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측, 반대 측 혐오·배제 프레임 묶는 데 치중
주최측인 더불어민주당에 항의성 발언 꺼내기도
반대 측, 법률·의료·종교적 입장 조목조목 지적

평등법, 차별금지법 찬반토론회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위원장 박완주 의원)가 주최한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가 2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왼쪽이 찬성 측, 오른쪽이 반대 측 패널들이다. ⓒ송경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평등법(포괄적 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서는 찬성과 반대 측 인사들이 치열한 토론을 펼쳤다.

발제 내용은 다소 중립적인 법안 자체에 대한 설명이었던 만큼, 이날 하이라이트는 찬반 토론이었다. 방청석에서도 토론이 끝날 때마다 지지하는 발언자에게 환호를 보내면서 응원하는 등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그러나 찬성 측 인사들이 오해와 편견을 바탕으로 반대 측 인사들을 혐오하고 차별·배제하는 발언을 이어나가면서 성숙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 토론 전 권인숙 의원이 차별금지법 반대 측 인사들을 겨냥한 듯 “토론회에서 혐오나 차별적 언어가 나오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한 발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차별금지법 반대 측은 동성애자를 차별·배제하자는 주장을 한 적이 없는데도, 차별금지법 찬성 측 토론자들은 법안에 대한 건전한 토론 대신 반대 측을 ‘차별과 혐오, 배제’ 프레임으로 묶는 데 치중했다.

평등법, 차별금지법 찬반토론회
▲왼쪽부터 찬성측 박종운 변호사, 자캐오 성공회 신부, 지몽 스님, 조혜인 변호사, 이종걸 친구사이 대표. ⓒ송경호 기자
◈이종걸 대표 “더불어민주당, 차별 선동 힘 싣는 반인권적”

먼저 자신이 게이라고 밝힌 이종걸 대표(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주최측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취지로 기획된 정책토론회라면, 더불어민주당은 최소한 차별금지법 필요성과 의의에 대한 입장을 갖고 정책토론회를 기획하고 개최해야 한다”며 “그러나 토론회 기획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대표는 “성소수자를 법의 보호에서 배제하라는 반인권적 주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어떠한 입장인지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찬성과 반대 동수로 토론자를 구성했다”며 “반대 토론자들은 그동안 여러 현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악의적 비방,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내용들을 발표했던 인사들로만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한 인사는 ‘전환치료’를 명목으로 소위 성소수자에 대한 반인권적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단체명에 ‘인권단체’라는 이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권단체 인사로 분류돼 토론회에 참석했다”며 “2015년 소위 성소수자 ‘전환치료’ 행사에 대해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권고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 역시 향후 유엔 인권규약 심의에서 규약 위반으로 문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객관적 위치임을 자임하며 특정한 사람을 차별해도 된다는 주장과 차별하지 말자는 주장 사이 논쟁을 한번 들어보겠다는 정치권의 태도가 어떤 사회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의 토론회는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목소리에 공적인 자리를 내어줌으로써 민주 사회에서 허용돼선 안 되는 차별 선동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고, 결국 차별을 선동하는 반인권적 주장에 동조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공식 논의의 시작이 차별금지법 취지와 방향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결국 누군가의 권리를 배제해야 한다는 반헌법적 주장이 난무한다면, 그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성소수자를 차별하게 해 달라고 14년 동안 외쳐온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들과 한통속인가”라고 했다.

평등법 차별금지법 토론회
▲이은경 변호사와 이요나 목사(오른쪽부터). ⓒ송경호 기자
◈이요나 목사 “탈동성애 활동 금지, 인권유린과 종교 핍박”

