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2021년 11월 둘째 주
▲고등학교 시절 소강석 목사.
“청춘은 단풍 들지 않는다.”

저는 군산제일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때 당시 저의 모교는 전라북도에서 떠오르는 명문학교였습니다. 우리 동문들 중에는 국회의원을 비롯해서 유명 법조인,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동창생들이 졸업 40주년 기념행사를 하는데, 축사자 두 명을 선정했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은 탤런트 김응수 씨이고, 또 한 사람은 저입니다. 그런데 그 날이 마침 토요일입니다.

그날 오후에 최남수 목사님이 담임하시는 의정부광명교회에서 고등학교 동창이 장로 장립을 받는데, 저에게 예배 설교를 해 달라는 것입니다. 제가 그곳에 가게 되면 설교 끝나고 바로 군산으로 가야 합니다.

또 다음날이 주일인데, 토요일 오후에 군산을 다녀오면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그런데 저에게 동문회 축사를 미리 써 보내 달라는 것입니다. 사실 가는 게 무리수인데도 40년 전 까까머리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축사를 써서 보냈는데 일부만 소개하겠습니다.

“(상략)... 돌이켜보니, 우리의 고교 학창시절은 햇빛 찬란한 순수의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졸업 후 나름 미스터 션샤인의 삶을 살아오셨겠지요. 그래도 그날 만나게 되면 우리의 모습은 가을 단풍과 같은 중년이 되어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의 마음만큼은 40년 전 학창시절, 그 파릇파릇한 푸른 잎사귀들의 흔들림과 설렘이 여전하지 않습니까? 우리 안에는 지금도 소년의 동심이 있고 까까머리의 추억이 있습니다.

모교 2학년 시절, 여러분들이 열심히 공부할 때 저는 사감 선생님께 매를 맞으면서도 교회를 다녔습니다. 제가 뭘 알았겠습니까? 그냥 예쁜 여학생들 만나러 간 것이죠. 그러다가 어찌어찌해서 목사가 되어 버렸네요.

목사도 그냥 목사가 아니라 맨손으로 개척해서 대형교회를 이룬 목사요, 교단의 총회장,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대표회장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상에서부터 각국의 많은 정상들을 만나봤는데, 결국 인생이란 다 바람처럼, 강물처럼 지나간다는 것을 느낍니다.

소강석 2021년 11월 둘째 주
▲결혼식장에서 주례 후 친구들을 만난 소강석 목사.
우리 인생을 계절로 비유한다면 가을의 어디쯤에 와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권우열 씨가 쓴 ‘청춘일 때는 단풍 들지 않는다’는 책처럼, 우리의 마음이 청춘으로 있는 한, 우리 삶의 잎사귀는 언제나 햇빛 찬란한 푸른 잎사귀로 빛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육체는 분명히 단풍이 들고 낙엽이 될 때가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님을 만나도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요. 그래서 저는 영생을 이야기하고 천국을 이야기합니다.

여러분들에게 한 친구요, 동문으로서 애틋한 마음을 갖고 제가 만난 예수님을 믿고 함께 영원한 천국에 같이 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온 천하에 생명보다 귀한 것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동문들이여, 100세 시대라는데, 이 땅에서도 건강 장수하시고, 천국에서 영원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친구들 사랑하며 축복합니다.”

그 날, 친구들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까 벌써 가슴이 설렙니다. 저는 목회 하느라 한 번도 동창 모임을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재경 동문회도 가 본 적이 없습니다. 모임을 꼭 금요일 저녁에 하니, 철야기도 때문에 못 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성도들에게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저의 작년 사진과 지금 사진을 보면 4-5년 정도 차이가 납니다. 작년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진짜 40 후반이나 50 초반 같습니다. 그런데 진짜 1년 만에 폭삭 늙어 버렸습니다.

왜 늙었냐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총회장, 한교총 대표회장으로서 예배 회복, 반기독교 악법 저지, 생태계 보호, 연합사역 등을 하느라 제 힘과 에너지를 너무 쏟아 버린 것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서재에서 교회 본당으로 내려가는 길에 낙엽이 떨어져있는 것을 보면, “네 모양이나 내 모양이나 어쩌면 그렇게 똑 같으냐”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권우열 씨가 쓴 ‘청춘일 때는 단풍 들지 않는다’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그래 맞아, 지금도 내 마음은 영원한 청춘이다. 광주신학교를 다니던 때의 청춘, 백암교회를 개척하던 청춘은 아직도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니, 고등학교를 다니던 까까머리 소년도 내 안에 남아 있다.”

네이버나 다음에 저의 프로필을 보면 만 59세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제 한국 나이로 60이 되어 버렸는데요.

저는 누가 봐도 인생의 계절로 보면 가을이고, 나무 잎사귀로 보면 낙엽은 아니지만 단풍 초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안에 까까머리 청소년, 광주신학교와 백암교회, 가락동 개척시절,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폭풍의 질주를 하던 청춘은 내 안에 빛바랜 추억의 앨범이 아닌 여전히 눈부신 동영상으로 쉬지 않고 비춰지고 있습니다. 청춘은 단풍들지 않으니까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