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추구 신학일수록 시대의 도전 적절히 응답해야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성경적 복음주의 절실히 필요
거짓 예언으로, 혹세무민하는 지도자 없도록 살펴야

기독교학술원 90회 포럼
▲왼쪽부터 김종걸 교수, 김영한 원장, 김성원 교수, 정기철 박사. ⓒ학술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90회 월례포럼이 ‘기독교 세계관: 포스트모더니즘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3일 오후 서울 양재동 횃불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종걸 교수(한국침신대)가 ‘포스트모더니즘과 복음주의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종걸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일종의 지성적 문화운동으로, 모더니즘에 대항해 일어나 21세기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정신적 사조”라며 “건축, 문학, 예술, 영화, 과학, 종교, 철학, 사회이론, 신학 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하나가 아닌 여러 현상을 나타낸다. 즉 비슷한 특징을 갖고 나타나기 시작한 예술적·사회적·철학적 현상이기에, 통일된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개별성, 특수성, 다양성을 용인하는 다원주의를 표방한다. 포스트모던한 사고를 종교에 적용시키면, 그것이 바로 ‘종교다원주의’가 되고, 이는 곧 후기 현대의 자유주의 신학”이라며 “종교다원주의는 현대 세계에서 기독교가 직면한 가장 어렵고 보편적인 문제다. 그러므로 기독교에 있어 큰 도전과 위기인 동시에, 복음증거를 위한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고 정리했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을 떠나서는 생각될 수 없다. 모더니즘은 전통, 절대, 객관, 지속의 특성을 함유하고 있으며, 그 중심 축에는 인간 이성이 있다”며 “인간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인간의 합리적 이성을 진리의 척도로 간주하는 현대 정신의 길을 열었다. 모더니즘의 정신은 합리적 주지주의, 합리적 도덕주의, 현세만 인정하는 내재주의와 과학주의, 낙관적 진보주의에 대한 믿음”이라고 설명했다.

김종걸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서구 사회의 문화와 삶과 사고를 지배해온 모더니즘에 대한 반동으로서 미국에서 196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일종의 지성적 문화운동”이라며 “급격한 사회변화로 각 분야가 혼란에 빠지자, 모더니즘을 대신하며 시작된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상적 배경으로는 ①모더니즘에 대한 반성: 모더니즘이 내세운 합리적 자아가 아닌 욕망적 자아가 개인과 사회집단을 지배하게 됨을 인식 ②현대 산업사회 비판을 통해 인간 이성이 이기적 욕망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적 합리성에 불과함을 지적 ③산업화가 가져온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심화, 기계기술 문명 발달이 가져온 비인간화 현상으로 새로운 사상 요구 ④전통적·정형화가 아닌 새로운 것에 대한 요구가 극대화돼, 비규격적·비합리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며 각 분야에서 비합리성 표출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결국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사회에서 파생된 문제점과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주된 요인과, 인간의 심리 및 사회 현상의 변모에 따라 시대와 문명이 변해가는 부차적 요인으로 말미암아 그것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데서 발생한 것”이라며 “포스트모더니즘은 해체주의, 비합리주의 내지 탈합리주의, 다의성·상대성·복수성, 탈인간화, 탈정치화·탈역사화 등을 표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복음적 기독교는 이 시대의 정신과 삶을 주도하면서, 미래 교회와 신학을 책임져야 할 중차대한 과제를 지니고 있다”며 “복음적 기독교는 세속적 정신이나 신비주의를 타파하고, 이 시대의 문화를 하나님 말씀에 입각해 조명하면서 구체적인 역사의식을 갖고 하나님 나라를 선포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기독교학술원 90회 포럼
▲김종걸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학술원
이후 복음주의에 대해선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복음을 선명하고 명료하게 선포하는 신학적 입장이다. 핵심은 믿음으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것”이라며 “복음주의의 근원은 종교개혁이지만, 17세기 독일 경건주의, 18세기 영국 웨슬리 운동과 미국 청교도운동, 19세기 대각성 운동, 20세기 초 근본주의 교리수호 운동을 통해 역사적 흐름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걸 교수는 “근본주의와 복음주의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근본주의는 보통 20세기 초 자유주의·현대주의의 도전으로부터 성서적·전통적 기독교 신앙을 보존하기 위해 미국에서 일어난 신앙운동”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후 근본주의 신학의 교리적 축소주의와 방법적 편협주의에 대한 불만과 함께, 보수 신학의 학적 방어를 이루기 위해 등장한 것이 복음주의 신학이다. 즉 복음주의 신학은 자유주의 신학을 반대하고 근본주의 신학의 결핍을 보완하자는 신학”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근본주의와 복음주의 모두 성서의 권위를 전적으로 인정하며 정통주의의 기본 교리들에 대한 입장은 동일하다. 그러나 사회적 관심에 대해서는 근본주의가 폐쇄적이고 분리적인 반면, 복음주의는 개방적”이라며 “복음주의 신학은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복음적 교리를 강조하는 복음주의(Evangelicalism), 다른 하나는 복음적 실천을 강조하는 신복음주의(New Evangelicalism)”라고 했다.

