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 장애인과 발달 장애인 등 관심과 배려했다면
코로나 등 위기 상황에도 유연한 대처 가능했을 것
그랬다면 교회 공동체 사역 긍정으로 이어졌을 것
뒤늦게 비대면 예배와 교회 사역 정비 태도 아쉬워

실천신학회
▲김병석 박사(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실천신학회
한국실천신학회(회장 황병준 교수)는 지난 10월 30일 오후 ‘뉴노멀 시대, 빛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제82회 정기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왕대일 교수)와 공동학회로 열린 이날 학회에서는 김병석 박사(숭실대)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사회적 재난과 위기에 대응하는 실천신학 연구: 기독교 예배와 디아코니아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병석 박사는 “코로나19로 사회와 신앙 공동체는 당황스러운 위기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사회·문화와 더불어 교회 공동체에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며 “하지만 교회는 인류 역사에 중요한 사건과 선한 영향을 끼쳐왔다. 물론 기독교의 역사에 밝은 빛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오점들은 인간의 문제이지 하나님 창조와 역사하심에 대한 오류가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김 박사는 “기독교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과의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하나님과의 만남은 인간이 나아갈 바를 깨닫고 비전을 발견하고 인류에 대한 사명을 발견하는 핵심적 원리를 부여받는 계기를 마련한다”며 “기독교 예배 가운데 있는 정신에는 ‘섬김 실천’을 통한 ‘예배의 삶’이 있다. 이는 인류 공동체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예배의 영향력이다. 이 같은 선한 뜻으로 서로를 향한 사회적 섬김이 계속된다면, 교회는 ‘하나됨’의 사회적 연대와 사회적 곤경의 위기를 막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독교 공동체는 위기 상황에서 기존에 형성됐던 디아코니아 정신과 그 기반 위에서, 갑자기 닥친 위기 상황에 도움 되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디아코니아에 대한 관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며 “디아코니아는 타인을 위한 실천적 기반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결국 그 영향이 다시 나에게 향한다는 의미의 영향력이다. 따라서 현재 행하는 디아코니아 정신의 실천은, 미래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위기에 대한 인류의 보증과 같다”고 설명했다.

김병석 박사는 “교회 공동체는 변화와 위기 상황에 적실한 적응을 해야 한다. 사회적 재난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기독교 디아코니아 정신의 확립과 실천으로 마련된 일상적 실천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며 “세상 속에서 고난, 가난, 질병, 고통의 삶 가운데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 거기에서부터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 교회 공동체의 대안적 삶”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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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실천신학회
김 박사는 “예술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온라인 매개 과정은 보조 수단일 뿐, 문화·예술 콘텐츠를 아무리 우수하게 만들어도 ‘대면’이나 ‘접촉’을 완전히 제외하지 못한다고 한다”며 “하물며 교회 공동체는 코이노니아(κοινωνία)와 디아코니아(διακονία)의 공동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대면과 접촉을 통한 공동체의 하나됨을 경험하고, 이를 통한 실제적인 ‘영’과 ‘육’의 대면적 돌봄은 온라인 상황보다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 공동체는 예배의 삶으로 신앙에 반응한다. 예배의 확장에 따른 필요로서 삶의 예배에 대한 실천적 확대가, 결국 사회적 위기의 때에 유연하고 안정적인 위기 대처와 공동체 대응을 가능케 한다”며 “신앙 공동체의 제의적 예배와 그 예배를 드리는 예배자의 실천적 삶 가운데는 연결성이 결여된 공동체적 치유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시대 사회적 위기는 교회로 하여금 디아코니아의 예배적 삶, 즉 ‘섬김’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한다”고 했다.

