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는 쉬워도 링 위에서 직접 뛰는 것은 어렵다
정부 당국과 대화, 누군가는 맡았어야 했던 역할
과도한 비판 한다면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을 것
지금은 정죄하기보다 한 마음으로 예배 재건해야

예장 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의 기자회견.
▲해당 발언이 있었던 소강석 목사의 기자회견 당시 모습. ⓒ소 목사 페이스북
이미 약 1년 전 일단락됐던 소강석 목사(한교총 대표회장, 예장 합동 전 총회장)의 ‘공개 사과’ 논란이 안타깝게도 기독교계 내부의 무의미한 소모전으로 다시 비화되고 있다.

소 목사는 지난해 11월 예장 합동 미래정책전략특별위원회의 ‘코로나시대 종교 영향도 인식조사’ 설문조사 발표 기자회견 도중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저는 우리 한국교회가 세 가지를 잘못하였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시대정신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였으며 리더십을 세우지를 못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의 진단대로 여론조사 결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이제 조금 더 ‘사회와 소통하고 대화’하며, 사회적인 ‘필요’를 들어 사회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이웃 사랑’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결과제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표현을 두고 한 매체가 <개신교계 최대 교단장 "코로나 상황 때 교회가 잘못"…공개 사과>라는 제목으로 보도했고, 이후 다른 매체들이나 SNS 등이 앞뒤 문맥을 살피지 않고 이를 확산시키면서, 마치 소 목사가 “한국교회가 코로나 상황을 잘못 대처했다”거나 “코로나 상황에서 예배를 드린 것은 잘못이다”라거나 심지어 “한국교회가 정부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처럼 왜곡됐다.

그러나 문맥을 살피면 자연히 알 수 있듯, 해당 문장 어디에도 그러한 의미의 ‘공개 사과’는 없었다. 이에 소 목사는 여러 차례 적극 해명하며 “일부 기자들이 공개사과를 했다고 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공개사과를 (했으면) 하는 소망을 표현했거나 저의 자성을 과도하게 표현했다고 본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교회를 비난하고 욕한 국민들이 많지 않느냐? 그런 분들의 마음을 교회로 돌이키는 작용으로 쓰임 받는다면 저는 좋다. 그리고 제가 좀 오해를 받더라도 한국교회가 살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칭찬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해당 발언의 진의가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단락됐었는데, 한참 시간이 지나 최근 몇몇 유튜브 채널들을 중심으로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이 확산된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비판들은 모두 해당 발언을 오해하거나 왜곡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한국교회가 코로나 상황에서의 상처들을 한 마음으로 치유하고 회복해 가야 할 지금 시점에서, 이 같은 언행들은 자칫 내부 감정 싸움이나 비방전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

특히 소강석 목사는 예배에 대한 규제를 두고 누구보다 앞장서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면서 양측 모두에게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훈수를 두며 비판하긴 쉬워도 막상 직접 링 위에 올라 뛰는 것은 어렵다. 현 정부의 성향상 그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정부와의 대화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교회가 다 같이 예배를 드렸다면 정부도 교회를 쉽사리 제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말 그렇게 됐다면 좋았겠지만, 사실 쉽지는 않은 방법이다. 정부의 규제를 거부하고 예배를 드릴 의로움과 용기를 지닌 목회자와 교인들도 많지만, 그럴 만한 용기가 부족한 목회자와 교인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랬다면 지금보다 더한 여론의 비난도 받았을 것이다. 결국 누군가는 정부 당국과의 대화에 나서야 했는데, 그 일을 짊어졌던 이들에게 내부에서 과도한 비판을 한다면 앞으로 그 누구도 이 같은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앞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었고, 미숙함도 있었으며, 서로 간에 감정이 상하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부족하고 연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비방하고 정죄하기보다는 함께 보듬으며 예배를 재건해야 한다. 더욱이 소 목사는 ‘공개 사과’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부를 향한 사과’는 더더욱 하지 않았다.

한편 다음은 소 목사의 당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WITH 코로나19 시대 종교 영향도 인식조사 발표와 뉴-노멀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예장 합동 총회장 / 미래정책전략개발위원회 특별 기자회견』

기자님들, 반갑습니다. 바쁘실 텐데도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어두운 빈 터널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여전히 코로나 블루와 포비아를 느끼고 있는 때입니다. 이럴 때는, 서로 이해하고, 공감해 주며, 서로 힘을 북돋워주는 배려의 마음이 필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모두 함께” 지혜를 발휘하여 이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번에 코로나19 상황 속에 여러 사회적 현상들을 보며, 종교의 사회적 기능이 무엇인지? 그리고 종교의, 특별히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일반국민 1000명과 중고등학생들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게 했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우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I. 첫째, 한국사회의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찍이 교회론 신학자 한스 큉(Hans Küng)은 이렇게 예견을 한 적이 있습니다. “21세기, 즉 미래로 갈수록 현대인은 기존 교회에 대해서는 저항하고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겠지만, 그러나 하나님을 향한 신심과 종교적 욕구, 또한 영성에 대한 갈망은 더 커질 것이다.”

