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귐과섬김
공동포럼 배경

○ 생명 살림과 돌봄은 성경의 대주제이다. 예수님께서도 “내가 온 것은 양들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요10:10). 하지만 그것은 신학과 목회에서 자주 영혼 돌봄으로만 축소되곤 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인식하는 중요한 계기를 가져왔다. 우리는 현 상황을 생명 살림과 돌봄을 향한 창조주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들어야 한다(창1:28). 이에 신학과 목회의 전환이 요청된다. 그것은 죄로 인해 죽음의 그늘 밑에서 신음하는 이 땅이 치유되고 회복됨이 천국, 곧 하나님 나라의 본질임을 인식하는 신학과 목회적 성찰에서 비롯된다.

○ (잘못된) 기독교가 오늘의 생태 위기에 상당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린 화이트가 이 점을 지적한 지도 벌써 오래 되었다. (1966년, Science 1967년) 그러나 아직도 기독교계 전반에 이 책임감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신구교 여러 교단들이 20년여 생태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실제로 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이 점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주어진 것은 주님의 계획일 수 있다.

○ 이제 곧 종교개혁 504주년을 맞는다.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교회의 개혁은 본래적 사명을 잃은 것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지난 20년에 걸쳐 안팎으로부터 근본적인 반성의 요구에 직면했다. 하지만 여전히 갱신과 개혁의 분명한 방향을 찾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길을 잃었다는 자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근래에 “선교적 교회론”은 교회 갱신을 넘어 종교 개혁에 버금가는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일부에선 현 상황을 “교회 와해”보는 과격한 진단도 있다. 구조적 조정이나 갱신 그리고 부흥운동으로는 교회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평가도 많다.

○ 종교와 교회의 개혁은 본래적 사명을 잃은 것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 개신교는 140년 역사 속에서 구교회가 겪은 모든 과정을 압축적으로 경험했다. 통과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면 “종교개혁”이라는 주장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더욱이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 19는 사상 초유의 예배 중단과 예배당 폐쇄를 가져온 집단감염의 사태를 맞았다. 더 이상 미루거나 피할 수 없는 반성의 계기가 주어진 것이다. 더욱이 온라인 비대면 상황의 이른바 “뉴노멀”은 코로나 이후에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만약 일부 “선교적 교회론”을 제시하는 이들의 분석과 주장에 더해 코로나19가 가져온 상황과 “뉴노멀”에 대한 예측이 맞는다면, 할 일은 분명하다. 교회는 스스로를 근본적으로 돌아보아 새로운 길을 찾아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론에 대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기독교가 무엇인지에 대한 재고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반성에 기초하여 교회를 새롭게 하는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찾아온 위기가 한국교회를 깨우시는 하나님의 경고와 사랑의 기회라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

○ 금번 한목협과의 공동 포럼을 통해 씨름하려는 주제는 한국교회에 요구되는 반성과 성찰의 의제들 중 가장 시급히 요청되는 “생명 돌봄”이다. 그간 <사귐과섬김 >의 정례 모임과 kodi연구소가 다루어야 할 여러 현안들을 논의해왔다. “생명 돌봄”은 늘 우선적인 관심 사안이었다. 그간 준비 모임에서는 “생명 돌보는 교회/ 생명 살리는 목회로의 회심”이 이번 포럼에서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주제라는 인식을 함께 나누었다.

○ 이 주제 선정에는 지구의 생태계를 돌보고 번성하게 하는 일이 복음과 기독교 선교와 무관하거나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전제된다. 생명 돌봄은 환경윤리의 문제 훨씬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창조와 구속의 성경적 진리가 통합된 과제이다. 이를 간과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시는 구속의 실질적 의미의 다른 모든 차원들이 빈약해진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놀라운 창조와 우리가 맺고 있는 상호관계를 간과하면 우리의 하나님과의 경험도 위축된다.

