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인, 제사 문제로 명절마다 가족 간 갈등
이미 전 세계인 즐기는 핼러윈, 새로운 접근 필요해
추수감사절-성탄절 이어지는 출발점으로 즐긴다면

할로윈 핼러윈

10월의 마지막 날, 핼러윈 데이가 지나갔다. 핼러윈 데이는 이제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많은 나라들이 즐기는 축제일이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작년 한 해 핼러윈 데이 행사가 위축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핼러윈 데이는 미국에서 아이들이 기다리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가 되었다.

핼러윈 데이의 기원은 500년경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속인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부터 시작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 켈트족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약 1년동안 사람의 몸 안에 깃들다 사후세계로 떠나간다고 믿었다.

켈트족이 사용하던 달력은 10월 31일이 그 해의 마지막 날이었고 11월 1일이 새해의 첫날이었기에, 한 해의 마지막 날 영혼을 달래주고 악한 귀신을 쫓아내는 의식을 했다. 이때 악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감추기 위해 악령처럼 분장을 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핼러윈 분장의 유래가 되었다고 알려졌다.

로마가 아일랜드를 정복한 후 로마가톨릭 교회는 교황 보니파체 4세가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의 날(All Hallow Day)’로 정하면서, 10월 31일은 성인의 날 전야제(All Hallow Eve)가 되었고, 이 말이 오늘날 핼러윈(Halloween)이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켈트족 축제였던 핼러윈은 1840년대 아일랜드의 대기근으로 인해 대다수의 많은 아일랜드인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미국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핼러윈 축제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 많은 사람들의 축제가 되었다.

특히 미국에서 핼러윈 축제가 점점 큰 행사로 발전한 것은 상업적·경제적 효과와 맞물려 있다. 미국의 핼러윈 축제 시장 규모는 약 8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도 핼러윈 축제가 점점 성장세를 보여 약 1조 원 규모가 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핼러윈 데이를 시작으로 11월 추수감사절(11월 셋째 주일– 추수감사절은 그 주일을 기준으로 돌아오는 목요일),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11월 넷째주 금요일), 성탄절(크리스마스), 새해 첫 날로 이어지는 동안 계속되는 축제와 함께 휴가, 쇼핑, 여행, 관광, 선물과 같은 쇼핑 기간이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미국 기업의 한 해 매출과 소비가 결정될 만큼 어마어마한 경제적인 상업적 마케팅과 축제가 맞물려 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전만 해도 핼러윈 축제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테마파크에서 핼러윈 축제 이벤트를 열면서, 2000년대 이후 세대의 유치원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핼러윈 축제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테마파크 행사와 함께 홍대, 이태원 등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상업지구를 중심으로 핼러윈 축제가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 형태로 활발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핼러윈 축제는 한국에서도 상업적인 효과와 맞물려 점점 큰 행사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루터의 사탕 Luther’s Bonbon
▲핼러윈보다 10월 31일이었던 루터의 종교개혁 의미를 되새기자는 루터의 사탕(Luther’s Bonbon). ⓒ크투 DB

그럼 교회는 이런 핼러윈 축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성탄절이 서양 기독교 문화 축제일로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문화 형태로 자리잡은 것처럼, 핼러윈 축제도 서양 축제일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새로운 청년 문화의 모습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핼러윈은 귀신의 문화이니 교회는 귀신 문화와 연관된 핼러윈을 세상의 놀이 문화 쯤으로 취급해 버리면 되는 것일까? 어느 것 하나 우리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양 놀이 문화 쯤으로 취급해 버려도 되는 핼러윈의 시작과 기원을 잘 들여다 보면, 한국 기독교가 한국에 토착화되면서 겪었던 아픔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핼러윈(Halloween) 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로마가톨릭에서 중요하게 지켜왔던 교회 절기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수 있다. ‘Hallow’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단어는 ‘Holy’의 고어적 표현이다.

앞서 언급했듯 핼러윈은 ‘모든 성인의 날’ 전야제로부터 시작된 축제였다. 로마가톨릭에서 모든 성인의 날(All Hallow Day)이란, 바로 믿음 안에서 죽음을 맞이한 모든 사람들을 의미한다.

