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벽화 윤석열 개사과 전두환
▲해당 관련 보도 화면. ⓒ중앙일보 유튜브
요새 공개적으로 신상을 밝힌 쥴리의 제보자 인터뷰로 뉴스라인이 떠들썩한 분위기이다.

필자는 간과하고 싶어도 뉴스에 있어 사람들이 문제 삼는 동기와 문제의 초점이 너무 편향적이고 평면적이라, 상당히 한탄스럽고 답답한 심정이다. 왜냐하면 확실히 뭔가 이 사회가 상식과 공정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이 시종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뉴스가 제기하는 의혹이 후보 부인에게 해당하는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 이슈 속에 근본적으로 내재한 문제점을 부득불 살펴 보지 않을 수 없다.

1. 공정

뉴스화된 내용을 살펴보면 서너 사람의 만남에 있어 유독 한 여성만 불법성과 적법성의 문제를 방불케 할 만큼 혐의적 분위기로 몰고가는 것이 사뭇 주목된다.

만약 이 만남의 자리가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것이었다면, 세 사람이 공모 관계이므로 모두 검거되거나 공히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남자는 빠졌다. 그것뿐 아니라, 한술 더 떠 그중 자수(?)한 격인 안 씨가 공범으로서 ‘진술자’도 아니고 ‘내부고발자’도 아닌, ‘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

안씨를 ‘증인’이라고들 하는데 사건의 성격상 비유하자면, 유력성이 떨어지는 피고자성 증인에 가깝기 때문에 이것도 썩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이런 안 씨가 마치 정의의 투사와도 같이 명예롭게 거론되며 위풍당당하게 윤 후보 부인인 김 씨를 겨냥하여, 그때 동석했던 한 여성을 전격 고발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상한 장면 아닌가?

요컨대 이 현상의 배후엔 적법성과 도덕성 이슈를 떠나서 모종의 합목적적인 계산과 암묵적인 인식의 관행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여진다. 즉 무턱대고 여성만을 문제삼는… 공정하지 않다.

2. 윤리와 상식

그럼 이제 윤리적인 면을 살펴보자.

호텔 주인인 조 회장은 일류 법대 출신으로, 당시 공직과 경제계에서도 명망이 있는 인사였던 것으로 보이며 세인의 존경의 대상이 됬었음직 하다. 그런 조 회장이 왜 대연회장 홀과 클럽에 나오는 여자들과, 조 회장에게 초대를 받아 간 자리에 늘 합석하는 지정된 이들을 두었을까? 그것도 딸 같이 젊은 여자들을?

추측컨대 다른 호텔들도 마찬가지였을 테니, 사업상 유익을 위해 그랬을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국외로 소문날 만큼, 한국 사회에 만연한 한국식 술대접 호텔 문화였는지 모른다. 아마 그런 것을 통해 위법적이지 않은 선에서 조 회장 특유의 사교계 문화를 나름 조성했던 게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그날 조 회장을 존경하는 서너 사람이 조 회장의 주선 하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한국 문화의 어떤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무턱대고 스펙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추종하는….

좀 더 생각해 본다면 목하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그날 20대의 젊은 여성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종의 당시 50-60대 남성주도적 기성 세대의 비루한 문화와 가치관과 사회상의 단면을 비추는 슬픈 한국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그 후 강산이 몇 번은 변했을, 25년여 세월이 흘러 갔다. 그리고 가정컨대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여성이 우연히 예비 대통령 부인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맞았다 치자.

그러자 당시 그녀를 알고 지냈거나 그녀와 합석했던 동료 내지 공범(?)들이 정치적 목적이 있는 유튜버들에게 선동되어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우후죽순 나서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은 위 안 씨처럼 80대가 되어서 혹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다지 자신의 사업이나 가족에게 손해를 입힐 것이 없다는 계산을 마친 경우 외엔, 자신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신상을 밝히길 꺼려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당시에 자기들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덕담을 나누었던 조 회장이란 분이 관할했던 그곳에 그녀도 함께 있었노라 고개를 좌우로 저어대며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그토록 바람직하지 않은 곳에 그녀가 있었노라고, 자신들과는 전혀 무관하게 마치 그녀만 거기 있었노라고 당당히 외치는 입장인 듯, 어떤 이는 감당할 수 없는 시기와 질투심에 악의가 충천하여서….

그 후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변화했고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 그 모든 것은 아랑곳 없이, 단지 25여년 전 그때의 그녀로만 박제된 모습이 현재의 그녀라고 목청을 높여 고함치면서….

정말 이토록 어이없게 비양심적이고 자기기만적인 우리 시민의식이 일부라도 국외에 노출된다면, 세계적으로 매우 창피한 일일 것이다. 요점은 이들이 주장하듯 과거 쥴리가 창피한 것이 아니라, ‘너 혼자만인 쥴리’를 강요하고 쥴리를 부활시키고자 발버둥치는 폭력적 행태들이 창피한 것이다.

(이미 유구한 접대 문화로 정평난 한국에서, 젊은 날 잠시 그런 곳에 적을 둔 이력이 있는 영부인이 나온다 하더라도 크게 놀랄 외국인들은 많지 않다. 저들이 정작 놀라는 것은 한국 남성들에게 만연한 ‘외도 문화’이고, 저들이 존중하는 것은 ‘현재적인 진실한 사랑’인 것이다. 이 점에서 윤 후보는 점수를 받을지 모른다.)

필자는 참으로 의아하다. 당시 그 자리에서 그녀를 그렇게 자랑스럽게 칭찬하며 소개하던 조 회장님이란 분은 왜 지금 침묵하고 계시며, 또 극진한 대접을 받는 자리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했을 안 씨는 왜 지금와서 딴소릴 하는 걸까?