이에 이종걸 대표가 지목한 당사자이자 탈동성애자로서 탈동성애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이요나 대표가 반박에 나섰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인생의 반을 동성애자로 살았지만, 당시 유신정권과 군사독재 정권의 정치적 불균형 시대에도 동성애자로서 어떤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며 “물론 당시에도 군대나 직장, 결혼생활 속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히면 사회적 갈등 소지가 있었지만, 동성애자라 해서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요나 대표는 “지금은 누구도 성소수자라 해서 인격적 모독이나 법률적 제재를 받지 않는 시대가 됐다. 이태원 거리에 20여 곳의 트랜스젠더 클럽과 게이 클럽, 종로에 150여 곳의 게이바, 강남 등 대도시마다 게이바와 찜질방이 줄지어 영업하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영업 허가를 받으면 전혀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성소수자라 해서 핍박을 받든지 인권을 모욕하든지 위해를 가하면 인권위에 제소할 수 있고 현행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굳이 차별금지법을 만들면 현행법상 헌법과 대치되는 여러 분야의 사회생활 현장에서 서로 상충되는 의식의 마찰로 인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요나 대표는 “‘동성애에서 치유될 수 있다고, 벗어나라’고 말하는 것을 ‘혐오 발언’이라고, 나아가 성경적 상담 행위조차 ‘전환 치료’라 주장하며 법으로 금지하려 한다”며 “저는 많은 사람들을 탈동성애로 이끌었다. 탈동성애가 가능하다는 것은 저 자신이 증거다. 차별금지법을 만들어 저의 탈동성애 증언과 동성애자 상담 또는 성경적 치유훈련을 법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인권유린이자 종교적 핍박”이라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동성애 성향자가 동성애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금하는 것은 사실상 원초적 인권유린”이라며 “성소수자들이 원하는 것은 차별금지법을 통한 성소수자로서의 노출된 삶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의 성적 일탈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동성애가 원초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질병이거나 타고난 것이라면, 우리는 그들의 인권을 위해 어떤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동성애는 타고난 것도 아니고 인간이 가진 죄성 중 하나로, 동성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굳건한 의지와 하나님의 창조적 원리, 죄로부터 구원의 원리를 깨달아 동성애자를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길이 있다면, 왜 굳이 차별금지법을 만들어 사회적 충돌을 야기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조혜인 위원장 “사회적 합의 있어야 인권 보장해 주나”

찬성 측 조혜인 변호사(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도 “토론회 반대 패널들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적 인식에 근거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돼선 안 된다고 주장해온 이들”이라며 “더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한 토론은 당연하고 중요하지만, 민주사회에서 ‘어떤 사회 구성원들이 법의 보호를 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공론장에서 진지하게 다뤄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누군가에 대한 차별적 선동을 하나의 사회적 의견으로 대우하고, ‘어떤 사회 구성원은 죄인이다, 활동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승인할 수 없다고 전제해야 한다”며 “2021년 개혁 세력임을 자처하는 집권 여당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도 않은 채 이런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국내외 많은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10여년 동안 한국 사회 공적 영역에서 성소수자 인권은 기이할 정도로 지체되거나 심지어 후퇴해 왔다. ‘사회적 합의’를 거론하면서 차별행위도 이뤄지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누군가의 인권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프레임이 사회적으로 단단하게 자리잡았다. 이러한 문제적 프레임은 성소수자를 넘어 한국 사회의 각종 인권 관련 법률, 조례, 정책을 가로막고 후퇴시키는 원인이 됐다”고 했다.

평등법, 차별금지법 찬반토론회
▲(왼쪽부터 순서대로) 반대 측 이요나 목사, 이은경 변호사, 류현모 박사, 이상원 교수, 윤용근 변호사. ⓒ송경호 기자
◈이은경 변호사 “전 국민, 행동과 발언 전에 자기검열 우려”

