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스며드는 칼뱅혐오 바이러스
교회에 스며드는 칼뱅혐오 바이러스

정윤석 | 기독교포털뉴스 | 96쪽 | 7,000원

제프 메더스는 <겸손한 칼빈주의>에서 칼빈이 주장한 성경적인 가르침을 제대로 전파하고 가르칠 때, 반드시 복음적인 태도인 겸손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좋은씨앗, 2020).

몇몇 칼빈주의자가 올바른 진리를 추구하려는 열정이 앞서 겸손한 태도를 갖지 못하고 교만하게 자신이 믿는 혹은 칼빈이 주장했다고 말하는 교리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예수님이 아니라 칼빈을 숭배하는 것처럼 보이기 딱 알맞다.

또 다른 측면에서 칼빈은 심각한 공격과 비난을 받고 있다. 그가 ‘제네바의 학살자’였다는 음해, 그것도 오랜 세월 한국 기독교를 괴롭혀 온 이단 신천지로부터 적극적인 공세를 받고 있다.

사실 균형 잡힌 교회사 서적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적이 있거나 공부해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신천지의 주장은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을 만큼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불과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신천지가 주로 소통을 시도하는 유튜브 영상이나 자극적인 인터넷 기사를 통해 정보를 취득한다. 이를 통해 칼빈에 관한 부정적인 시각이 은연중에 퍼지고 나아가 혐오하는 이들을 만든다.

대한민국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많은 기독교 교파를 차지하고 있는 장로교가 칼빈의 신학 위에 세워졌다고 보기 때문에, 종국엔 한국 기독교 대부분을 잔인하고 악랄한 학살자가 세운 교회라고 오해하게 만든다. 이단 신천지의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교회를 미워하게 하고 등을 돌리게 만든 뒤 자기 세력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거짓 뉴스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사기꾼이 만든 거짓에 속아 삶을 망치는 이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세상에서도 ‘팩트체크’라는 것을 하여 기사나 정보가 정말 사실인지를 검증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그러면 칼뱅이 제네바의 학살자였다는 신천지의 주장은 사실일까? 누군가 팩트체크를 해줬으면 좋겠다. <교회에 스며드는 칼뱅혐오 바이러스>는 바로 그 팩트체크를 제공한 책이다.

존 칼빈 장 칼뱅
지은이 정윤석 목사는 칼빈신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역사신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기독교포털뉴스를 운영하며 이단을 예방하는 글과 책을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는 <유튜브에서 이단분별하는 11가지 지침>, <신천지 왜 종교사기인가?> 등이 있다.

저자가 검증하려는 정보는 신천지 신도가 발행하는 천지일보 2020년 3월 1일자, “마녀 사냥꾼 칼빈이 낳은 장로교, 제네바 ‘살인’ 한국서도 재현”이란 제목의 기사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한 “신천지, 칼빈 장로교의 씨”라는 제목의 영상, 그리고 HMBC(신천지에서 단막극 드라마 등을 송출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30분짜리 단편 드라마 “예수교와 칼빈교, 그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영상이다.

신천지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①칼빈이 제네바에서 국가를 장악했다 ②혹독한 정치와 이단 정죄로 국민을 억압하고 종교재판을 통해 수많은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 ③한국에서 칼빈은 뛰어난 신학자로 소개되지만, 기독교 역사철학자들은 ‘최악의 기독교인’이라 평가한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저자 누가가 예수님과 사도의 행적을 꼼꼼히 조사하고 차례로 연구한 뒤 결과를 기록한 것처럼, 저자는 신천지의 주장을 하나하나 역사적 사실로 검증한다.

1차 자료나 여러 검증된 역사학자의 설명 그리고 신천지가 주장하는 것에 근거가 아예 없거나 출처로 삼은 정보가 왜곡되거나 오용되었음을 증명하여, 그들의 주장을 하나씩 무너뜨린다.

91쪽의 짧은 책이지만, 충분한 정보와 논리적인 반박을 통해 신천지의 주장이 얼마나 비역사적이고 비논리적이며 허무맹랑한 거짓인지를 밝혀낸다.

먼저 저자는 칼빈이 제네바의 독재자가 아니라 오히려 제네바의 미움을 받고 추방된 적이 있으며, 1541년 재입성 이후 18년 동안 시민권도 없는 ‘난민’으로 살았음을 밝힌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전권을 쥐고 국민을 억압할 수 있었겠는가?

또 제네바는 독립된 공동체로 소의회를 통해 도시 주요 사항을 결정했다. 한 사람의 독재자가 결정할 수 있는 정치 체제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칼빈은 기독교 교리를 통해 제네바를 교화시키려 했지만, 사실 제네바 시민 중 칼빈과 정치적 종교적 갈등 관계에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이들이 기독교 윤리에 따라 순응하며 살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칼빈은 제네바의 지지도 얻었지만 반대파도 분명 있었다.

유럽의 마녀사냥이 역사적 사실임은 틀림 없다. 하지만 종교개혁으로 개신교가 떨어져 나간 가톨릭 교회는 여전히 정치와 결탁한 권력 집단이었고, 그들에 의해 제네바뿐 아니라 많은 도시 국가에서 종교재판이 대부분 이루어졌다. 제네바 개신교의 종교재판은 사법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칼빈이 세르베투스의 재판에 자문과 조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화형을 집행한 것은 칼빈이 아니라 스위스 도시 국가들이 동의한 법령에 의한 것이었다.

신천지는 이런 정치적, 종교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유럽 국가 전역에서 일어난 마녀사냥 및 불합리한 종교재판이 전부 칼빈에 의한 것이라고 모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후대 기독교 역사철학자들은 칼빈을 훌륭한 기독교 지도자로 인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테오도르 베자, 기욤 파렐, 교황 비오 4세, 존 녹스, 발렌티누스 안드레아에, 필립 샤프, 막스 베버, 알리스터 맥그라스 등의 평가를 반영하여 이 사실을 입증한다.

파렐 칼빈 베자 녹스
▲제네바 바스티옹 공원에 세워진 종교개혁자 석상. 왼쪽부터 파렐, 칼빈, 베자, 녹스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교회에 스며드는 칼뱅혐오 바이러스>에서 정윤석 목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칼빈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지, 칼빈의 무오와 무류를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칼빈도 하나님이 세워 자기 이름을 위해 일하게 하신 흠 많고 연약한 토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천지는 칼빈을 무너뜨리면 기독교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교세를 확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칼빈을 혐오하도록 거짓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독교 역사를 냉정하게 평가하며 오늘의 교훈으로 삼는 것은 유익하고 좋은 일이지만, 편향된 시각으로 기독교 역사를 부정하고 잘못된 오해로 진리를 거부하게 만드는 건 사악하고 위험한 일이다.

저자의 노력으로 이 책을 접한 모든 독자가 쓸데없는 논쟁과 말도 안 되는 거짓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칼빈과 그가 주장한 성경적인 교리가 보호받기를, 신천지의 계략이 드러나 오히려 거짓 교사가 누구인지 드러나고 그들에게서 멀리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