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한 구절
내 인생의 한 구절

김기현 외 16명 | 잉클링즈 | 238쪽 | 15,000원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가끔 첫표지나 느낌부터 안 끌리는 책이 있다. 다시 미안한 이야기이고 책을 내신 분들한테는 죄송하지만, 이번 읽은 책이 처음 볼 때는 그랬다. 신생 출판사에서 처음 낸 책인데 여러 사람이 쓴 글 모음집이라니….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고 표지도 약간은 심심해보였다.

게다가 <복음과 상황>이란 잡지에서 연재된 글에 몇 편의 글만 더한 것이라니, 다시 죄송하지만 너무 쉽게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꽤 이름 있는 필진도 여러분 계셔서, 위험도를 줄이려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런데 서문과 처음 글을 읽고는, 책을 만든 분이나 필진들에게 죄송하다는 마음이 밀려왔다. 서문에서 언급하듯 이 책은 ‘피맛’이 느껴지는 글들이 담긴 책이다.

종종 목회자들이 쓴 글이 교회와 신앙이라는 틀에 갇혀 나름 경건성은 느껴지고 약간의 찔림도 있긴 하지만, 현실과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글들이 있다. 목회자의 경건 묵상집이지만 그저 주일설교를 묶은 것에 지나지 않아 강해집이나 묵상이라고 보기에는 중량감이 약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책은 <복음과 상황>이라는 잡지가 지향하듯 텍스트와 컨텍스트라는 두 날개를 가지고 있다. 글을 쓴 필진들은 어떤 공통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각각의 영역과 히스토리를 갖고 있고 신앙적 컬러도 달라 보인다.

하지만 ‘피맛’이라는 서문의 표현처럼, 삶과 세상의 가시 속에서 찔리고 찢긴 신앙의 행보를 각각 보여준다. 비닐하우스 같은 신앙, 그저 마음 속에 떠오르는 죄의 유혹의 회개, 말씀과 기도만 잘하면 유지된다고 주장하는 신앙의 성숙이 아니라, 어떤 때는 세상에서, 어떤 때는 같은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꽂는 비수와 갈등에서 신앙은 무엇이고 그들이 어떻게 하나님을 만났고 알아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의 여정은 진행형이다(한 분은 이미 소천하셔서 그 여정을 마감하셨지만). 그래서 실수와 실패도 있고 넘어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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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이 찾아올 때마다 이 책의 저자들을 지켜준 것은 한 구절의 성경 말씀이었다. ⓒ픽사베이
하지만 그렇기에 그들의 열매나 결과는 아직 보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의 고민과 도전이 우리에게도 해당되기에 더더욱 격려와 위로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특히 이 책에는 이 시대에 세상의 빛과 소금이 아니라 어둠과 부패인 양 취급받는 일부 교회와 적지 않은 교회들의 물질주의에 새로운 교회의 대안들과 실험을 보여주는 여러 필진의 고민이 담겨 있어 더더욱 가치가 있다.

비록 그것이 아직은 모범이라든가 답이라고 말하기는 미완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한국교회의 희망과 소망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필자는 이 책에 대해 선입관이 있었다고 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출판사와 필진들에게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이 책은 가볍지 않다. 쉽게 낸 책도 아니다. 왜 한번 실렸던 글을 놓지 못하고 한 권의 책으로, 그것도 처음 생긴 출판의 첫 작품으로 내놓은 이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필자도 나름 치열하게 살려고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내 자신이 마냥 부끄럽다. 필자는 그저 돌쩌귀를 따라도는 게으른 자에 지나지 않음을 이 책을 보며 느낀다.

추신: 난 어제 이 책을 읽고 오늘 이 글을 쓰기도 전에, 우연히 만난 지인에게 그 책을 넘겼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한 번 더 그 책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귀한 지인이기에 쉽게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책을 넘기고 왔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책도 보지 않고 쓴다.

문양호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