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사랑하는 우리교회(예장 합동)에서 부교역자로 청년 사역하고 있는 노재원 목사의 글을 연재한다. 노재원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M.Div), 연세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석사)했으며, 현재 유튜브 채널 <아는 만큼 보이는 성경>을 통해 기독교와 대중문화에 대한 사유를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옥상의 미래
옥상의 미래
노재원 목사의 <성경으로 공간 읽기> #12

옥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옥상’. 왠지 모르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장소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활용하기에 현실적인 제약이 많기 때문일 텐데요. 외기와 직접 면하기 때문에 시설들이 손상되기 쉽고 방수와 관련된 기술적 문제도 있습니다. 뭣보다 투신 등의 안전사고도 있을 수 있기에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옥상이란 냉각탑이나 엘리베이터 기계실, 수조 등이 설치되는 칙칙한 공간 정도로 여겨져 왔지요. TV드라마에서도 옥상이란 근심에 잠긴 사람들이 모이거나 사이가 안 좋은 직장 동료들끼리 다투는 곳, 또는 비행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시선을 피해 은밀하게 나쁜 짓을 하는 장소로 묘사되곤 합니다. 옥탑방은 저소득층 주거의 대명사처럼 쓰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옥상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는 옥상의 물리적 환경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옥상이란 ‘높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인데요. 높은 곳이 그 자체로 권력을 상징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권력자란 높은 곳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지요. 자신은 남들을 내려다보면서 남들로 하여금 자신을 올려다보게끔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옥상에서는 권력자들이 저지르는 추악한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요. 그 신랄한 예를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옥상

구약시대 이스라엘의 왕 다윗은 왕궁 옥상 위를 거닐다가 밧세바라는 여인이 목욕을 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리고 그 여인을 취해 버리죠. 그 여인은 엄연히 부하 장군 우리아의 아내였는데도 말이죠(사무엘하 11:1-4). 다윗은 왕궁 ‘옥상 위’에서 남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었기에 원하는 것을 힘으로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절대권력자의 악행은 옥상이라는 장소로부터 기인한 것이죠.

그런데 바로 그 옥상 위에서 또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키는데요. 그는 아버지 다윗왕의 후궁 열 명과 그 옥상 위에서 강제로 동침합니다(사무엘하 16:22). 왕위를 찬탈한 자가 자신의 왕권을 가시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전왕의 후궁들을 취해 동침하는 건 당시 근동 지방의 보편적 관례였는데요. 압살롬은 이러한 관례에 따라 다윗의 후궁들과 동침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는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이 보는 데서 이 일을 벌입니다. 옥상 위에서 말이죠.

옥상은 내려다볼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이중적인 장소인 셈입니다. 옥상의 이러한 이중적 특성은 오늘날의 루프탑 열풍과도 맥을 같이 하는데요. 옥상 위에 설치된 루프탑 음식점들은 지나가는 행인들을 내려다보는 재미와 함께 값비싼 음식을 먹고 마시는 삶의 여유를 남들에게 과시하게끔 해 주는 지극히 속물적인 공간이기도 한 것이죠. 루프탑에서 찍은 사진들을 자랑하듯 SNS에 올리는 현상들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남유다 왕 아하스는 우상숭배를 위한 제단들을 자신의 숙소 옥상에 설치했습니다(열왕기하 23:12). 이 또한 높은 곳에 모셔둔 우상이 자신을 굽어 살펴주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자 남유다 백성들이 우상을 올려다보면서 숭배할 것을 유도하는 사악한 시도였던 겁니다.

구약의 위대한 용사 삼손은 블레셋 사람들에게 사로잡히는데요. 블레셋 사람들은 자기들이 섬기는 신 다곤에게 성대한 제사를 드리려고 신전에 모입니다. 그리고 삼손을 끌어내서 자기들의 여흥을 위해 재주를 부리게 하지요. 이때 옥상에는 3천 명 정도의 남녀가 삼손이 재주 부리는 것을 즐거워하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즐거움이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이었기에 더욱 크지 않았을까요(사사기 16:21~30).

옥상을 선용하는 교회들

옥상이란 이렇게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공간이지만 잘 활용한다면 매우 요긴한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교회에서 옥상을 선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경우인데요. 이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성경의 원리에 부합하는 일입니다. 또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옥상에 스포츠 시설을 설치해서 지역주민에게 개방하기도 하는데요. 이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옥상에 텃밭을 설치해서 작물을 이웃과 나누고 주일학교 아이들에게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어떤가요? 옥상이란 참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는 곳이죠? 옥상이란 특별한 세계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