그는 “오켕가(Harold Ockenga)는 복음주의의 특징을 △복음주의적 열심과 지성적 학문성 결합 △복음의 사회적 적용 강조 등으로 요약했다”며 “복음주의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특징들을 보면, ①성경이 최고 권위임을 믿는다 ②십자가를 믿음으로 주어지는 중생의 개인적인 체험을 강조한다 ③복음 전도의 긴박성을 강조한다 ④전도와 사회봉사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한다 ⑤하나님 말씀을 체험하고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등이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정통을 추구하는·신학일수록 현 시대의 도전에 적절하게 응답해야 한다. 기독교의 근본 교리에 대한 신앙과 죄의 회개, 중생을 강조하는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들은 성장하고 있다. 옛 것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의 영적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라며 “복음주의 기독교는 현 시대인 포스트모더니즘을 바로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걸 교수는 “종교다원주의와 해체주의, 뉴에이지 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진리와 가치의 의미가 퇴색돼 시대를 이끌 정신과 사상이 없어진 포스트모던 시대 복음주의 기독교의 과제는 무엇인가”라며 ①성경이 하나님 말씀으로 철저히 인정되고 고백되며 선포해야 한다 ②구속사적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 ③복음의 사회적 적용을 강조한다 ④종교다원주의, 뉴에이지 운동, 해체주의의 미혹에 맞서 영을 분별하는 은사와 함께 성경적 회복을 강조한다 ⑤향락과 이기주의가 난무하고 쾌락이 바람직한 가치로 추앙받는 시대, 도덕성 회복을 강조하고 실천해야 한다 등을 제언했다.

김 교수는 “성경에 근거한 기독교가 참된 것이지, 복음주의에 근거한 기독교를 성경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윈터 박사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신학은 교회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신학과 교회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신학의 사명은 교회가 필요로 해야 하고 또한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성경적 복음주의 신학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는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며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이 어떠한 것인지를 진지하게 공부해, 하나님이 교회들에게 주시는 시대적 말씀이 어떠한지 성경적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신앙적 무장을 철저히 그리고 분명히 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올바른 신학이 결여되어 있고, 거짓 예언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목회자들이 더 이상 없도록, 주변을 살피고 강하게 응징하고 대처하는 우리의 노력과 포스트모더니즘에 성경적으로 대응하는 교단과 교회의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때”라며 “여기에는 신학자의 거듭남과 영적 갱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독교학술원 90회 포럼
▲포럼에서 김영한 원장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학술원
앞서 원장 김영한 박사는 ‘성경적 복음주의만이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에 대안을 제시한다: 진리의 척도, 윤리의 규범 제시’라는 제목으로 개회사를 전했다.

김영한 박사는 “복음주의는 미국에서 사회, 정치, 문화, 가치관 등에 영향력을 주는 보수주의적 세력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며 “그 중심에는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해 왔던 일관성 있는 복음주의의 신학적 노력이 있었다”고 풀이했다.

김 박사는 “칼 조지(Carl F. George)가 지적한 대로 미래교회는 메타교회, 즉 다가오는 미래의 구조에 적응하여 스스로 변화하는 ‘열린 교회’”라며 “이러한 복음주의 기독교는 열린유신론(open theism), 유신진화론(theistic evolutionism)을 수용하는 좌파 복음주의(left evangelicalism)나, 종교다원주의를 수용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거부하는 자유주의 기독교(Christian liberalism)와 구분된다”고 밝혔다.

그는 ‘복음주의 기독교’가 제시하는 구체적 대안으로 △하나님 말씀인 성경: 진리의 척도 △유일한 구주 예수 그리스도: 종교의 종말 △도덕과 윤리의 규범: 윤리해체 방지와 성결운동 △사회적 소수자, 소외자, 약자를 이웃으로 배려하는 운동 △우리 삶의 감성적 차원을 심화시키는 운동: 소그룹 운동, 큐티 활성화, 찬양과 워십, 예술과 미학적 삶의 표현, 여가 선용, 건전한 놀이 개발 등 △생태계 청지기 사상: 환경 파괴 중단과 생태환경 보존 운동 등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후기 현대는 종교다원주의와 해체주의, 뉴에이지 운동로 인해 진리와 가치와 의미가 퇴색돼 시대를 이끌 주도적 정신과 사상이 없어져 버린 ‘기독교 이후 시대(postchristian era)’”라며 “이러한 시대에서 세상과 영합하는 자유주의(liberalism)나 동성애나 종교다원주의에 어느정도 타협하는 좌파 복음주의(left evagelicalism)는 포스트모던 해체주의(postmodern deconstructivism)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진단했다.

김 박사는 “성경에 근거한 주류 기독교(mainline Christianity), 즉 정통 기독교(orthodox Christianity)만이 이 시대를 극복하고 인류를 구원으로 이끌 수 있다. 성경적 복음주의(biblical evangelicalism)만이 정통 기독교의 본질에 상응한다”며 “그렇다고 복음주의가 자신을 절대화해서는 안 된다. 복음주의 기독교는 말씀과 성령 안에서 우리에게 인격적으로 다가오시는 하나님 앞에(Coram Deo) 끊임없이 대면하면서 자신을 반성하고, 포스트모던 시대의 도전에 성경적 해답이 무엇인지 반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논평은 김성원 교수(서울신대)와 정기철 박사(전 호남신대)가 각각 맡았다. 개회예배에서는 오성종 교수(전 칼빈대 신대원장) 인도로 정기철 박사가 설교했다. 이날 포럼은 사무총장 박봉규 목사의 광고와 김영한 박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