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익 목사 “세상 가꾸고 돌보는 일, 우리의 사명”
김영한 박사 “검약한 삶, 정의로운 전환 캠페인을”
윤철호 교수 “구원-창조 신앙 통합 창조신학 정립”
이승구 교수 “재림 이후 무한한 가능성 열린 시각”

김균진 교수 “자연 만물의 화해 증언, 현실화해야”

기독교학술원 36회 영성학술포럼
▲발제자와 논평자들이 함께한 모습. ⓒ학술원

‘기후 변화, 생태계 위기와 기독교’를 주제로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36회 영성학술포럼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에서 개최됐다.

포럼에 앞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창세기 1:28)’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한 이정익 목사(실천신대 총장)는 “인간이 하나님 주신 그 아름다운 세상을 잘 관리하지도 보존하지도 못한 결과, 지구는 오염되어 열 받고 온갖 부작용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제는 하나님의 심판 없이도 인간 스스로 심판받아 자멸할 위기에 처해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로 주어진 재앙”이라고 밝혔다.

이정익 목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지으시고 우리에게 맡기신 하나님의 뜻을 보아야 한다. 우리는 단순하게 나 한 사람만 잘 살면 되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에 대해 돌봄의 책임을 지고 있는 존재들”이라며 “태초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맡은 사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고 돌보는 일은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이라고 전했다.

‘기후 변화, 탄소 제로 운동에 대한 기독교의 과제’를 제목으로 개회사를 전한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는 “온난화가 초래한 기후 위기에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에 대비헤 2도보다 낮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파리협정문’을 채택했다”며 “유엔의 처방은 탄소배출 제로(Net Zero) 비전과 전략을 통해, 화산 질료에서 나오는 탄산가스를 동결시키는 ‘2050 탄소 제로 (Carbon Zero) 운동’”이라고 말했다.

김영한 박사는 “1988년 발족한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전지구적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해야 하고, 2050년경 탄소 중립(Netzero)을 달성해야 한다는 경로를 제시했다”며 “현재까지의 기술만으로 2050년 ‘탄소중립’까지 가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 박사는 “코로나 발생의 중요 원인으로 간주되는 ‘생태계 교란설’은 인간의 타락된 본성과 관련돼 있다. 그동안 생산활동에서 품어낸 과잉 에너지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쳐, 각종 바이러스의 진화와 변종을 촉진해 만연 상태에 이르게 한 것”이라며 “바이러스의 진화와 변종은 면역 체계를 갖추지 못한 동물과 인간에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여, 빈도는 늘고 주기도 짧아진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등의 위기를 계기로 생산과 소비를 조정하고 자연에 대해 이해하며 심사숙고할 생태중심 세계관으로의 전환이 요청된다. 그러나 생태중심적 세계관은 범신론에 빠질 수 있다”며 “이에 반해 삼위일체론적 생태론(trinitarian worldview)은 하나님 중심 입장에서, 인간과 자연 중심의 생태관의 일면성을 극복하고 조화적으로 인간과 자연을 신본적 입장에서 조화시킨다”고 소개했다.

김영한 박사는 “성부 하나님은 만유를 창조하시고 섭리와 지속적 돌봄으로 지탱 유지하시고 창조의 목적으로 이끄시기에, 생태계에 의존하지 않으신다. 성자 하나님은 성육신으로 창조와 연대하시며, 생태계의 재난과 고통을 십자가로 담당하시고 구속을 향해 이끌고 가신다”며 “성령 하나님은 구속을 위해 생명의 영으로 만유 가운데 계신 동시에 생태계 훼손을 치유하신다. 삼위일체적 생태계 대속은 성자 하나님의 종말론적 오심 속에서 이뤄지는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완성된다”고 했다.

끝으로 “이 삼위일체적 생태관이야말로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길이다. 또 유엔이 설정한 탄소 제로(Carbon Zero) 운동에 참여하는 구체적 실천의 길은 세계 내적 금욕의 태도”라며 “검약한 삶의 태도, 생태계를 소유가 아니라 가치 있는 동반 존재로 인정, 사랑과 구원의 대상으로 인정 등이 필요하다. 기독교가 앞장서 세상을 향하여 모범을 보이는 정의로운 삶의 전환 캠페인(a just transition of life campaign)이 요청된다”고 전했다.

기독교학술원 36회 영성학술포럼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학술원

이후 ‘기후변화 위기 및 대책’에 대해 윤철호 교수(장신대 명예)가 발표하고 조영호 교수(안양대)가 논평했으며, ‘생태윤리적 차원’에 대해 이승구 교수(합동신대)가 발표하고 이상원 교수(총신대)가 논평했으며, ‘조직신학적 차원’에서 김균진 교수(연세대 명예)가 발표하고 최윤배 교수(장신대)가 논평했다.

‘기후변화, 생태계 위기와 기독교’를 제목으로 윤철호 교수는 오늘날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의 시대에 교회의 과제가 구원 신앙과 창조 신앙을 통합하는 ‘생태학적 창조신학 정립’이라며, 그 실천적 과제를 제시했다.

윤 교수는 “창세기 1장을 비롯한 구약 창조신앙의 본질은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새 질서를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창조적 주권을 고백하는 데 있다. 오늘날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 현실은 이 같은 성서의 창조신앙에 대한 새로운 고백을 요구한다”며 “창조세계로서 자연은 단지 인간의 소비와 유익을 위한 도구적 가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본유적 가치를 지니는, 하나의 성례전으로서 하나님께서 임재하시고 현존하시는 성스러운 공간”이라고 말했다.

