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연동교회 열림홀에서 공연 진행
삶에 ‘공간’ 마련해 놓는 것이 환대 정신
아기 예수님 맞이하던 덕구의 열심 있나

빈 방 있습니까
▲40주년 감사예배에서 서정오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1981년부터 매년 성탄 시즌마다 빠지지 않고 개최된 크리스마스 연극의 대명사 ‘빈 방 있습니까(극단 증언)’가 40주년 기념공연을 16일부터 서울 연동교회 가나의집 열림홀에서 그 막을 열었다.

첫 공연 직전인 16일 오후에는 40주년 공연 감사예배를 개최했다. 기획 김상준 목사(예수문화교회) 사회로 이영철 목사(모자이크교회)의 기도 후 동숭교회 서정오 목사가 메시지를 전했다.

극단 고문인 서정오 목사는 누가복음 2장 7절을 본문으로 “말씀을 읽어보면 여관에 방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요셉과 산모 마리아를 위한 방이 없었다”며 “그곳에 많은 투숙객들이 있었지만, 곧 해산할 사람을 위해 누구도 자신의 방을 양보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는 이처럼 사납고 비정한 인간 세상 한가운데 찾아오셨다. room이란 단어는 방이라는 뜻 외에 ‘여지, 빈틈, 여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주님은 우리에게 자신을 위한 방을 마련해 놓았는지, 그 정도로 삶의 여유가 있는지 묻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는 “헨리 나우웬은 크리스천의 삶을 ‘적대감(hostility)에서 환대(hospitality)로’라고 간단히 정의했다”며 “세상은 적대감으로 가득하지만, 적어도 크리스천이라면 세상 속에서 환대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오 목사는 “우리가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객석을 한 칸씩 비워놓듯, 우리 삶에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환대”라며 “그것이 연극의 주인공 덕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메시지 아닐까? 연극인지 모른 채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려 했던 열심이 우리에게도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서 목사는 “40년은 성경에서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숫자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서 40년간 피신했고,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광야에서 40년간 생활했다”며 “연극 ‘빈 방 있습니까’도 40년째를 맞아 새로운 역사가 열릴 것이다. 광야에서 탈출해, 가나안 땅으로 입성하는 역사가 있길 바란다. 배우들뿐 아니라 뒤에서 수고하는 스태프들도 수고 많으셨다. 연극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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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증언 대표 박재련 장로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40년간 주인공 ‘지진아 덕구’ 역을 맡았던 극단 ‘증언’ 대표 박재련 장로(전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교장)는 “1981년 ‘빈방’처럼 허름한 소극장에서 처음 시작된 연극이 40주년을 맞았다”며 “연극을 통해 많은 심령들을 이끄셨고, 앞으로도 인도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덕구’ 역을 맡아 내년이면 70세가 된다는 박재련 장로는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묻는데, 예수님 오실 때까지 하고 싶다”며 농담한 뒤 “새로운 덕구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염두에 뒀던 분들이 성탄 시즌만 되면 바빠진다. 주변에 덕구 역 맡을 분들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전했다.

축사를 전한 동방박사 사장 박은철 장로(한국 YFC 이사장)는 “저희도 올해로 41년째를 맞았다. 저희 상호도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반갑다”며 “대한기독교서회 서점을 비롯해 종로5가에 있던 기관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것에서 보듯 기독교 문화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반기독교 정서 가운데 이러한 문화를 통해 성탄의 메시지를 적극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박은철 장로는 “크리스천들이 기독교 문화가 없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와 티켓을 구매해서 관람해 줘야 한다. 그래야 BTS가 만들어가는 문화처럼 ‘Jesus 문화’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성탄절에는 기독교 문화의 부활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축하연주 후 첫날 공연이 이어졌다.

12월마다 찾아오는 연극 ‘빈 방 있습니까’는 어느 교회 고등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연출 교사는 학생들의 반대에도 덕구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체험케 하기 위해 ‘여관 주인’ 역을 맡기고, 덕구는 눈물겨운 연습으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 간다.

덕구에 거부 반응을 보이던 학생들도 덕구의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열고, 마침내 12월 24일 공연 당일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서 연극은 매끄럽게 진행된다. 그러나 ‘빈 방’을 찾는 요셉과 만삭의 마리아를 보자, 덕구는 극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갈등을 겪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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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공연 모습.

극단 ‘증언’은 기독교 문화 활성화와 이웃 사랑, 사회봉사를 목적으로 1980년 창단돼 매년 12월 ‘빈방 있습니까’ 정기 공연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외에는 40년째 장애인 시설과 군부대와 교도소, 양로원과 병원, 학교 등을 방문해 연간 40회 이상 공연을 하고 있다. 무보수 봉사를 원칙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종률 극본의 연극 ‘빈 방 있습니까’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지난 1994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도 공연됐다. 당시 배우 박용수, 유오성, 김미경, 구혜령 등이 출연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배우 정선일, 강신일, 우상민, 서태화, 임은정, 박노식, 최윤준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 올해 연극에는 덕구 역 박재련 대표와 교사 역 김충실 권사(제작자) 외에 교사 역 홍지아, 학생 역 안세은·원우빈·김유진·고유·최경민 등이 출연한다.

김충실 권사는 “서로를 품기보다 모두를 불신으로 바라보고 헐뜯는 냉혹함까지 더해져 갈수록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있다. 몸도 마음도 추워져 가는데, 그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서로 돌아가면서 안아주는 아름다운 모습은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라며 “요셉과 마리아를 위해 선뜻 자신의 방을 내어주는 덕구를 통해, 순수하고 아름다운 허들링을 가슴에 품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 권사는 “40년을 한결같은 사랑으로 ‘빈 방’을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며 “40년간 ‘빈 방’을 위해 하나가 되어 섬겨왔던 수많은 손길들을 아기 예수님께서 일일이 기억해 주시고 축복을 내려 주시길 간구한다”고 덧붙였다.

26일까지 계속되는 공연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과 공휴일 오후 3시와 6시 두 차례 진행된다. 성탄절 당일인 25일에는 오후 6시 한 차례 공연한다. 28-29일 이틀간은 앵콜 공연으로 부천 뉴브릿지 D.T홀에서 공연을 펼친다.

‘빈방 있습니까’ 극본을 쓴 최종률 작가는 모든 사람들이 저작권 없이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대본을 통째로 올리는 등의 노력으로 연극은 전국 교회 등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