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갑주
전신갑주

이언 두기드 | 이대은 역 | 생명의말씀사 | 176쪽 | 11,000원

“마귀의 간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으라(에베소서 6:11)”.

전신갑주는 갑옷이나 투구 등 온몸을 덮는 전투용 옷을 말한다. 새번역 성경은 그래서 “온몸을 덮는 갑옷”이라 번역했는데, 에베소서 6장 11절 말씀처럼 이 옷은 마귀를 대적하기 위해, 영적 전쟁에서 싸우기 위해 입는 옷이며 하나님께서 주신(엡 6:13) ‘하나님의 갑옷(whole armor of God)’이기도 하다.

허리띠, 호심경, 신, 방패, 투구, 검 이렇게 여섯 가지 옷(에베소서 6:14-17)과 마지막 “모든 기도와 간구(에베소서 6:18)”가 이언 두기드가 쓴 책 <전신갑주>의 총 8장이 각각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이언 두기드는 구약학 교수이다(웨스트민스터 신학교). 그래서 구약학 관련 주석 저자로 알려졌다. 부흥과개혁사에서는 2018년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 <에스더 룻기>를 출간했다. NIV적용 주석에서 <에스겔>을, Preaching the Word 시리즈에선 <민수기>를 담당하기도 했다.

추천사를 남긴 이들 가운데 싱클레어 퍼거슨은 구약학의 대가가 신약의 전신갑주를 설명하는 책을 왜 썼는지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지면서, 바울이 사용한 전신갑주의 이미지가 오랜 구약의 서사에 “깊이 내재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나님의 백성은 구약이든 신약이든 언제나 하나님의 원수와 전쟁 중이었고, 그들 모두에겐 눈에 보이는 무기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무기 또한 필요하다.

우리가 잘 알듯 구약의 하나님 나라 백성은 눈에 보이는 전장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전투에서 심하게 패배했다.

그리스도인이 영적 전쟁 중이란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전투 끝에 나태해져서 싸움을 포기하거나 전쟁의 심각성을 망각하고 세상과 육신에 져서 살고 있을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두기드는 적을 만만하게 보지 말고 전장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면한다.

악은 확실히 존재한다. 그걸 부정하는 이는 없다(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를 생각해 보라). 악을 조장하는 영의 세력이 분명 있다. 그래서 전신갑주는 악한 세상에 살면서 입거나 입지 않거나 선택할 수 있는 옷이 아니다. 반드시 입어야 하는 옷이다.

두기드가 이 책을 통해 한 말 중 가장 인상 깊은 건 책의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이 입으라고 우리에게 주신 전신갑주가 “그리스도가 입으시고 우리에게 입혀주신 의의 옷”이란 사실이다.

전신갑주를 그리스도께서 먼저 입으시고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셨다는 사실이, 두기드가 2장에서 8장까지 설명할 각각의 전신 갑주가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가져다 준다. 두기드는 이렇게 영적 성장을 위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하나님의 힘을 설명한다.

하나님의 강력한 힘은 우리의 영적 성장을 위해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역사하신다. 첫째, 그 힘은 우리 외부에서 일어난 것으로, 우리 대신 죄와 사탄을 물리치신 그리스도께서 단번에 이루신 일이다.

둘째는 우리 내부에서 나타나는데,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새롭게 하시는 성령님의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역사다.

이 두 가지 방식 모두 하나님이 자신의 교회를 성화하는 모든 과정에 걸쳐 처음부터 끝까지 주권자 되신다. 그러므로 마지막 날에 우리 중 누구도 스스로 자랑할 만한 것이 전혀 없다(19쪽).

기사 갑옷 갑옷의 한 벌 금속 포도주 제한 없음 전쟁 역사적인 드레스 차압 장식품 전신갑주
하지만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것처럼 성화의 전쟁, 즉 죄와 사탄과의 싸움은 우리 힘으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힘 없이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이 로봇처럼 우리를 움직여 승리를 거두게 하시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적극적인 순종과 치열한 싸움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그 능력으로 말미암아 승리하지만, 그 능력을 힘입어 싸워야 할 주체는 우리다. 그래서 2장부터 8장까지 진리의 허리띠와 의의 호심경, 복음의 신과 믿음의 방패,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으로 무장하고 항상 기도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맞춤 갑옷은 가만히 들여다 보면 모두 복음과 진리에 연결되어 있다.

모든 무기를 제자리에 묶어두는 진리의 허리띠, 복음으로 우리에게 약속하신 의의 호심경, 신발은 언제 어디서나 평안을 가져다 주는 복음의 신이고, 방패는 진리와 복음을 붙드는 믿음의 방패이다. 머리를 보호하는 투구는 복음의 진리가 약속하는 구원의 투구이며, 성령의 검은 숱한 사탄의 유혹과 시험을 무찌를 수 있는 복음과 진리가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다.

결국 예수 그리스도께서 전신갑주를 입으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승리가 우리에게 입혀졌으며 복음과 진리로 무장한 우리를 사탄이 결코 이길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복음을 너무 기본적인 것으로 생각하면서 교회 처음 입교할 때 혹은 예수 그리스도를 처음으로 영접할 때만 필요한 무언가로 취급할 때가 많다. 군인이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귀찮아하듯, 오래된 성도는 복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나 교훈을 얻기 원한다.

이런 것이 불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리스도인이 무장해야 할 모든 진리가 복음의 진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신자는 성경이 말하는 여러 가지 삶의 스킬과 원리를 배워 지혜롭게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니다. 신자는 오직 복음이 약속한 의를 옷 입고 복음이 붙잡고 있는 전쟁의 승리를 바라보며, 복음에 대한 마땅한 반응으로서 그리스도의 도에 순종하며 삶을 사는 것이다.

이언 두기드는 여섯 가지 복음의 갑옷과 한 가지 그 능력을 하나님께 구하는 기도를 강조하면서, 오늘날 독자가 기억해야 할 영적 전쟁과 그 전쟁에 반드시 갖춰야 할 의의 옷을 상기시킨다.

독자는 각각의 병기를 배워가며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먼저 그 병기를 통해 우리에게 승리를 약속하셨는지 알게 될 것이고, 이제 우리 앞에 놓인 영적 전쟁을 어떻게 우리에게 입혀주신 전신갑주로 싸워나가야 할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두기드의 말처럼 우리의 외부와 내부에서 승리를 선포하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종말에 자랑할 분은 오직 예수님과 그분의 십자가뿐일 것이다. <전신갑주>를 통해 모든 독자가 그런 승리의 확신과 복음의 위로와 성화의 결단을 하게 되길 기도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