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논란 재차 사과
총회에서 반대 발언 이어져, 피켓 시위도
찬성 96표, 반대 36표로 총무 연임 결정

이홍정
▲총무 이홍정 목사가 지난 4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크투 DB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제70회 정기총회가 지난 11월 22일 오후 서울 구세군영등포교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관심을 모은 이홍정 총무 연임안에 대해서는 단일 후보임에도 투표가 진행돼 127표 중 찬성 96표, 반대 36표로 연임이 결정됐다. 임기는 4년이다.

무난한 연임이 예상되던 이홍정 총무의 거취가 돌연 논란이 된 것은 지난 10월 30일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참석과 기도’ 때문이었다.

이홍정 총무는 기독교인이 된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용서와 화해의 기도문’을 낭독했으나, 진보 진영 일각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5.18 가해자’라며 반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반발이 거세지자 이홍정 총무는 5일만인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5.18 광주의 마음을 깊게 헤아리지 못한 잘못을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총무는 지난해 8월 예장 통합 총회에서 ‘차별금지법 찬성’을 이유로 해임 헌의안이 상정되자 답변서에서 “인민재판을 당하는 듯한 인권유린과 명예훼손과 생존권의 위협을 느낀다”고 강하게 반발했으나, 이번에는 한껏 몸을 낮췄다.

사과문에서 이 총무는 “기도 속에 담긴 사회적 화합에 대한 바람은 진실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역사적 정당성과 현실성을 얻기에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며 “총무로서 저의 거취도 이제 곧 열릴 정기총회의 결정 앞에 사심 없이 겸허히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가 열린 구세군영등포교회 앞에서도 이 총무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총회에서도 “에큐메니칼에 위반하는 행동을 하셨으니, 총무직을 사퇴하시길 바란다”, “역사를 다시 한 번 공부하시고, 앞서 했던 행보들을 돌아보며 연임을 재고해 주시길 바란다”, “이번 사건은 2030세대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다시 한 번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등의 발언이 계속됐다.

이에 이홍정 총무는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기도한 것에 대해 다시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문 발표 후 5.18 유가족 단체와 이의를 제기한 단체들에게 공문 형식으로 사과문을 전달했다. 광주 방문도 계획했지만, 마침 그날 윤석열 후보가 광주를 찾았다”고 해명했다.

이 총무는 “지금 상황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진보 보수로 나뉘어 크게 갈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개인이었다면 진작 사퇴를 표명했겠지만, 이미 인선 절차가 막바지인 상황에서 사적 반성의 표시로 사퇴를 표명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게 보일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후 규정대로 총무 연임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고, 75% 이상 찬성하며 이 총무의 연임이 결정됐다. 이 총무는 “오늘 보여주신 신임과 불신을 기억하면서, 고린도전서에 나타난 사도 바울의 고백을 묵상하며 갈 것”이라며 “NCCK가 시대의 현장에서 사명을 잘 감당하며, 예수님의 진정한 공동체 됨을 증거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회장에는 구세군 장만희 사령관이 선출됐다. 장 신임 회장은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확산은 우리의 일상을 바꿨기에, 전 지구 생명 공동체와 공조해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혼자서는 불가능하지만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 NCCK가 한국교회를 대표하고 사회를 빛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위해 기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