목사님이셨다는 역사성과 정체성을 모르고 하는 것이라, 공문을 다시 보내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연합기관은 이단과는 통합할 수 없겠지만, 신학을 다루는 곳은 아니라고 본다”며 “신학의 차이가 있더라도, 한국교회 공적 사역과 공익, 공공선을 위해 연합하는 것이다. 그 부분은 준비위원들과 나눴고, 잘 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소 목사는 “지난 임기 당시 차별금지법 관련 성명서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기관의 물리적 통합도 중요하겠지만, 한국교회 보호를 위해 한 목소리부터 내는 것이 연합의 신발끈을 매고 새벽길을 떠나는 것으로 봤다”며 “이러다 또 삐걱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통합이 계속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통추위원들이 연말에 모여 지금까지 다져놓은 것들을 공고히 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면서 이견을 좁혀갈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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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예장 통합 총회는 연합기관 통합에 반대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현직 총회장인 류영모 목사는 “한국교회와 연합기관 하나됨을 한 번도 반대해 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김태영 전 대표회장님이 통추위 위원장으로 앞장서서 이 일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주장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류영모 목사는 “통추위가 할 일과 대표·상임회장들의 역할이 각자 있을 것이다. 연합기관들 간의 신뢰를 쌓아가고 이견을 좁혀가고 걸림돌을 제거해 나가는 부분들은 통추위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이것이 공중에서 논의가 돼선 안 되지 않나. 현재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고, 진행 과정을 확인하고 의견을 내고 마음을 실어드리는 등 내부적 소통은 제5회기 대표회장단이 할 일”이라고 밝혔다.

류 목사는 “바깥에서는 다 됐다는데, 안에서 또 ‘NO’ 해선 안 되지 않겠나. 큰 명분을 갖고 작은 이견을 좁혀가고 이기심과 개인적 욕망들을 내려놓으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무엇보다 하나되게 하시는 분은 성령님이시다. 기도하면 이런 일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너무 서두르다 과정의 정당성이 훼손돼선 안 되고, 그것만 너무 강조하다 명분을 잃어서도 안될 것이다. 명분과 정당성은 기차의 레일과 같아서, 같이 가야 한다. 하나가 없으면 탈선한다”고 경계했다.

WCC에 대해선 “정확한 팩트가 아니라 인터넷에 떠도는 90%의 확인되지 않은 일들 때문에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견이 있다 해도, 그것이 의제로 올라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신학적 다름으로 논쟁한다면, 연합은 있을 수 없다. 연합의 기본정신을 훼손해선 안 된다. 서로 대화하고 설득하며, 침묵하고 인내하면서 논의한다면 다 해결될 문제다. 물이 흘러가다 ‘출렁’할 순 있지만, 큰 강물을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소강석 목사는 “예장 통합과 합동이 항상 분열의 선두에 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선배들이 한 것이지만, 유대인들의 ‘집합적 인격체 사상’에 따르면 우리가 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대형 교단들이 오해를 빚을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경직·정진경 목사님이 설립하신 연합기관이라는 것만 알면, 그런 문제제기는 나올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 목사는 “다른 기관도 그렇지만, 결국 마음이 중요하다. 애간장이 녹는 마음이 있다면, 법도 원칙도 이단 문제도 다 풀어갈 수 있다”며 “그런 마음만 갖고 도와주신다면 연합기관 하나됨은 능히 가능하리라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또 “저는 (예장 합동과 교단 통합한) 개혁 출신이다. 당시에는 작은 교단이 큰 교단에 흡수 통일되는 것 같았지만, 15년이 지나니 개혁 출신인 제가 이례적으로 선거도 없이 총회장도 되지 않았느냐”며 “저도 한교총 출신이지만, 다른 기관들의 편에 서서 그 분들이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마음만 가지면 무엇을 못하겠는가”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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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기총 이단 관련 문제’에 대해 소 목사는 “한기총 임시대표회장께서 정치력을 잘 발휘하셔서, 이단 관계자들이 스스로 행정보류를 하도록 했다”며 “어느 교단은 규정됐다 풀렸다 했더라. 저는 예민하지 않은 이유가, 저희 교단과는 이단 문제로 얽히지 않은 교단들로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몇몇 교단에서만 정죄했다 해도 그 주장을 존중한다. 대신 그 교단들과 한국 저명 신학자들이 위원회를 구성해 소명자료를 받아 거짓인가 진실인가에 따라 결정하면 될 것”이라며 “이단 정죄도 함부로 해선 안 되지만, 해제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행정보류한 교단들이 도저히 안 되겠다면 이단 해제가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소 목사는 “이단도 경중이 있다. 문선명, 박태선, 신천지 같은 이단은 거론할 필요가 없지만, 단순 성경해석상 차이나 교단들마다 입장이 다른 이단들의 경우 정죄한 교단 주재 하에 결정하면 될 것”이라며 “저도 보수신학을 공부한 사람이지만, 마음이 하나된다면 이런 부분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마음의 연합’의 의미에 대해선 “마음 없는 사람들끼리 강제로 단체를 만들면, 또 다시 카르텔과 헤게모니, 기득권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물리적 연합보다 마음의 연합을 더 중시하고 있다. 단순 운영상 문제만 보면, 연합 안 하는 게 낫다. 그러나 우리가 코로나를 통해 예배가 초토화됐을 때도 각자 다른 소리를 내다 얼마나 손해를 봤는가”라고 반문했다.

소강석 목사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각 연합기관 관계자들도 연합의 필요성을 느끼셨으리라 본다. 위기를 당하고 보니, 연합이 필요했다”며 “일부 단체나 교단에서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는 논리나 두려움이 왜 없겠는가. 충분히 달래줄 것”이라고 말했다.

소 목사는 “한교총 대표회장 출신으로서 교단 통합에 참여한 경험도 있고, 한 교회 반대파와 지지파를 6개월 걸려 화해시킨 적도 있다”며 “기득권 투쟁이나 그들만의 놀이터가 아니라, 한국교회 공적 사역과 공공선을 위해 합쳐야 한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이 무르익어, 애타는 마음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법과 원칙을 따지지만, 그 원칙마저도 사랑과 은혜 안에서 얼마든지 묘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연합사업”이라며 “무엇보다 류 대표회장님의 연합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시다”고도 했다.

끝으로 ‘시한’을 묻는 질문에는 “빠를수록 좋지만, 변수와 복병이 있기 마련이다. 하나님 앞에 파리 목숨일 뿐 우리가 어떻게 장담하겠는가”라며 “지극 정성을 다하면 감동을 받으리라 확신한다. 류 대표회장님 임기 안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고, 하나님께서도 허락하시리라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