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영성 존 마크 코머
슬로우 영성

존 마크 코머 | 정성묵 역 | 두란노 | 300쪽 | 16,000원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지도 십수 년이 지난 것 같다. ‘단순한 삶’, ‘느리게 사는 삶’, ‘심플 라이프’라는 말이 아직도 유행하는 걸 보면, 현대인은 여전히 바쁜 삶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느리게 산다는 것의 참 의미는 무엇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쉬는 것 혹은 단순한 생각에 집중하며 명상에 잠기는 것, 평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누리며 즐기는 것…. 뭐든 바쁜 일상을 잊게 해주는 무언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존 마크 코머는 ‘예수님을 닮은 삶’이 바로 느리게 사는 삶이라고 말한다. 예수님께서 저자가 강조한 ‘슬로우 영성’의 완벽한 본이다.

그런데 솔직히 예수님은 엄청나게 바쁘신 분이 아니었나? 항상 무리가 따라다녀 그들을 고치고 먹이고 돌보고 가르치고, 머리 둘 곳 없어 분리된 공간에서 며칠 휴가를 즐길 여유도 없지 않으셨나? 그런데 어떻게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 영적 무감각에 빠뜨리는 바쁨을 제거하는 삶이 될 수 있을까?

달라스 윌라드와 존 오트버그의 멘토링을 받은 코머는 브리지타운교회를 설립하여 교육 및 비전 담당 목사로 섬기고 있다. 그는 위트 있는 문체로 슬로우 영성을 제안한다.

핵심적인 영성 훈련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①침묵과 고독 훈련 ②안식일 훈련 ③단순함 훈련 ④늦추기 훈련 등이다.

사실 구체적으로 제안한 삶을 늦추는 습관들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자기계발서의 조언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가령, 스마트폰을 폴더폰으로 바꿔라).

하지만 책 전반에서 강조한,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확언한 ‘최종 목적’이 중요하다. 무엇을 위해 삶의 속도를 늦출 것인가? 그리고 바로 여기서 예수님께 배울 수 있는 느림의 영성을 배울 수 있다.

저자 코머는 먼저 여러 통계 자료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바쁘게 살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게임, 스마트폰, TV에 쏟는 시간, 일하는 시간. 그냥 바쁜 게 문제가 아니라, 시간 소비를 지혜롭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영적으로 유익을 얻을 수 있는 일에 바쁜 게 아니라 영적으로 무감각하게 만드는 일에 시간을 많이 쏟는다.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지면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 오해하지만, 사실 더 많은 시간은 더 많은 할 일로 채워질 뿐이다.

현대 그리스도인은 성마름, 과민성, 쉬지 못함, 일 중독, 감정적 마비, 그릇된 우선순위, 몸의 방치, 도피주의적 행동, 영적 훈련 부재, 고립 등 다양한 영적 무감각 증상을 앓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영혼을 맑고 건강하게 만들려면 예수님의 가르침뿐 아니라 삶의 방식 그리고 속도를 따라야 한다. 저자는 “예수님의 ‘삶’을 경험하려면 그분의 ‘삶의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104쪽)”고 말했다.

안식
▲일과 생활의 균형은 단지 시간을 균형적으로 잘 배분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Unsplash
<슬로우 영성>이 보다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저자가 자신이 설명한 느린 삶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280여 명의 성도를 섬기는 목사로서 또 여러 책을 집필한 저자로서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는 독자에게 소개한 ‘슬로우 영성’ 습관을 실천하며 영적 무감각에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하나님께 집중하는 삶을 훈련하고 있으며, 함께 예수님을 닮은 느린 삶을 살자고 권면한다.

첫째, 저자가 강조한 슬로우 영성 훈련은 침묵과 고독 훈련이다.

코머는 예수님께서 바쁜 사역 일정 중에도 항상 아버지 하나님 앞에 홀로 서서 조용히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음을 성경을 통해 증명한다. 그리고 “모든 관계에는 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151쪽)”고 말한다.

저자는 매일 하나님과의 조용한 시간을 실천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하루 가운데 가장 귀한 시간이라고 확신한다. 인격체이신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는 신자가 둘만의 시간을 거의 보내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분 안에서 쉼을 누리고 평안을 얻을 수 있겠는가?

두 번째 훈련은 안식일 훈련이다.

저자는 안식일이 정신없이 일주일의 바쁜 업무를 마치고 푹 쉬는 하루가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펼쳐질 일주일을 “느긋함, 감사, 평안, 기도로 살도록 만드는 날”이라고 말한다. ‘쉼의 정신’을 불어넣는 하루다.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복되고 거룩한 날로 삼으신 것은 단순히 우리 육체와 정신의 쉼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영혼을 하나님으로 채워 진정한 쉼을 누리기 위함이다. 코머는 또한 흥미롭고 납득이 되는 주장을 했는데, 우리의 안식일이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누군가에게 쉼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훈련은 단순함 훈련으로, 가지고 있는 소유를 나누는 것이다.

많은 것을 갖고 또 더 많이 가지려는 삶은 시간을 더욱 소비하게 만들고 영혼을 지치게 만든다. 가진 것으로 누군가를 섬기고 사랑하면 우리 영혼은 단순해지고 또 부유해진다.

핵심은 ‘만족’이다. 하나님으로 만족하는 법, 하나님이 현재 허락하신 것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바울이 말한 ‘자족하는 법’), 바로 그것이 무거운 일정을 가볍게 해주고, 조바심내는 마음을 늦춰준다. 저자는 실제로 한 계절에 세 벌의 옷 입기를 실천했다고 한다.

마지막 네 번째 훈련은 20가지 늦추기 훈련으로, 다양한 실질적 조언으로 채워져 있다. 독자가 이 중 몇 가지를 실제로 실천해봄 직하다.

<슬로우 영성>을 읽으면서, 요즘엔 한 곡의 찬양도 조용히 집중해서 마음을 다해 듣기 힘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삶이 바빠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 자체가 정돈되지 않고 복잡해진 것 같다.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는 것을 언제 해봤던가? 언제 하나님의 말씀에 크게 감동하고 그분과의 교제 속에 민감하게 반응해 봤던가? ‘바쁨’은 현대 그리스도인이 앓고 있는 질병 같다.

코머의 책 <슬로우 영성>을 읽는 독자들이 잠시 ‘쉼’을 생각했다가 다시 무감각한 ‘바쁨’의 삶으로 되돌아가지 않기를, 저자가 실천했던 여러 방법을 동원해 하나님을 바라보는 삶, 예수님 보폭에 맞춰 사는 삶, 성령의 능력에 의존하는 삶을 살기를 기대해 본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