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 관하여
우리에 관하여

피터 카파타노 외 | 공마리아 외 역 | 해리북스 | 448쪽 | 22,000원

나는 하늘을 날지 못한다. 공중부양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못한다 해서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다. 또 그것을 하지 못한다 해서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는다. 물론 그렇게 날아보거나 공중부양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그것이 내가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주지 않는다.

또 내가 100미터를 10초 내에 뛰지 못하고 마라톤을 두 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 해도 별반 상관하지도 않으며 부끄럽지도 않다. 실제로 100미터와 마라톤을 그렇게 하는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다 해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문제될 것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100미터를 1분 안에 들어오지 못하거나 마라톤이 아니라 5킬로미터 단축 마라톤을 두 시간 안에 뛰지 못하면, 부끄러워하거나 내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당장 내 생활에 어려움을 주어서라기보다 평균적인 이들보다 자신이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며, 내게 다른 사람들보다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 평균이란 것, 또 일반적이라는 기준은 상대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읽은 해리북스의 <우리에 관하여>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뉴욕타임즈에 실린 60여 편의 에세이를 묶은 것이라고 한다. 각자 장애를 가진 필자들이 비장애인의 입장이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자신과 자신들의 삶, 또 장애에 대한 생각들을 기술한 것이다.

우리는 종종 장애를 가진 분들을 접할 때 그들 자신을 보기보다는, 그들이 가진 장애로 그들을 규정하고 어떤 선입관을 가짐으로써 마르틴 부버가 말한 ‘나와 너’가 아니라 ‘나와 그것’의 관계가 되어 버리게 할 수 있다.

결국 그분들 자신 그대로 이해하기보다는 우리의 시간과 선입관으로 그분들을 규정하고 재단해 버릴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책 제목처럼 ‘우리에 관하여’는 그분들 자신이 자신에 대해 써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선입견과 편견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소통의 가장 기초가 되며 첫걸음이 될 것이다. 책 초반에서 언급하듯 정체성은 남이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장애를 가진 분들을 인격체로서보다는 어떤 경우 그저 도움이 필요한 분, 우리랑 다른 분이라 먼저 생각함으로써 온전한 소통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 물론 자신이 말하는 정체성조차 주관적일 수 있지만, 최소한 자신을 자신이 설명함 속에서 상대와의 이해의 시작이 된다.

또 장애를 가지지 않은 이들이 다수이고 비장애인들이 자신들이 말하는 삶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해도, 그것도 역시 주관적이기에 옳거나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결국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을 통해 그 관계와 소통은 이루어질 것이다.

봄 전시회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제7회 봄(Seeing&Spring) 전시회 현장. (본 사진은 해당 서평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크투 DB
문제는 장애를 가진 분들이 상대적으로 소수이고 또 그 각각의 장애들이 갖는 특성으로 인해 장애를 갖지 않은 이들보다 어떤 때는 약할 수밖에 없기에, 그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삶의 권리들이 무시되거나 경홀히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에 관하여’란 말처럼 그분들 시각에서 바라보며 이해해야 하고, 그분들 자체로서 인정하고 배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게 된다.

이 책의 탁월성은 그분들의 이해만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분들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장애라기보다 남들이 그들보다 잘함에서 오는 불편함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음악을 좋아해서 악기를 다루는데 소질이 있어 잘 연주하는 사람 앞에서, 통기타에서 제대로 음도 내기 힘든 나 같은 사람을 소질이 없고 재능이 없다고 이야기하지 장애를 가졌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것은 남들보다 어떤 면이 한 가지 부족하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평소 장애라고 생각지 않았던 것이나 들어본 적이 없는 질병들도 장애로서 이야기한다. 예컨대 당뇨 같은 것이나 일종의 정신질환도 그렇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나름의 장애, 아니 남들보다 못하는 것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시각 속에서 서로를 돌아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바로 내 옆에서 살아가는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배려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문양호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