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서신, 재정적 ‘균등’ 위해 재물 나눔 보여줘
성경적 원리로 교회 내 성도들 구제 적용 가능성
개혁자 칼빈도 가난한 성도들 적극 돌볼 것 강조
교회 재정, 성도들 외면한다면 잘못 사용하는 것
개인적 차원 또는 단회적, 즉흥적 지원 지양하되

당회 등에서 규정·방향성 결정 후 합심해서 집행

2021년 가을 개혁신학회 학술대회
▲김주한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개혁신학회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도들을 위해 교회 재정을 사용하는 것은 비성경적일까? 성도들을 외면한 채 교회가 재정 사용에 있어 대사회적 책임만을 다하는 것이 과연 성경적 재정 사용일까?

이 질문에 대한 개혁신학적 응답이 지난 10월 23일 안양 열린교회(담임 김남준 목사)에서 열린 2021년 가을 개혁신학회 학술대회에서 모색됐다.

‘성도의 재정 위기에 관한 교회 재정의 개혁신학적 이해: 바울서신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김주한 박사(총신대)는 “한국교회와 신학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문제에 다양한 답변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성도들의 경제적 상황 등에 대한 관심은 교회적·신학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김주한 박사는 “교회 재정은 일반적으로 헌금을 통한다. 나아가 교회를 통해 운용된다. 헌금은 구원받은 성도가 예배 시 감사함으로 드리는 예물이고, 성경적 쓰임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며 “장로교 각 헌법으로 볼 때, 헌금의 구체적 사용처는 교회 전반 비용, 복음 전파의 구체적 실천을 위한 비용, 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나눔 등으로 구분된다. 대외 활동에 우선 사용되지만, 교회 구성원의 재정 지원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의 요소는 담겨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교회 재정을 성도의 재정적 문제를 돕기 위해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닐지라도, 현실적으로 이러한 재정 집행이 충분히 되고 있다고 알려지지는 않는다”며 “아마 교회는 복음을 위한 곳이고, 성도는 그 일을 감당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는 측면과, 현실적 측면에서 이러한 쓰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후에는 교회 재정에 관한 성경적 가르침을 살피기 위해 로마서 15장 25-29절, 고린도후서 8장 1-15절과 9장 1-15절, 빌립보서 4장 10-20절 등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됐거나 디모데전서 5장 1-18절 등 추론적으로 엿볼 수 있는 바울서신 본문들을 살폈다.

예를 들어 로마서 15장 25-29절에서, 25절의 명사 ‘꼬이노니안’은 나눔을 통한 친교의 실천적 표현 관점에서의 ‘연보’를 의미한다. 27절의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의 영적인 것을 나눠 가졌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복음을 받게 됐다는 것인 동시에, 이를 통해 마게도냐와 아가야 성도들과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이 공동체적 관계를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

27절에서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의 나눔에 대해 마게도냐와 아가야 성도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육적인 것으로 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육적인 것’이란, 앞선 조건절의 ‘영적인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문맥상 ‘연보’를 지칭한다.

위 사항을 고려할 때, 본문에서 제시한 교회 재정에 관한 견해는 헌금의 방식으로 모금된 재정을 어려움에 놓여 있는 이웃 교회를 위해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막연한 후원이 아닌 분명한 교제 혹은 유대 관계를 전제로 한 ‘전략적인 신학적/실질적 사업’이었으며, 비록 자발적이지만 당위적인 요소가 반영돼 있음을 보게 된다.

이어 고린도전서 16장 1-4절에서 바울은 ‘성도를 위하는 연보(로게이아)’라고 표현했다. 이는 일차적으로 ‘연보’의 사용 방향성을 지시해 준다. 즉 연보란 다른 어떤 일보다 ‘성도’를 위한 것임을 나타낸다.

‘매주 첫날에’, ‘각 사람이 수입에 따라 모아’ 등의 표현은 성도들이 ‘연보’ 혹은 ‘은혜’의 공유를 위해 각자 일을 해 얻은 수입 중 일부를 정해진 날 드렸다는 의미다. 초대교회 때 정례적인 모임이 있었을 뿐 아니라, 수입 일부를 하나님께 헌금으로 드리되 다른 성도들의 어려움을 돌아보는 목적으로 드리고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위 사항을 고려할 때, 본문에서의 교회 재정에 관한 견해는 어려움에 처한 성도들을 위한 헌금이 존재했고, 그러한 ‘연보’ 혹은 ‘은혜’는 정례적 예배 모임을 통해서나 특별한 방법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금됐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해, 그는 신약학자 고든 피(Gordon D. Fee) 박사의 고린도전서 주석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바울은 ‘교제, 섬김, 은혜, 복, 신령한 봉사’ 등 신학적 내용이 가득 담긴 단어로 연보에 대해 말한다. 이 모든 것은 바울에게 연보란 단순히 돈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임을 보여준다. 주의 사람들의 필요에 반응하는 사역일 뿐 아니라,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로마 제국 전역에 걸쳐 ‘주의 사람들’ 사이에 교제의 끝을 만드는, 하나님을 향한 사역이다.”

또 “헌금의 목적과 방법은 하나님/예수님의 동일한 은혜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로 부름받은 이들이 이 땅을 살아갈 동안 물질적 측면에서도 차별 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 목적, 즉 성도를 섬기는 것이다. 자발적이나 하나님/예수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근거하기에, 당위적 요소를 포함한다”며 “그 쓰임은 교회 지도자나 선교사 지원, 교회 내 약자 지원, 타 공동체(예루살렘 교회) 지원 등”이라고 소개했다.

