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미성숙, 교회 신학적·영적 미성숙 탓
시대 대표 독립운동 지도자들 모두 신실한 성도
균형 잡힌 기독교 세계관과 깊은 시대적 통찰력
성경적 역사의식으로 무장된 성숙한 신앙인들
한국교회 더 건강한 방향으로 갱신되지 않고는

탁월하고 성숙한 기독교 정치인 배출할 수 없어

이재명 윤석열
▲지난 2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기도하는 이재명·윤석열(왼쪽부터) 여야 대선후보. ⓒ크투 DB

내년 3월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력한 후보 두 사람 모두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국민 대다수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된 대로 선거는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다. 자격 미달인 대통령에 의해서 통치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라가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왜 우리는 이렇게 비통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는가? 이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은 한국교회의 영적 상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 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미성숙은 한국교회의 신학적, 영적 미성숙과 연결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1910-1945) 동안 한국교회는 외형적으로 볼 때 보잘 것 없었다. 개척된 교회들도 소수였다. 성도들, 더 나아가 교회 지도자들의 숫자도 얼마 되지 않았다. 더구나 교회는 일제의 직접적인 탄압과 박해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국교회는 신학적·영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3.1운동을 이끌었던 중심 인물들의 절반이 기독교인이었고,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탁월한 지도자들의 상당수가 그리스도인이었다. 이승만, 김구, 안창호, 조만식, 이승훈, 남궁억, 서재필, 유관순 등 그 시대를 대표했던 독립운동 지도자들이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

더 나아가 이승만을 포함한 기독교인 독립운동가 상당수가 해방 이후 기독교 입국론에 기초하여 대한민국의 건국에 기여했다. 일제 시대와 대한민국 건국기에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던 그리스도인들 모두 균형 잡힌 기독교 세계관과 깊은 시대적 통찰력 그리고 성경적 역사의식으로 무장된 성숙한 신앙인들이었다.

대한민국이 건국된지 73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는 위에서 언급된 인물들과 같은 정치적·신앙적 지도자들을 배출하고 있는가? 안타깝지만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번 대선을 위해 각 당의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정치인들 중 그리스도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 힘에서는 황교안, 박진, 최재형, 원희룡 등 자타 공인 기독교인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야당 후보 경선에서 황교안, 최재형, 박진 후보는 끝내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원희룡 후보가 본선에 올라갔으나 결국 윤석렬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여당에서도 이재명, 정세균 등이 기독교인임을 자임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최종 대선 후보가 되었지만, 그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자격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외 김문수 전 지사나 김진태 전 의원 그리고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같은 기독 정치인들이 있지만 확장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보여주고 있다.

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을 포함하여, 예선에서 탈락한 여타 후보들 모두 이승만, 김구, 조만식과 같은 초기 기독교 지도자들에 비하면 엄청난 미숙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실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명백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여러가지 차원에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소위 기독교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미성숙한 모습은 현재 한국교회의 영적·신학적 미성숙의 결과이다.

다시 말하면 지난 한 세대 동안 한국교회는 균형잡힌 기독교 세계관과 깊은 시대적 통찰력, 성경적 역사의식, 그리고 과감한 실천력으로 무장된 성숙한 신앙인들을 배출하는데 실패해 온 것이다.

이 분석을 끝까지 밀고 간다면, 한국교회가 더 건강한 방향으로 갱신되지 않고는 탁월하고 성숙한 기독교 정치인들을 배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교회의 갱신은 어떠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가? 첫째, 한국교회는 모든 성도들에게 균형잡인 기독교 세계관을 심어주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독교 세계관이란 성경의 가르침에 기초하여 삼위일체 하나님과 우주와 역사와 인생을 바라보는 바른 관점을 뜻한다. 더 나아가 성경적인 관점에서 죄인의 구원, 교회의 본질, 우주와 인생의 종말을 이해하는 신학적 체계를 뜻한다.

요컨대 기독교 세계관은 크게 보아서 기독교 교리와 신학의 전체 시스템을 의미한다. 사도 바울이 말한 “하나님의 뜻 전체(행 20:27)” 또는 “은혜의 경륜(엡 3:2)” 전체를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지난 한 세대 동안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전경륜 즉 기독교 세계관을 총체적·통합적으로 심어주는데 실패하였다.

이제부터라도 교회의 지도자들 자신들부터 솔선해서 기독교 세계관으로 무장하기를 힘써야 한다. 그리고 주님이 맡겨주신 성도들을 하나님의 전경륜으로 무장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둘째, 한국교회의 지도자와 성도들 공히 깊은 시대적 통찰력과 성경적 역사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여기서 ‘통찰력’이란 잠언 29장 18절이 말씀하는 바 ‘묵시’ 또는 ‘비전’과 유사한 뜻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해서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과 비전을 발견하고, 그 뜻을 따라 살아가는 것의 가치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동시에 성경에 기초하여 대한민국과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역사 섭리를 관통하는 역사의식을 품고 용기있게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 역시 그리스도인 모두의 거룩한 책임이다.

크게 보아서 지난 한 세대 동안 한국교회는 깊은 시대적 통찰력과 성경적 역사의식으로 무장한 실천적이고, 성숙한 지도자와 성도들을 길러내는데 실패하였다.

이제는 더 이상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는 대한민국이 처한 역사적 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느덧 2021년이 저물어간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한국교회의 갱신 여부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한국교회가 더 성숙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갱신된다면 그만큼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갱신되지 못한다면 그만큼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아니 어쩌면 대한민국이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는 더 이상 주저하거나 망설일 여유가 없다. 더 진지하고, 열정적인 자세로 한국교회의 갱신을 추구해야 한다.

2021년이 가기 전 새해에는 반드시 갱신을 이뤄야겠다는 거룩한 결단이라도 할 수 있다면, 다가오는 2022년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의 미래는 훨씬 더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 주여, 부디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정성욱
▲정성욱 교수.
정성욱 박사
美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저서 <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 변증>, <10시간 만에 끝내는 스피드 조직신학>, <삶 속에 적용하는 LIFE 삼위일체 신학(이상 홍성사)>,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십자가 신학과 영성>, <정성욱 교수와 존 칼빈의 대화(이상 부흥과개혁사)>, <한국교회 이렇게 변해야 산다(큐리오스북스)>, <밝고 행복한 종말론(눈출판그룹)>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