지금도 쥴리 추적 유튜버 관계자들은 조 회장과 안 씨를 은인처럼 지극히 존경투로 지칭하고 있다. 만일 ‘그녀’가 자신들의 딸이나 조카라면 어땠을까? 필자는 실로 고개가 갸우뚱하다. 유튜버들과 제보자들이 말하는 그 ‘진실’이란 것에 대해.

구태여 말한다면 사실이라 할 만한것인데, 왜 그런 성격의 사실들 즉 다른 사람들에겐 얼마든지 드러나지 않을 만한 것들이 ‘그녀’에게서만은 공개적으로 밝혀져야 하는지를…. 그것도 다른 이들이 아닌 그 당시의 동료나 합석자에 의해. 조폭사회에서도 의리심이 있다고들 하건만….

(‘사실’은 아무때나 ‘사실’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사실’만을 액면 그대로 추구하고자 한다면, 당시 ‘그 자리’와 연관된 모든 이들의 사생활도 샅샅이 취재하듯 밝혀내야 하고, 현재 유튜버와 공직 정치인들의 지난 사생활도 다 밝혀져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이 부당하게 사용될 때는 ‘비진실’이 되는 것이란 점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비진실’ 혹은 ‘불공정’은 특정인에 대한 ‘인격훼손’ 내지 ‘프라이버시 침해’가 된다.)

여기에 명분을 들이대는 것이 난데없는, 전세계에 유례없이 요즘 한국 정치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바로 ‘영부인 자격론’ 내지 ‘영부인 검증론’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영부인이란 대통령이 된 한 남자의 아내이기에 저절로 따라오는 칭호 아닌가?

예비 대통령의 가정도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의 가정이 아닌가? 그것도 남들처럼 20-30대에 결혼한 부부도 아니고, 반평생을 자식도 없이 외롭게 혼자 살아오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부부의 가정임에랴….

영부인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우선 대통령인 남편과의 ‘관계’ 때문이지, 따로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녀가 과거에 어떠한 삶을 살아왔든, 존귀했든 비천했든, 장애자든 심신미약자든 대통령의 아내면 아내로서 당연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상식인 것이다.

대통령의 아내는 특별한 경우에 따라 대통령의 내조자의 역할만을 최소한 수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가의 얼굴이니 명예니 품위니 하는 수식어들은 사실 부차적인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상식을 저버리고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청와대의 안주인이란 것에만 역점을 둔다면, 돈을 인륜적 관계 질서나 가치 판단의 선결 요건보다 앞세우는, ‘돈 돈 돈’만 아는 저급한 상식 밖의 민도임을 온 세상에 공표하는 격이다.

3. 여성 지도자

추 전 장관이 조 전 장관의 아내가 검증의 칼을 피할 수 없었던 것과 견주어 윤 후보의 아내를 벼르는 태도는 상당한 판단착오다.

전자는 온 국민이 매우 민감한 대입 제도상 위법 행위에 대한 검증의 사안이었으므로 부득이한 절차였을지언정, 정 씨에 대해 지난 사생활을 샅샅이 캐거나 공개적으로 풍문에 빗대 거론한 적이 없지 않은가?

‘영부인의 꿈’이니 ‘권력 유착’이니 ‘가짜 인생’이니 하는 이런 표현들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가해적인 모함성 표현들이다.

모름지기 모든 국민이 신분에 관계없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의 정신을 기억하는 전 법무부 장관이라면, ‘쥴리’를 후보 부인에 빗대 함부로 거론하며 무시하고 지적하고 망신주려 하는 편견적 악의와 오만을 버려야 한다.

한국 여성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개인적 사감이나 특정 정파 수호만을 위한 공격 일변도의 협소한 차원을 떠나, 우리 사회 문화 제반의 구조적 모순과 인식의 결함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목하 한국의 여성 지도자라면, 예외적으로 여성성이 접대에 핵심적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관행이 자리잡아온 이 사회의 폐습적 가치관과 불공정한 태도와 신념 체계등을 재점검하고 쇄신하고 근절시키려는 의지를 불태우는데 시간과 정력을 쏟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

4. 신의 메시지

위와 같은 일이 전국민적 이슈로 등장한 데엔 그간 이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나 차별이나 사회적 불의를 넘어, 표리부동한 이중성으로 집단적 체면이나 국가적 체면만을 중시해온 한국 백성들의 위선을 일깨우고자 하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고 느낀다. 전체적인 국가 사회적 자숙과 성결을 촉구하시는 하나님의 경종에 귀 기울일 때다.

세모의 계절, 부활의 주님으로 오신 아기 예수의 성탄을 기뻐하고 평화를 기도하는 우리 모두는 이 시대와 이 나라와 각 가정들과 이웃들의 아픔에 연대의식을 가지고 자신들의 책임감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을 듯 하다.

문득 톨스토이 ‘부활’의 주인공인 ‘네플류도프’ 속에 일어났던 양심의 회복과 참 사랑의 실천, 영혼의 부활이 새삼 가슴을 적시는 요즈음이다.

박현숙
▲박현숙 목사.
박현숙 목사
인터넷 선교 사역자
리빙지저스, 박현숙TV
https://www.youtube.com/channel/UC9awEs_qm4YouqDs9a_zCUg
서울대 수료 후 뉴욕 나약신학교와 미주 장신대원을 졸업했다. 미주에서 크리스천 한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다.
시집으로 <너의 밤은 나에게 낯설지 않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