윤철호 교수는 “인간은 ‘창조세계-내-존재’로서 창조세계의 모든 피조물과 공생, 공존하는 공동 운명체다. 그러므로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자신으로부터의 소외와 같다”며 “구원 신앙과 창조 신앙은 구별될 수 있지만, 분리될 수 없다. 성서가 약속하는 구원은 단지 영혼만의 구원이 아니라, 종말론적 창조세계의 완성과 더불어 일어나는 몸의 부활을 통한 전인적 구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온 우주의 역사를 포괄하는 창조신학이 교회의 구원 선포와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을 위한 포괄적 지평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창조 프로젝트는 계속적 창조의 과정을 거쳐, 종말론적 미래의 새 창조 안에서 완성될 것”이라며 “이 종말론적 미래의 새 창조 안에서 인간과 모든 자연의 구원을 포함하는 하나님의 창조 프로젝트가 완성될 것이다. 파괴된 자연을 다시 살리고 치유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뿐 아니라, 인간과 모든 자연의 온전한 구원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자연의 회복과 보전이 세상 속 그리스도인의 지상과제 가운데 하나라는 깨달음이 먼저 목회자에게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교인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고, 생태계 위기를 초래하는 탐욕적 소비문화로부터 돌아서도록 삶의 전환을 촉구해야 한다”며 “교회는 세미나와 학술대회, 교육 및 활동 등을 통해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 문제에 대한 의식과 참여를 높이는 일을 지속적으로 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 사례로는 △과도한 소비 줄이기 △커피, 샴푸, 린스 등의 사용 줄이기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농산물 먹기 △육식 줄이고 채식 늘리기 등을 제시하면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개발도상국 노인과 여성, 어린이, 동물과 자연 등 등 사회적/생태적 약자 보호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구현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생태 위기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반응’을 제목으로 이승구 교수는 역사적 기독교적 생태 신학 논의를 소개하면서, ‘녹색 교회, 녹색 그리스도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구 교수는 “환경 파괴 원인도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연관시키는 작업을 해야 온전한 이해가 되는데, 기독교 신학과 윤리적 작업이 이를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그 원인은 하나님께서 잘 돌보라고 하신 이 세상 전체를 잘 돌보지 못한 인간의 죄악에 있다. 이에 미치지 못하는 말은 결국 온전한 원인 분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속 가능성을 신경 쓰면서, 결국 인간의 한계 안에서만 논의하지 말고 재림 이후 하나님께서 주실 무한한 가능성을 대해서도 열린 시각을 가져야 한다”며 “생태 문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보편구원론적, 만유재신론적 사유나 진화론, 신인협력주의에 기반한 방법을 사용해선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독교학술원 36회 영성학술포럼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학술원

그러면서 “성경적이고 정통적 삼위일체 이해를 가진 생태적 논의가 돼야 한다. 성경은 피조물이 탄식하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롬 8:22). 이 땅은 이 모든 재난 끝에 올 더 나은 것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대개 성경신학자들은 본문 주해에 신경써야 해 생태 문제에 기여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리처드 보컴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생태적 주해를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피조계에 대한 돌봄과 하나님 나라 개념을 연결시키는 해석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회가 ‘우주적 회개’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어, 기독교적 환경 의식을 새롭게 하려는 노력도 매우 의미 있다. 생태 의식을 제고하고, 예배도 생태 문제와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며 “그 교회를 형성하는 지체들은 ‘녹색 그리스도인’이 돼야 한다. 여기서 녹색은 ‘민족의 가슴마다 피묻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심어,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자’는 의미의 녹색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우리는 진정으로 하나님의 피조계 안에 살면서(living in God’s creation) 하나님의 세계를 걷고 그 안에서 행동하는(walking God’s Earth) 사람들이어야 한다. 온 세상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우리는 이 땅에 하나님의 손님(the Guest of God)으로서 청지기 역할을 하도록 부름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지금 하나님의 세상을 죽이고 있는지 진지하게 질문하면서, 하나님의 피조계를 참으로 지키고 돌보는 사람(caretaker, guardians)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자연은 인간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이다’는 제목으로 김균진 교수는 오늘날 기후 변화와 생태계 재난 등에 대한 조직신학적 응답을 모색했다.

김균진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의 근본 원인은 자연 대립적이며 자연파괴적인 현대 문명에 있다. 그것은 자연 대립적·파괴적 현대 문명이 초래할 수밖에 없는 귀결”이라며 “종교적으로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죄악에 대한 하늘의 벌이다. 그것은 자연 대립적·파괴적 문명에 대한 부정과 거부의 몸짓이요, 이 문명의 전반적 변화에 대한 요구이다. 그것은 하늘을 향한 자연의 부르짖음을 대변한다”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파멸의 위기에 빠진 자연의 부르짖음 앞에서, 조직신학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먼저 그 근본 원인은 인간의 탐욕에 있다. 성서는 무한한 소유욕을 자제할 것을 명령한다”며 “오늘의 생태계 재난을 극복하려면, 가능한 더 많이 생산해, 가능한 더 많은 돈을 얻으려는 욕망을 제어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 생활 습관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한한 소유의 비축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라는 말은, 부자가 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주님은 ‘부를 하늘에 쌓으라’고 하셨다(눅 12:30). 존경받는 부자가 되려면,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그리고 성서는 자연을 인간의 소유가 아닌, 하나님의 소유라고 한다. 자연도 하나님의 사랑과 돌봄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자연을 ‘이웃 사랑’의 대상이자 구원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김균진 교수는 “만물이 하나로 연합된다는 것은, 인간에 의한 자연의 파괴가 중단되며, 자연과 인간의 완전한 화해와 일치가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의 지배와 착취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며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일어난 하나님과 자연 만물의 화해를 증언하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하나님의 동역자들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