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전도사
▲탈북했다가 북송당한 뒤 재탈북에 성공해 2007년 한국 땅을 밟은 김광호 전도사. ⓒ21TV 캡쳐
탈북했다가 붙잡혀 북송당한 뒤 재탈북에 성공해 2007년 한국 땅을 밟은 김광호 전도사(장신대 신학대학원)가 “탈북민들이 남북 연합의 마중물이 되도록, 격려하고 다정하게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최이우 목사, 이하 한복협)가 10일 서울 강변교회(담임 이수환 목사)에서 ‘한국교회에서 탈북민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12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에는 김 전도사와 권형준 목사(정읍명성교회)가 나섰다.

김 전도사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던 1992년도 북한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첫 탈북 시도 후 북송당한 뒤, 1997년도에 기적처럼 재탈북에 성공했다. 이후 10년 동안 중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누나는 그 과정에서 공안에게 붙잡혀 북송돼, 북한에서 8년형을 받고 이후 소식이 끊겼다. 나와 함께 탈북해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는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팔려가 한족과 결혼하고 식당 등에서 일했다. 이게 중국에서 머물고 있는 탈북여성들의 현실”이라고 했다.

오랜 도망자 생활로 늘 생명의 위협에 시달려
가족 지켜야 하는 긴장감에 성격 날카로워져

이어 “중국에선 이렇게 생활하는 탈북민들이 10만 명이 넘는다. 탈북민은 중국이나 제3국을 거쳐 보통 한국으로 오는데, 도망자 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성격이 대부분 날카롭다.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중국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생명의 위협에 항상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전도사는 “탈북민들은 마치 툭 치면 깨지는 유리잔과도 같다. 스스로와 가족을 지켜야 하는 긴장에 항상 시달렸기 때문”이라며 “현재 교회에서 탈북민 사역자로 일하는 나는 탈북민의 마음이 깊이 공감된다. 2007년 처음 한국에 온 뒤 14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에서의 탈북민 차별이 있다. 사람들로부터 받은 ‘너 탈북민이야?’ 등 이런 질문들은 내게 분명 상처가 됐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회제도 자체가 탈북민들을 아직도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것 같았다. 한국에 와서도 북한 사투리를 숨기면서 한국말을 잘하려고 노력했다. 북한에선 ‘내 운명의 주인은 나’라는 주체사상 이론에 인이 박여 남한에서 사람에 대한 사랑은 낯설었다”고 했다.

그는 “한 친구의 전도로 예수님을 영접한 뒤, 예수 제자 훈련 과정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한 할머니 선교사님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체득했다. 전형적인 북한 남자였던 나를 하나님의 한 사람으로서 가족처럼 대해주셨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도록 주선도 해주셨다”고 했다.

이어 “그분의 삶을 통해서 예배와 기도를 배웠다. 할머니 선교사님은 예배에 목숨을 걸었고, 기도의 골방에서 끈질길 기도로 얻은 응답을 몸소 목격했다. 말씀 순종이 몸에 뱄던 할머니 선교사님을 통해 내 인생도 변화됐다. 그분의 삶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나를 사명의 길로 인도했다”고 했다.

북한 생활습관서 비롯된 성품, 주변에 상처
목표 완수 열정은 장점… 많이 격려해 달라

그는 “예수제자 훈련과정에서 자존심이 센 나는 무시당하면 화가 많이 나기도 했다. 동역자들과 가족들에게 많은 상처를 줬다”며 “결론과 당위성을 앞세워 자기주장만 했다. 이는 북한사회에서의 오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성품이었다”고 했다.

또 “한국사회에서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고, 재정관리 방법이나 법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다. 관계성 맺기도 어려웠다. 사역의 욕심에 매몰돼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이기적인 사역을 하면서 다른 교회 공동체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며 “북한 문화에 따른 지나친 경쟁의식의 영향도 있었다. 서로를 이해하고 연합하는 데도 북한에선 생소한 개념이라 사역과정에서 많은 부침도 겪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북민이 통일 이후 북한과 남한 사람과의 연합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문턱을 낮춰 탈북민에게 많은 사역적 기회를 부여해 달라. 특히 탈북민 사역자들을 많이 받아주고 격려하면서 다정하게 가르쳐 주길 바란다”며 “탈북민들은 목표를 끝까지 완수하려는 열정이 장점이다. 이를 잘 살려 준다면, 향후 통일사역자로서 마중물 역할을 잘 감당할 것”이라고 했다.

자살 충동, 대한민국 평균은 5% 탈북민은 14.6%

아울러 “탈북민들도 한국교회를 알고 도전정신을 가져 여러 사역 분야에 자원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탈북 사역자에 대한 멘토링 과정을 설치해 달라. 단순한 재정적 지원이 아닌, 예배의 이유와 가치 등 기독교 가치를 적극 잘 가르쳐 지도해 달라”며 “탈북민들이 향후 통일을 위한 마중물 역할에 크게 기여하면서 북한 사역은 한층 더 활발해질 것”고 했다.

김 전도사는 현재 ‘하트브릿지’라는 비영리 NGO 단체에서 탈북민 청소년 교육 캠프를 섬기고 있다.

한편 앞서 발표한 권형준 목사는 “지난 1년간 탈북민의 자살 충동은 대한민국 평균치(5%)보다 훨씬 웃도는 14.6%로 조사됐다”며 “심리적 어려움은 재정지원으로 해결되지 않기에, 한국교회는 탈북민에게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줘서 포용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