반면 이은경 변호사(법무법인 산지)는 법률적 요건을 꼼꼼히 따지면서, 이날 토론회 취지에 가장 걸맞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평등법은 헌법의 근본 이념인 자유와 평등 중 자유의 영역을 평등의 영역으로 대폭 옮기는 법”이라며 “심지어 헌법개정 의지의 발동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급진적·혁명적’”이라며 “단순하게 차별 이슈에 국한하는 법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가치 규범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은경 변호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이가 차별이 아니고 차별이라도 모두 법이 금지하는 것이 아니므로 차별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 차별을 정의하는 기관에 ‘권력’이 독점될 수밖에 없다”며 “이 판단 권한을 국민이 국가에 통째로 넘겨주는 법안이 상정된 것이다. 국가기관이 평등이라는 명분으로 차별을 독점적으로 정의하고, 획일적 개입이 가능한 길을 여는 것이다. 당연히 권력은 비대해지고 국민은 의존적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안이 통과되면 적어도 양심과 종교, 학문과 예술,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며 “국민은 모든 행동거지마다 혹여 차별 소지가 없는지 자기검열을 강화해야 하고, 국가가 정해주는 사고의 틀을 비판 없이 수용해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성별에서 남성과 여성 외에 ‘분류하기 어려운 성’을 도입한 것은 헌법이 규정한 혼인과 가족제도를 재편성하려는 시도로, 혼인을 1남 1녀의 결합으로 묶어둘 것인지 보다 다양한 형태를 도입할 것인지 논의해야 하고, 동성결혼 인정 여부도 바로 수면 위에 떠오를 수밖에 없다”며 “동성애 등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를 행위자에 대한 비난으로 치부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은경 변호사는 “제3의 성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의 교육과정 편입은 전통적 성교육과 커다란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실제로 해외에서 10대 성전환 희망자들이 폭증하고, 부모 동의 없는 사춘기 억제 치료의 적법 여부도 다퉈지고 있으며, 위탁아동에 대한 성전환 반대를 이유로 양육권을 박탈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오늘 같은 토론회도 법안 조문 검토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적어도 법의 실익이 얼마나 있는지, 법 도입이 초래할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지 공신력 있는 조사부터 내놓아야 한다”며 “당장 성별 분류 개념과 부합하지 않는 각종 법부터 개정하고, 정부 및 민간 조직, 각종 교육과정을 모두 바꾸는 비용만도 어마어마할 것이므로, 이를 수반하지 않은 입법적 필요성 논의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평등법 차별금지법 토론회
▲반대 측 패널 모습. 오른쪽부터 윤용근 변호사, 이상원 목사, 류현모 교수, 이은경 변호사. ⓒ송경호 기자
◈류현모 교수 “동성애 유전 소인 25% 미만, 의지적 선택”

의과학적 검토도 진행됐다. 류현모 교수(서울대)는 “동성애는 유전되지 않는다. 유전적 소인이 있더라도 25% 미만으로, 결국 동성애 행위는 의지적 선택”이라며 “동성애는 강박적 중독 성향을 갖고,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이 여전히 있다. 평등법은 중독을 막지도 못하고 빠져 나오도록 돕지도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 교수는 “HIV 감염도 예방과 조기진단·치료가 이뤄지면 건강한 수명 연장 효과가 높다. HIV 감염 남성 동성애자의 상대자 역시 남성 동성애자가 가장 많은데, 이들이 위험을 알지 못하면 성소수자 집단에서 HIV 전파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그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동성애와 AIDS의 관련성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고 예방법과 조기 진단 노력이 필요하다. 부정확한 정보로 손해를 보는 것은 HIV 감염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운 변호사 “현재 제출된 법안 그대로 곤란, 수정·보완을”

절충형 의견도 나왔다.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연대(장추련) 법제정위원장 박종운 변호사는 “법 제정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현재 제출된 법안 그대로는 곤란하고 반대론자들의 의미 있는 문제제기 등을 참작해 수정 보완을 요구한다”며 “양심·종교의 자유, 사상·표현의 자유 등과 차별금지 및 평등권이 갈등 혹은 충돌할 경우 서로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범 조화적 해석 및 적용될 수 있도록 원칙과 예외를 구체적으로 정밀하게 규정해야 한다. 이것이 대안입법론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종교계 인사들은 자신들의 교리를 기준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찬성 측 지몽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은 “불가의 가르침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성별정체성이 출가 후 수행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동성애자임이 직장에서 알려졌을 때 부당한 대우나 괴롭힘 또는 해고조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측 이상원 목사(새로남교회, 전 총신대 교수)는 “성경의 도덕적 가르침에서 볼 때 동성애는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성경이 제시하는 창조질서의 관점에서 볼 때 성전환은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며 “소위 혐오적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곧 성경의 가르침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 측 자캐오 사제(성공회)는 “한국교회에는 나이, 장애, 학력, 빈부, 인종,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등으로 차별받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까”라며 “지금처럼 종교인구가 줄어드는 때, 한국교회는 ‘사회적 소수자’의 삶과 자리에서 필요한 평등법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할 날이 절대로 오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