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로이드 존스의 내 구주 예수
마틴 로이드 존스의 내 구주 예수

마틴 로이드 존스 | 홍종락 역 | 두란노 | 184쪽 | 10,000원

마틴 로이드 존스(1899-1981)는 20세기 최고의 강해 설교자로, 한국교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목사 중 한 사람이다.

영국 웨일스 출신 회중 교회 목사였던 그는(런던 웨스트민스터 채플) ‘The Magnificat(마리아 찬가)’라는 제목으로 누가복음 1장 46-55절의 본문을 세 차례 강해한 적이 있는데(마틴 로이드 존스의 설교를 그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https://youtu.be/BZrSwpW91OU), 그 내용이 《Magnify the Lord》라는 제목으로 2011년 원서, 2021년 두란노서원을 통해 <내 구주 예수>로 출간되었다.

사도행전, 에베소서, 로마서, 요한일서 등 마틴 로이드 존스가 쓴 대부분의 책이 그러하듯, <내 구주 예수>는 기본적으로 강해서다. 성탄절의 의미를 강조하여 설명한 것을 보면, 성탄절 즈음에 선포한 강해 설교를 책으로 엮은 것 같다.

로이드 존스의 강해서가 탁월하고 많은 목사와 성도에게 큰 유익을 주는 이유는 성경을 진지하게 믿고 깊이 있게 묵상하며 청교도 신앙을 따라 열정적으로 선포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로이드 존스는 가볍고 얕은 성경 해설에 만족하지 않는다. 반대로 단어 하나하나를 불필요할 정도로 지루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주권, 인간의 타락,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하나님의 영광 등을 항상 강조하는 로이드 존스의 신학은 철저히 성경적이고 하나님 중심적이다.

로이드 존스는 천사를 통해 하나님의 원대한 구속 계획을 들은 마리아가 복음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단계별로 설명한다: 놀람-순종-찬양. 그다음 마리아의 찬가에 담긴 감정의 깊이를 헤아린다. 영과 혼을 조심스럽게 구분하여 설명한 후, 성탄절은 우리의 혼과 영이 모두 감동할 만한 하나님의 복음이 선포된 날임을 강조한다.

자신이나 서로에 관해 말하고 선의와 친절과 행복을 나누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고 다그친다. 찬양의 대상은 바로 하나님 우리 구주이시다(29쪽). 로이드 존스는 이것이 그리스도인 예배의 핵심이라 말한다. 선물이 아니라 선물을 주신 분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로마가톨릭 교회는 예배의 제목을 어처구니없게도 ‘마리아’로 뒤바꿔 버렸고, 개신교는 이에 반발하다 그만 찬양과 예배의 정수를 잃어버렸다고 평가한다.

마리아가 영광의 하나님, 구원하시는 하나님, 능력의 하나님, 거룩하신 하나님,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 신실하신 하나님을 노래한 것처럼, 우리는 성육신하신 하나님을 기억하며 그분의 영광, 구원, 능력과 신실하심, 은혜를 찬양해야 한다.

“그 은혜가 여러분에게도 이렇게 다가갔습니까? 그 은혜를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성경의 관점에서 깊이 묵상해 보십시오. 그 은혜가 여러분을 이끌어 하나님께 쉼 없이 나아가게 하십시오. 영광과 위엄 가운데서 우리와 세상을 지극한 긍휼의 눈으로 바라보셨고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신 하나님께 가십시오(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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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이후 로이드 존스는 51-53절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면서, 복음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세상을 뒤집어 놓았는지 강조한다. 성탄절은 마냥 좋은 기분으로 친목을 도모하는 날이 아니다. 의미심장하게 전쟁의 종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날도 아니다. 인류에게 가장 기쁜 소식인 복음이 선포된 날이다.

이 복음은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나온 것이다. 성탄절은 하나님께서 창세 전에 계획하시고 점진적으로 알리시고 마침내 성취되었음을 선언하신 날이다. 그리고 소망 없는 죄인에게 어떤 은혜를 베푸셨는지, 어떤 일을 이루실 것인지 밝히 보여주신 날이다.

복음은 사람의 생각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방식대로 이루어졌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무력한 아기로 오셨다는 것, 위대한 왕의 후손이 아니라 이름 없는 동네의 한 목수 가정에서 나셨다는 것, 모든 유대인을 이방인의 손에서 건져낼 강력한 권력을 가진 지도자가 아니라 그 기대를 저버려 십자가에서 초라하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으로 세상을 구원하셨다는 것.

하지만 부활의 능력으로 지극히 높은 보좌에 앉아 모든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시리라는 것.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란 말인가.

복음은 교만한 자를 낮추고 겸손한 자를 높인다. 자기 의를 세우는 자는 망하고, 겸손히 하나님의 의를 믿음으로 받는 자가 구원을 얻는다. 스스로 지혜 있다고 여겨 복음을 거절한다면, 자신이 크고 위대하다고 생각하며 복음을 유치하게 취급한다면, 부족한 것 없는 부유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면, 복음으로 인해 흩어지는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반면 자신을 낮추고 겸손히 그 발 앞에 엎드리고 은혜를 구하는 이들에게 놀라운 복음의 능력이 실현될 것이다.

54-55절에서 로이드 존스는 성육신의 비밀을 밝힌다. 성육신이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확증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46-49절을 다시 조명하며, 복음에 합당한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가르친다. 놀라움, 겸손, 감사, 두려움, 기쁨 등은 참 복음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이다.

로이드 존스는 독자가 단순히 복음의 깊이와 지혜에 매료되는 것이 아니라 그 혜택을 충분히 맛볼 것을 요구한다.

책의 겉표지에는 ‘복음의 핵심을 묵상하는 대림절’이란 문구가 부제처럼 적혀 있다. 하늘의 별, 마구간, 동방박사, 마리아와 요셉, 구유 등 하나님께서 복음을 계시하신 다양한 도구들에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복음 자체를 깊이 묵상하지 못하고 성탄절을 흘려보낼 때가 많다.

로이드 존스가 ‘마리아 찬가’를 통해 올 성탄절을 오직 복음, 복음의 핵심을 묵상하는 뜻깊은 날이 되도록 <내 구주 예수>를 통해 독자를 돕는다.

누구든지 진지하게 깊이 묵상하며 이 책을 읽는다면 로이드 존스 목사가 누가복음 본문에서 길어내 마시게 하는 놀라움과 겸손, 감사와 두려움, 기쁨이 가득한 복음을 들이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