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세 왕 숲 실루엣 스타 혜성 밤 크리스마스 성탄절 요셉 마리아
▲ⓒ픽사베이
“이 때에 마리아가 일어나 빨리 산골로 가서 한 동네에 이르러 사가랴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문안하니 엘리사벳이 마리아가 문안함을 들으매 아이가 복중에서 뛰노는지라 엘리사벳이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큰 소리로 불러 이르되 여자 중에 네가 복이 있으며 네 태중의 아이도 복이 있도다 내 주의 어머니가 내게 나아오니 이 어찌 된 일인가, 보라 네 문안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에 아이가 내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도다 주께서 하신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믿은 그 여자에게 복이 있도다(누가복음 1:39-45)”.

필자의 어린 시절 해마다 12월이 되면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온 사방을 울려 퍼질 즈음이면, 도로 주변 가게마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거리를 메우다시피 들려오는 정겨운 캐럴 음악은 지금도 가슴을 벅차오르게 합니다. 그 시절이 그리워 왠지 마음 한구석 적셔오는 애틋함은 나이 들어 더욱 사무치도록 다가옵니다.

거리를 걸으면서 캐럴 장단에 맞춰 연신 어깨를 으쓱이며 춤을 추던 그 때 모습이 저작권으로 중단되어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 시절 흥겨웠던 모습들은 자취를 감추고, 코로나19와 더불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란 불청객이 찾아와, 날마다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희망의 크리스마스를 전해야 하겠습니다.

2018년 7월 저작권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도심 거리나 대형 매장에서 흘러나오던 캐럴이 그만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도심 거리나 백화점, 마트, 시장에서 울려 퍼지던 캐럴은 사라지고 진짜 고요한 크리스마스가 되고 말았지만,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종교계가 함께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기위해, 오는 25일까지 ‘12월엔, 캐롤이 위로가 되었으면 해’라는 주제로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펼친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캠페인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경 추기경이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따뜻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자는 제안으로, 한국교회총연합 등 기독교계가 함께 진행합니다. 멜론 벅스뮤직 등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와 지상파 라디오 방송사들도 참여한다니,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누리집 공유마당을 통해 캐럴 음원 22곡을 무료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2곡 속에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 저들 밖에, 징글벨 등은 물론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오 거룩한 밤, 오 베들렘 작은 마을, 천사들의 노래가 등의 찬송 곡들도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캐럴은 영어로 ‘carol’이며, 프랑스어 카롤즈(carole), 고대 그리스어 코로울리엔(choraulien)에서 유래 했다고 합니다. 카롤즈는 원(圓) 모양으로 추는 춤, 코로울리엔 역시 피리 연주에 맞춰 추는 춤을 일컫는 말이었으니, 이래저래 캐럴은 춤과 깊은 연관이 있는 노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가 되겠다는 분의 도덕성 문제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판국입니다. 내년 대선에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엄청 큽니다.

그런데 대장동 비리 사건과 형수에 대한 가족관계 욕설을 넘어 아들까지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는 분을 지지하는 이들이 30%에 달하고 있다니, 국민의 높은 자존심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나 심히 아쉬움만 남습니다.

세상에는 ‘악마의 재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 존경하고 탐낼 만한 천부적 재능이지만, 이것이 그 사람에게 유익이 되기보다는 해가 되어 사용되는 경우를 일컫는 말입니다. 즉 그 재능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행복의 열매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누가복음에는 천사 가브리엘이 사가랴와 마리아에게 나타나, 장차 메시아가 탄생할 것을 말해줍니다. 불안해하는 마리아에게, 천사는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배었다면서, 본래 임신하지 못한다고 알려진 이가 이미 여섯 달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무서워하는 마리아를 위로하며 평화를 선물한 것입니다.

어린 시절 그렇게 많이 부르고 모두가 흥겹게 불렀던 캐럴이 저작권 문제로 중단되어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습니다. 해마다 시끌벅적하던 크리스마스가 고요함을 넘어 적막해졌기에 아쉬움이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작권료 때문에 자신의 음악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겠습니까?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아도 좋으니, 매일같이 자신이 만든 노래를 널리 불러주는 것이 더 복되고 행복한 시간 아니겠습니까? 그로 인해 자신의 재능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면,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오늘 누가복음에서 마리아는 주위 시선을 피해 출산을 앞둔 엘리사벳을 방문합니다. 마리아의 방문은 전혀 예상치 못한 크나큰 기쁨이었습니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충만해,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라며 행복해 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이라고 찬송합니다. “복 되십니다. 행복하십니다”라는 단어는 비슷하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복됨은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지지만, 행복은 인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엘리사벳이 고백하듯 마리아는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된 분이심에 틀림 없다고 합니다. 미천한 인간의 몸으로 거룩한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크나큰 복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복이 바로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행복보다 불행한 날이 더 많고, 길고 먼 험준한 산맥을 넘어야 합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마리아가 겪었던 불행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나신 후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니 마리아가 겪었던 불행과 갖은 수모는 이루 표현할 길 없는 처참하고 안타까운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복됨이 가져다 준 불행 속에 낙담하기보다, 하나님 말씀에 대한 굳은 의지와 신뢰, 믿음을 통해 불행을 행복으로 잘 승화켰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어머니로서 잘 살아내셨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성령으로 인한 잉태의 메시지를 전했을 때, 마리아는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절대 순종의 대답을 전했습니다. 이를 통해 복됨과 행복을 맛보는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마리아는 후일 장성한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의 의미를 알지 못하였을 때도, 그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뜻을 깨닫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습니다.

이제 기쁜 성탄을 맞이하게 됩니다. 메시아께서 낮고 낮은 이 땅에 복으로 찾아오심이 그저 만남의 행복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 안에 머물 때, 우리 가운데 주님께서는 찾아오십니다.

“말씀대로 이루어지리라”는 굳건한 반석 위에서 믿음과 헌신을 통해, 주님의 오심을 복된 만남과 행복으로 만들어가는 이 땅의 신앙인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복된 대림절입니다.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도 희망과 행복이 넘치는 복된 성탄절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