김주한 박사는 “바울서신을 통해 특별히 강조되는 요소는 교회 재정 사용이 교회 운영 및 내외적 복음 사역을 위한 것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이나 연합된 주변 교회 성도들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돌보는 것에 초점을 둔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이는 비록 초대교회의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측면 때문에 강조된 것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동일한 ‘은혜’를 받았기에 이 땅에서 성도들 간에 섬김으로 재정적 문제에 있어 소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원리가 적극적으로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예루살렘 교회는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연보’를 준비한 마게도냐와 아가야 교회는 어렵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적 ‘균등’을 위해 재물을 나눴다는 것을 바울서신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고후 8:13-15)”며 “따라서 이러한 헌금 사용의 방향성이 초대교회 당시 상황에 국한된 것으로 보는 것은 적절한 이해가 아니다. 오히려 성경적 원리로 한국교회 내 교회 재정 사용 문제, 즉 교회 내 재정적으로 어려운 성도들을 구제하고 돕는 사역에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021년 가을 개혁신학회 학술대회
▲주요 발제자와 순서자들 기념촬영 모습. ⓒ개혁신학회

김주한 박사는 “교회 재정 사용의 이러한 방향성은 개혁파 교회에서도 인정해 왔다. 예를 들어, 칼빈은 <기독교 강요> 4권 4장 ‘고대의 교회상태, 교황제도 이전의 교회정치’에서 교회 재산 운용 전통을 제시했다”며 이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6. 교회 재산의 운용: 교회가 소유한 토지나 돈은 전부 빈민을 위한 재산이라는 생각을 우리는 교회 회의의 결정과 고대 저술에서 자주 읽을 수 있다. … 따라서 그들은 교회 재산을 마땅히 나눠줘야 할 사람들에게 분배하되 마치 하나님 앞에 있는 것 같이 최대의 두려움과 공경으로 치우침이 없이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교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공적 경비로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올바른 일이며 또한 하나님의 율법에서도 인정된 일이다(고전 9:14, 갈 6:6). … 사역자들이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도록, 빈민들도 무시되지 않도록 분배가 이루어졌다.”

“8. 교회 재산을 빈민들에게 분배했다: 교회에 기부가 들어오면 빈민을 위해서 그대로 고스란히 보관해 두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했다. 제롬도 교회들이 지나치게 호화롭다고 공격하면서, 당시 툴루즈의 감독 엑수페리우스를 칭찬했다. 이 감독은 주의 몸을 버들가지 바구니에 담고 주의 피를 유리그릇에 담으면서도 빈민은 한 사람도 굶기지 않았다고 했다. … 요컨대, 암브로시우스가 다른 곳에서 한 말을 우리는 대단히 옳은 말이라고 본다. ‘그 때의 교회 소유는 모두 가난한 자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 같은 뜻으로 ‘감독이 가진 것은 모두 빈민의 것이었다’고 했다.”

<기독교 강요> 4권 5장 ‘전체적인 교황 제도가 고대 교회 정치 형태를 완전히 전복시켰다’에서도 교회 재정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16. 교회 수입의 분배: 교회법은 명백하게 사분지 일을 빈민들에게 배당하고 또 사분지 일을 감독에게 배당해서 손님 대접과 기타 자선 사업에 사용하게 했다. 성직자들이 자기 배당금을 어떻게 처리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나는 말하지 않는다. 교회와 건물, 기타에 배당된 나머지도 필요한 때에는 빈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설명했다.”

“18. 교회 재산의 부정한 사용과 정직한 사용: 이 물질들은 그리스도에게 바친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뜻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 그의 명령에 위반되는 일에 낭비한 이 부분을 그리스도의 것으로 계산하려 해도 그것은 허사일 것이다. … 그들은 자기의 죄를 면하려고, 빈민에게 분배해야 할 것을 미신적인 일에 쓰도록 신자들을 유혹하여 교회를 지으며 조상을 세우며 그릇을 사며 예식복을 준비한다. 이런 식으로 이 밑 없는 구렁이 일상 구제 물자를 삼켜버린다.”

그는 “칼빈은 당시 교회들의 재정 운용을 비판하면서, 교회 당국자들이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며 교회 재정을 가난한 성도들을 돌보는데 적극 사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며 “칼빈에 따르면, 이는 초대 교회 전통을 따르는 것도 아니고, 교회법을 따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하나님/예수님의 뜻에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다”며 “비록 교회 재정이 다양한 곳에 적절하게 사용돼야 하지만, 만약 교회 내의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도들에 대한 외면이 있다면 그것은 어떠한 이유로든 교회 재정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또 “앞선 주교 교단의 헌금에 관한 규정 내용과 바울서신 분석을 통한 성경적 헌금 사용 방향성, 그리고 <기독교 강요>를 통한 개혁교회의 전통을 고려할 때, 현재 한국교회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교회 내 성도들을 돕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다만 개인적 차원 또는 단회적이거나 즉흥적이기보다, 당회나 공동의회를 통해 규정이나 방향성을 결정하고 온 교회 성도들이 합심해서 이 일이 올바른 교회 재정 사용임을 알고 그 방향성대로 재정이 사용되고 집행될 수 있도록 헌금 작정이나 유지에 적절한 방식으로 관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외에 개혁신학회에서는 원종천 박사(아신대 명예교수)가 ‘성화 부진에 대한 개혁신학의 대응과 과제: 역사신학적 고찰’을 발표했으며, 3개 분과에서 총 7개 발제가 진행됐다. 개회예배에서는 학회 회장 박응규 교수 사회로 김남준 목사가 설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