○ 이상의 내용은 이 주제를 앞서 논의해온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들이다. 이들의 통찰은 금번 포럼의 논의에 도움을 준다. 특히 독일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의 생태신학과 프랑스의 자크 엘룰, 영국과 미국의 프란시스 쉐퍼와 리처드 보캄, 하워드 스나이더 등의 논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 포럼은 생명 돌봄에로의 부르심에 어떻게 순종할 것인지를 전문가와 목회자가 함께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 한국교회는 근래에 공적 책임을 논하는 공공신학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는 지금 교회의 공적 책임은 생태학적 분야로 확장되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 속에 한국교회는 생태와 환경에 대한 책임에 대한 바른 성경적 의식이 없거나 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신학적 반성과 목회적 성찰이 절실히 요청된다. 이번 포럼은 한국교회의 지난 역사와 지금 우리의 삶의 모습이 생태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피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교회가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우리는 구원이 바로 창조 세계의 치유임을 고백한다. 이 포럼은 생명을 살리는 선교(성부의 창조와 섭리를 따름), 생명을 섬기는 교회(성자의 희생적 십자가의 사랑을 인식하고 가르침), 생명을 돌보는 목회(성령께서 앞서가시며 행하심에 따름)를 위한 방안을 찾아 실천하려 한다.

취지

1. 코로나19가 한국교회의 상황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교회가 집단 감염의 주요 원인이라는 비난에 대한 바른 대처는 이제껏 영혼 구원에만 집중해왔던 것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생명을 돌보라는 부르심과 교회의 지상 과제인 “선교”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는 생명 돌봄이 교회 내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인식에 기초한다. 병든 지구와 지역 사회 내에서 교회만 건강할 수가 없다.

2. 생명존중과 돌봄이 하나님의 가장 큰 “선교적” 계획의 핵심 내용을 선포하고 이를 목회의 우선적이며 중요한 부분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명과 실천 방안의 제시가 중요하다

3. 생명 돌봄 목회의 현실적 실천과제를 찾기 위한 반성과 현실 진단을 위한 <사귐과섬김 > 목회자들이 먼저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포럼이 되어야 한다.

4. 이 포럼을 통해 <사귐과 섬김>과 <한목협>이 한국 교회의 생명 돌의 목회를 위해 머리를 맞댄 기독교 집단지성 그룹으로서 함께 실천의 방안을 강구하여 앞서 실천할 것을 다짐하고자 한다.

선언문 “생명 돌봄을 위한 기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세상을 아름답고 풍성한 생명으로 창조하신 주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기 원합니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신음하는 가운데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의 실상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죄악을 용서해주소서. 생명을 존중하고 돌보며 번영하게 하기보다 파괴와 죽음의 편에 선 일들을 회개합니다.

우리의 소망은 병든 세상을 버리지 않고 치유하시고 온전히 회복하시는 은혜에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믿는 구원의 복음 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이 고통의 한 가운데서도 창조주요 구속자이신 하나님께서 세상을 온전히 회복시키시는 일을 행하고 계심을 또한 믿습니다.

이제 저희도 앞서 행하시는 하나님을 뒤따르기를 원합니다. 성부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를 따라 생명을 살리는 선교하는 교회가 되기로 결단합니다.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살리고 풍성하게 하려 십자가를 지신 은혜를 전하는 교회가 되기로 결단합니다. 병든 세상을 치유하여 온전히 회복시켜 생명이 가득한 하나님의 나라를 만드시는 성령의 역사에 동참하기로 결단합니다.

저희에게 앞서 행하시는 주님의 뒤를 따르는 길을 보여 주소서. 그 길에 서서 주님의 일을 행할 지혜와 힘을 주옵소서. 저희의 순종을 통해 생명을 창조하시고 풍성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이 땅에서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

생명 돌봄 목회를 실천하기 위해 이렇게 고백하며 결단하오니 우리를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1. 성경적인 생명 돌봄을 깊이 인식하여 깨닫고 그 깨달음에 삶으로 순종하게 하옵소서. 지구 행성의 생태적 환경윤리와 관련하여 한국교회가 건강한 사회적 지도력을 갖게 하옵소서.

2. 예수님 가르치신 복음의 관심과 범위가 이웃 사랑과 창조 질서 회복까지 있음을 균형 있게 실천하는 참다운 예수님의 제자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3. 세상을 통치하고 보전하시는 주님, 부활의 생명으로 모든 것을 살리는 일에 우리를 사용하여 주옵소서. 생명을 귀히 여기며 성심으로 돌보기를 원하오니 저희들을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4. 생명 돌봄의 거룩한 사명을 위해 연합하지 못했던 우리의 약함을 회개하고 모든 세대와 모든 영역 안에서 생명 돌봄의 구체적인 연합의 실천이 있게 하옵소서.

5. 생명을 살리고 회복하는 한국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자연을 병들게 하는 일들로부터 우리가 먼저 회개하고 돌아서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