김병석 박사는 “포스트 코로나에서는 기존 사이버 스페이스 공간 개념이 더욱 확장된다. 온라인과 인공지능(AI)와 만나면서, 가상현실·증강현실이 응용된 다채로운 예배 디자인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며 “예배의 다양성은 초대교회부터 있어왔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수용되는 개념은 아니다. 예배의 다양한 형태의 가능성은, 형태가 변해도 본질과 기능은 변하지 않는다는 신학적인 확신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박사는 “코로나 비대면 상황과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온라인 예배는 참여자를 청중이나 구경꾼으로 만들 수 있기에, ‘가나안 교인’을 부추기는 데 한몫 했다는 견해도 있다”며 “이런 의견이 유효하다면, 오늘날 온라인 예배의 한계는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온라인 교회 공동체 안의 문제를 바로 인식하고 풀어야 하는 하나의 과제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초대교회 시대에도 자연재해에 대한 신앙 공동체의 위협이 있었지만, 당시 기독교 공동체는 사랑의 실천이라는 소명을 발견할 것을 권고했다”며 “그래서 사회적 위기의 순간인 전염병 후 기독교 신앙이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졌고, 오히려 기독교인 비율이 늘어났다. 이처럼 신앙 공동체는 위기 상황에서 이웃과의 관계에 있어 소금과 빛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석 박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 같은 교회의 역할이 과거 교회가 보여준 사랑의 흔적으로 남을만한 사랑의 역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신앙 공동체는 사회적 위기 상황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연약한 자를 향한 사랑과 위로의 영향력을 사회에 줌으로서, 위기가 찾아와도 굳건할 수 있는 신앙적 삶의 바탕을 평소에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관해 “전염병은 사람들의 삶과 삶의 양식을 바꾸기도 한다. 전염병이 교회 의례에도 변화를 준 사건이 있었다”며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하나의 공동 잔을 사용하던 성찬식이 점차 ‘개인 잔’으로 변화됐다. 성찬 양식이 고정된 형태를 고수해야 진리에 근접하는 사안이 아님을 보여준 역사의 흔적”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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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테 교수(앞줄 가운데) 환송회 기념촬영 모습. ⓒ실천신학회
김 박사는 “이처럼 코로나19는 교회의 새로운 도전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새로운 병균의 감염 위험으로 교회의 비활동 영역을 극대화하여,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한 더 큰 관심을 불러왔다”며 “코로나가 교회를 박해한 것이 아니라, 사실 이 세상 자체가 초대교회부터 교회를 박해해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지금까지 연약하고 소외되어 위기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다소 부족했다”며 “고아와 과부, 지체 장애인과 발달 장애인 등 연약한 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 사랑의 실천이 강화될수록, 코로나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부터 교회 공동체의 좀 더 유연한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병석 박사는 “코로나 이전에 대면 예배에 나올 수 없는 연약한 자들을 어떻게 배려하고 다가갔는가? 소극적 대처로 배려한 채, 나머지는 개인적 과제로 넘기려 하지 않았는가”라며 “이들을 배려하지 않다가, 갑자기 전염병이 확산되고 모두에게 대면 예배가 어려워지자 그제서야 비대면 예배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지금까지 예수님께서 낮은 자, 연약한 자, 고아와 과부, 많은 장애인을 만나셔서 이루신 사역들과는 대치된 교회의 모습이, 코로나19 이후 뒤늦게 닥친 위기를 어떻게든 이해하려는 신학적 작업과 눈에 보이는 교회에서의 비대면 예배와 교회 사역을 정비하려는 태도”라며 “코로나 이전부터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코로나가 와도 준비가 완료됐을 것이고, 이것이 교회 공동체 사역의 긍정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교회에서 공동체성은 중요하다. 공동체성은 교회의 능력과 관련이 있고, 성도 개인의 교회 됨을 연결하여 확장케 하고 그 능력을 배가시키는 핵심요소”라며 “신앙 공동체에서 타인을 향한 관심, 나아가 돌봄이 필요하고 연약한 자에 대한 관심과 이에 따른 공동체적 실천은 빈틈 있는 공동체성의 빈약함을 채우고, 재난과 같은 위기의 때에 삼겹줄처럼 든든한 하나의 끈을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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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학회 황병준 회장과 이말테 교수. ⓒ실천신학회
김병석 박사는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정답은 예수님의 말씀과 공생애 사역 가운데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대한 교회의 대비 역시 연약한 자, 장애인, 소외된 형제자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의 실천으로 준비된 모습, 교회의 모든 시설 및 나아가야 할 교회 공동체 방향 및 철학 등이 이 같이 도래될 위기 상황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처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재난 위기 상황에서 더욱 깨닫고 체험하는 것은, 연약한 자와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차원의 돌봄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이라며 “이는 평소 삶 속에서 실천되는 기독교 신앙의 실천으로서 ‘디아코니아’ 정신이 신앙 공동체 삶의 기초로 형성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 상황을 거치면서, 교회 공동체의 신앙 양식들은 대부분 ‘비접촉성 의미 교류 양식의 구현’으로 변모하는 양상”이라며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한다는 것은 두려움과 염려에 휘말릴 수 있게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한계를 조성하고 이를 운행하는 창조주가 주장하는 세계의 미래를 떨림으로 바라보고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다”고도 했다.

김 박사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적 변화는 신앙 공동체의 제의적 예배 패턴에도 상당한 변화와 도전을 가지고 왔다”며 “비대면 예배의 불가피한 상황과 서로를 돌보며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지체들에 대한 재난 상황에서의 섬김들이, 신앙 공동체가 다시금 새롭게 도전해야 할 예배의 삶이라는 깨달음이 실천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끝으로 “재난은 무서운 것이고, 사회는 이런 위기 환경을 공포로 인식한다. 신앙 공동체 또한 다양한 위기를 동일하게 만나고 신앙 차원의 또 다른 도전을 경험하면서 코로나의 한복판에 있다”며 “이 때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 수 있는’ 신앙의 반응과 균형 있고 마땅히 해야 하는 실천신학적 실천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를 맞는 신앙 공동체의 건강한 대응이 폭넓게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병석 박사의 발표 후 황병준 박사(호서대)를 좌장으로 민장배 박사(성결대), 윤성민 박사(강남대), 허우정 박사(부산장신대, 진해교회) 등이 논찬을 전했다.

이날 발제 후에는 독일 선교사 출신으로 한국에서 30여 년간 사역 후 영구 귀국하는 루터대학교 실천신학 이말테 교수(Dr. Malte Rhinow) 환송회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