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란트 비유 한달란트 성경
▲달란트 비유에 나오는 ‘한 달란트 받은 종’이 이를 땅에 파묻는 모습. ⓒjesuschristformuslims.com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때를 알지 못하느니라(마태복음 25:13)”.

“주의하라 깨어 있으라 그 때가 언제일지 알지 못함이라(마가복음 13:33)”.

마태복음 25장을 요약해 봅니다. 25장에 나오는 세 가지 비유 중 먼저 열 처녀 비유는 종말을 대비하는 자의 자세를, 달란트 비유는 맡은 일에 충성해야 함을, 그리고 양과 염소의 비유는 종말론적 심판을 기억하면서 이웃에게 선을 베풀기에 힘써야 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또 마가복음 13장을 요약해 봅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선지자의 묵시가 끊어지자, 종말의 도래가 임박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특히 로마의 박해 속에서 정치적 해방과 더불어 악을 멸절시킬 메시아의 도래를 갈망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같은 정황을 염두에 두고 종말에 대해 교훈을 하십니다. 말씀의 주 핵심은 종말에 대한 성도의 자세입니다.

필자는 매일 같이 이른 새벽에 집에서 도보로 약 20분 정도의 거리인 지하철역으로 가서, 첫 차를 타고 내려 다시 45분을 걸어서 직장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내리는 지하철역은 병원 입구입니다. 금연이라는 홍보물이 여기저기 부착되어 있지만, 환자들과 심지어 링거를 꽂은 사람, 그리고 보호자와 주변 사람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로 이른 새벽 맑은 공기가 점령당하기 일쑤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매연으로 인해 기분이 매우 불쾌하여, 맑고 시원한 아침 환경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아찔한 시간입니다.

담배 매연 속을 헤집고 나온 뒤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병원 장례 예식장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검은 장례복을 입은 가족과 친지들, 그리고 장례 버스가 영락공원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날마다 목격합니다.

왠지 그곳만 지나치면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분들, 무슨 사연들이 있는지 몰라도 매우 분주하게 다니시는 분들, 그리고 향 내음으로 인하여 그 주변은 장례식장이라는 엄숙한 분위기를 피우고 있습니다.

‘언젠가 나도 저런 절차를 통해 떠나가야 하나?’ 하며 잠시 무거운 묵상에 젖어봅니다. ‘저 분은 좋은 곳으로 갈까? 아니면 죄를 많이 지어 나쁜 곳으로 갈까? 그리고 예수님을 영접했을까?’ 등의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특히 달력을 한 장 남겨 놓은 연말이라 더욱 마음이 초조해지는 것 같습니다. 세상 종말에 대한 생각으로 이른 아침부터 깊은 고뇌가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마가복음 13장 26절에는 “그 때에 인자가 구름을 타고 큰 권능과 영광으로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보리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이 말씀은, 묵시문학적인 표현을 빌려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올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종말에 대해 말씀하실 때 새 세상,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하리라는 것을 암시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종말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정작 그 날과 시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날이 언제일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깨어 있어야 함을 줄곧 강조하십니다.

우리 주변에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박한 일을 당하면 놀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전전긍긍하며 당황하여,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허다히 볼 수 있습니다.

개인 신앙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경우를 보더라도 예측불허의 죽음, 곧 종말을 잘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준비는 곧 그 결과를 말하기도 합니다. 준비를 잘 해야 결과도 좋을 것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얼마나 많은 예측불허의 상황이 발생하는지, 우리 모두 한 번씩은 당해 보았을 것입니다. 집안 일이나 공동체, 특히 사회생활에 있어 사전에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매우 곤혹스런 일을 만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일을 뒤로 미루는 나쁜 습성도 여러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 유년 생활을 돌아보면, 방학 동안에 실컷 딴 짓을 하다 개학 날이 다가와서야 마음이 바빠 허둥대며 벼락치기로 밤샘을 하면서 숙제를 하느라 고생한 일들이 추억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다른 형태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어려움이 있습니다. 평소 저축이라도 열심히 했다면 그나마 담담하게 대처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속을 태우고 발을 동동 구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평소에 잘해둔 것은 언젠가 급한 경우가 닥쳤을 때, 그 진가를 발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종말에 대한 두려움에 앞서, 잘 준비된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착실하게 준비된 삶은 그 끝이 명쾌하고 깨끗한 삶이 될 것입니다.

깨어 있고 준비된 삶이라면, 마치 밀린 숙제 없이 제 날짜에 깨끗하게 정리해 나간 일기장 같을 것입니다. 그런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는 주님께서 말씀하신 그 날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치더라도 상관치 않고 오늘이나 내일이나 변함없는 마음으로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어느 성인의 말씀도 있듯이, 우리 신앙인들은 하루하루를 그냥 허비하지 말고 그날 일은 그 날 끝낼 수 있는 믿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수영을 하기 전 먼저 준비운동을 해야 하듯,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이전부터 준비를 잘 해야만 성공적으로 일을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전 준비 없이 급하게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흔히 잘 아는 산업재해 역시 예방과 준비 없이, 그리고 생각 없이 일을 하다 큰 사고를 만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제공하거나 두려움을 줍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깨어 있으라”고, 열 처녀 비유를 통해 이야기하십니다.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 아나니(마가복음 13:28)”.

주님께서는 많은 비유를 통해 인류의 종말에 대해 강력하게 말씀하시지만, 우리는 땅에서 환락을 즐기며 영원히 살 것처럼 깨어 있으라는 주님 말씀을 전혀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특히 신랑이 더디 옴을 믿고 그 속에서 자만하고 안주하고 있으니,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도 말없이 화장터로 가는 저 친구의 삶은 성공적이었을까요? 예수님께서 “깨어 있으라”고 신신당부하셨던 그 말씀을 깨닫고 나서 천국으로 이사하는 것일까요?

하루 종일 머릿속을 괴롭히는 종말에 대한 해답의 결론은, 먼저 기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임을 신앙인들은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교회 안에서 중직자를 뽑는 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을 뽑았을 때 교회 안에서는 늘 문제가 생기고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며, 때로는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장로를 뽑는 일은, 기도 없이 믿음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인본주의로 장로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는 늘 마귀, 사탄의 올무에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나라의 수장을 뽑는 일 역시 잘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결코 뽑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금 정권이 얼마나 많은 역사와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있는지를 기억하고, 신앙인들은 결코 이를 방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거짓말로 백성의 눈을 가리며 온갖 권모술수를 사용하는 사람은 결코 뽑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남은 대선 기간 동안 나라를 위해 몸 바쳐 헌신할 준비된 분을 택하여, 이 나라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