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마이어 주석
요한복음

게르하르트 마이어 | 송다니엘 역 | 토브북스 | 928쪽 | 50,000원

신학교에서 ‘현대신학’ 수업은 거의 ‘멘붕’이 되는 시간일 것이다. 기라성 같은 현대신학자의 사상을 한 학기에 관통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신학자를 갖고 평생 연구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위인들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을 독서하고 있다. 자유주의와 현대신학의 대부분 학자들이 독일에 있다. 칸트 이후 200년 동안 세계 지성을 독일이 구가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미국에서 막대한 물량으로 영어 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독일의 학문 방법과 미국의 학문 방법이 같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도 두 나라와 학문 방법이 그들과 다르게 수행하고 있다. 어떻게 학문을 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물량으로 학문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무조건 글을 많이 쓰면 학문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르하르트 마이어 박사(Gerhard Maier, 1937-)는 독일 루터교회 사역자인데, 성경비평학의 아성에서 비평학을 거부한 방식으로 신학을 세워가고 있다. 류호준 교수는 마이어 박사를 “현대의 성서학계에서 돈키호테적 인물”라고 평가하였다.

독일의 이 보수적이고 복음적인 사상을 한국교회에 소개하고 있는 사역자는 송다니엘 목사(프랑크푸르트 개혁교회)이다.

송다니엘 목사는 에타 린네만 박사(Eta Linnemann, 1926-2009)의 글을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그녀는 불트만의 수제자였고 비평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보수적 신학으로 전향하여 선교 활동을 하고 성경으로 교회 세움과 후진 양성을 위해 사역하며 일생을 마쳤다.

무척 아쉬운 것은 게르하르트 마이어 박사와 에타 린네만 박사의 번역된 저술들이 절판된 상태라는 것이다. 마이어 박사의 <성경해석학>(영음사)은 매우 비싼 가격으로 중고서점에서 간혹 나오고 있다.

마이어 박사의 <역사적-비평적 방법의 종말>(Das Ende der historisch-kritischen Methode, 1974)은 독일과 세계 신학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성경해석학>(Biblische Hermeneutik, 1990)을 출판하였다.

송다니엘 목사는 마이어 박사의 ‘4 복음서 주석’을 번역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번역과 출판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한국교회에 복음을 소개하기 위해 송 목사 개인이 헌신하여 소개하고 있다.

마이어 박사의 <마태복음>은 진리의깃발사(2017년)에서 출판했고, <요한복음>은 토브북스(2021년)에서 출판하였다. 3년이 걸렸다. 6년이 되면 4복음서 주석을 만날 수 있을까?

다른 저자들이 주석한 신약주석 시리즈 전체가 번역된다면 좋겠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요한계시록이 먼저, 그리고 로마서, 사도행전 주석이 소개되면 좋겠다.

게르하르트 마이어
▲게르하르트 마이어 박사. ⓒ위키
이전 마태복음 주석은 주석과 연구서가 분리돼 있었는데, 요한복음 주석은 한 권에 모두 묶었다(924쪽). 번역자가 상당히 전략적으로 책을 기획하였다. 그래서 저자의 본래 의도를 전달하려고 노력하였다. 주석을 읽으면서 성경연구를 할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이다.

그리고 번역 문체가 좀 더 부드럽게 되었다고 느껴진다. 송다니엘 목사가 번역한 <마태복음>과 <요한복음>은 약간 문체가 달라 보인다. 마이어 박사의 마태복음과 요한복음에서 무엇인가 차이가 느껴진다.

마태복음은 자료의 객관성을 증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 요한복음은 좀 더 신학적인 증명이 있다고 느껴진다. 요한복음이 가진 특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 느낌으로 마태복음과 요한복음의 전개 방식과 글의 분위기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가복음과 누가복음까지 읽는다면, 좀 더 객관적 파악이 될 것 같다.

필자는 마이어 박사의 글을 한국교회에 적극 추천한다. 이 글은 서평이 아니라 강력한 추천의 글이다. 누구에게라도 강매시켜 읽히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것은 비평학의 고장에서 온 보수적인 성경주석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한국교회가 비평학의 정보를 만나면 혼란이 일어난다. 그러나 마이어 박사의 글은 보수적인 유사성이 있으면서, 독일의 학문 풍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교회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한다.

영미 신학도 비평학에 함몰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독일에서 비평학을 거부하며 성경주석을 완간하고 한 축을 굳건하게 세운 상태로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게르하르트 마이어 박사의 글은 모두 읽어야 한다. 이번에 출판된 마이어 박사의 <요한복음> 주석은 요한복음의 깊은 신학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주석되어 있다. 깊은 학문 세계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영혼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다.

성경으로 신학함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성경으로 신학하려는 학도는 반드시 마이어 박사의 글을 섭렵해야 한다. 그가 현재 성경으로 신학하려는 우리에게 좋은 디딤돌이 되어 준다.

고경태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광주 주님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