All Hallow Day와 함께 All Saint Day(둘째 날), All Soul Day(셋째 날) 행사는 모든 죽은 영혼들을 추모하고 기념하는 로마가톨릭 절기로 지켜졌던, 핼러윈 축제와 연관된 절기다.

한국교회는 토착화 과정에서 제사 문제로 엄청난 갈등을 경험한 바 있다. 한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 유교적 사상과 제의 의식은 기독교 문화, 특히 죽은 자들에 대한 세계관에서 엄청난 충돌을 가져왔다.

한국 전통의 설날과 추석 명절과 함께 조상들의 기일을 중시하던 유교적 문화와 세계관에서 죽은 자들의 영혼은 후대의 자손들에게 경배와 존중과 섬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죽은 자의 사후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은 엄격하게 죽은 자들에 대한 숭배와 경배 존중과 경의마저 우상숭배와 동일시하는 세계관 충돌을 가져왔다. 제사상을 둘러 엎고 신주단지를 없애고 믿지 않고 죽은 조상들의 모든 신위를 없애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영웅적 간증처럼 교회에 소개되고 간증되었다.

온 가족과 함께 기쁨으로 시작되어야 할 새해 명절이 제사 문제로 가족들이 서로 상처받고 아파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1년의 결실을 감사하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해야 할 추석 명절도 제사를 지내지 말아야 하는 영적 전쟁터가 되어, 가족들끼리 고성이 오가는 현장이 되었다.

(아직도 제사 문제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많은 어려움과 피하고 싶은 상황 가운데 하나다. 다행히 필자가 목회하는 미국 이민 사회는 제사 문제가 교회 문화 안에서 문제 되지 않는다. 미국 사회에서 제사를 고집하거나 제사 문화를 이어가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기에, 이민을 오면 제사문화를 자연스럽게 포기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결국 핼러윈도 한국으로 들어와 토착화되는 과정을 거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핼러윈을 정의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아직도 핼러윈은 귀신의 문화이니 무조건 배척해야 한다는 생각과, 하나의 놀이 문화이니 가볍게 받아 들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나뉠 수 있다.

이런 이분법적인 생각과 사고 속에서, 핼러윈을 맞이하는 다음 세대 자녀들도 동일하게 자신들이 경험한 교회의 시각과 문화 속에서 핼러윈에 대한 시각과 반응을 하면서 논쟁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은 핼러윈 축제를 할 때 교회는 ‘할렐루야 나잇(미국의 대다수 교회들은 그날 주일학교를 중심으로 할렐루야 나잇 행사를 한다)’으로 대처하면 된다는 생각도 근본적으로 핼러윈 축제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다만 하나님께서는 성경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절기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도록 했다. 유월절을 시작으로 초실절, 칠칠절, 오순절, 수장절에 이르기까지, 성경의 절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씨를 뿌리고 곡식과 열매를 가꾸어 일 년 동안 살아가던 삶의 자리와 영적인 축복의 자리가 맞물려 하나님을 기억하도록 주어졌다.

그러므로 핼러윈이 전 세계가 즐기는 축제가 되었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핼러윈이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절기라면, 죽음을 이기고 부활의 소망과 생명을 주신 그리스도의 풍성을 더욱 기억하는 절기로 삼는 것이다.

죽음의 축제가 아닌 오히려 추수감사절기를 기억하면서,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는 성탄의 기쁨을 기억하는 출발점으로 핼러윈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자유함으로 핼러윈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NO Candy! 라고 현관문 앞에 써붙이고 귀신의 날이라고 불편해하기보다, 핼러윈으로부터 시작하여 추수감사절과 성탄으로 이어지는 주님의 절기로 함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핼러윈이 지나갔다. 내년 이맘 때도 교회는 핼러윈을 마주할텐데, 어떤 마음으로 마주해야 할까 생각해 본다. 귀신의 날로 불편한 마음일까? 아니면 죽은 자들을 묵상하는 절기로 시작됐지만 주님께서 오시는 성탄이 시작되는 축제의 날로 기뻐하게 될까?

(월마트 앞 핼러윈 캔디가 진열된 매장의 진열대 앞에서.)

박종순 목사
제자들교회, <열혈독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