한스 큉의 예견대로, 오늘날 교회는 하나님을 향한 영성의 본질과 목마름을 보여주는 교회가 아니라, 너무 제도나 경영적인 면을 추구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19는 반달리즘이라는 태풍을 몰고 왔습니다. 그래서 문화, 예술, 종교 집회가 다 셧 다운 되어 버렸는데, 이때 한국교회는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면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배를 존중히 여긴 만큼 이웃의 생명도 존중히 여겨야 하는데 교회는 신앙의 자유와 현장 예배만을 강행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교회를 등 돌리게 한 면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일부 교회가 코로나 감염의 진원이 됨으로써 국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 것입니다.

교회가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고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기피하고 거부하는 현상을 일으키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디지털 격차현상과 함께 세대 간 격차 및 단절현상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탈 종교화하는 현상이 급격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할 것입니다.

II. 둘째, <문화 체인지>현상이 급속하게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대면문화의 확산으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특별히 유튜브의 확산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면 온택트 문화가 오고 있는 것이죠. 가히 <유튜브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온택트 시대에 교회를 떠났거나 비난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그들의 심령을 보듬고 위무하는 좋은 영혼의 콘텐츠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III. 셋째, 바람직한 기독교의 미래상으로는 “사회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교회”와 함께 “사회적 약자를 돕는 교회” 그리고 교회에 요청하는 것은 “윤리와 도덕실천운동”을 요청하고 있습니다(보고서 참고).

저는 우리 한국교회가 세 가지를 잘못하였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시대정신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였으며 리더십을 세우지를 못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의 진단대로 여론조사 결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이제 조금 더 “사회와 소통하고 대화”하며, 사회적인 “필요”를 들어 사회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이웃 사랑”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결과제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1. 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흐름과 코로나 사태로 인한 거대한 문명의 대격변기를 맞이하여 한국교회는 사도행전에 나타난 원형교회의 본질과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신앙의 본질과 가치보다는 교회 전통과 제도에 치우친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순수한 진리와 생명, 그리고 영성의 세계로 돌이켜야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모든 세대와 모든 계층 및 사회 공동체가 공감하고, 지향하는 인간본연의 가치를 선도하고 거대 담론을 주도하며 교회가 할 수 있는 신문화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2. 범람하고 있는 많은 온라인 콘텐츠들에 대하여, 특별히 건강하지 못한 콘텐츠들을 잠식하고 인간 내면을 살리며 영혼을 녹색화하는 킬러(핵심)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기 사용과 영상 콘텐츠 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온택트를 넘는 영(靈)택트 문화와 시대를 열어가는 것입니다. 온택트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영적인 존재요, 만남을 갈망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와 포비아 때문에 정신적 병리현상을 겪고 있고 자살률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럴 때 한국교회가 인간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터치하는 영택트 시대를 여는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와 목회자가 정말 생명존중, 영혼사랑에 대한 뜨거운 가슴을 소유해야 합니다. 아무리 유튜브를 통해 화려하고 좋은 영상인 것 같아도 거기에 영혼의 뜨거운 온도와 열정이 담겨 있지 않으면 감동이 없다고 봅니다. 그 눈빛의 온도, 언어의 온도가 뜨거우면 화상을 통해서도 반드시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온라인 안에서도 진정한 영혼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코로나를 극복하는 영적 영적 방역, 정신적 방역의 역할을 하고 이 시대와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거룩한 항체와 저항인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교회에 저항하고 거부하던 사람들이 교회에 관심을 갖고 교회에 돌아오리라고 기대합니다. 이것은 한스 큉의 예견과 일치하고 미래사회는 생명이 자본이라고 역설하였던 이어령 박사님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인식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 해결점을 찾기 위하여 저희 총회에서는 우선 다음과 같은 일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 첫째, 코로나19로 도래한 지금의 시대적, 사회적 문제가 간단치 않다고 판단하여 총회사무실 안에 한국교회 최초로 <미래전략본부>를 개설하고, 지금의 현상들을 총체적이고 통시적으로 분석할 뿐만 아니라, 그 구체적 대안들을 모색하고 정책화하고자 합니다.

(2) 둘째, <미래전략본부> 산하에 <총회콘텐츠개발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제 교회교육을 단순히 주일학생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범위를 넘어, 전 목회적이고 전 생애적인 콘텐츠를 건강한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하여 개발보급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3) 셋째로는 항상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유튜브 방송인 <총회TV>를 개설하려고 합니다.

이는 빠른 정보를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종이신문이나 포털사이트로 표현하지 못한 감성적 공감과 감동적 소통을 하기 위함입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눈빛과 눈빛이 서로 마주보며 영적 소통을 하기 위함입니다.

(4) 넷째로는 지금의 코로나19는 물론 제2의 코로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코로나19위기대응팀>을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교회가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결과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제는 중대본과의 긴밀한 소통을 하면서 자율적 방역을 하며 정부는 최소한의 행정지원을 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모두의 용기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특별히 한국교회도 종교적 카르텔과 이너서클을 벗어나고 이제는 초대교회처럼 사회적 아픔을 감싸 안고 그 소리를 들으며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총회장으로서 다른 교단들과 함께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혹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전력투구를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많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