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룸
▲ ⓒNMN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비드와 아넌딜라이트, 리계가 새 싱글 ‘BLUE ROOM’의 리뷰를 공개했다. 리뷰를 쓴 리튼바이 라이노(a.k.a WRTN by RHINO, 본명 이창수, @WRTNbyRHINO)는 전도사이자 힙합 아티스트로 힙합과 교회 그리고 동시대 간의 삼자대화를 돕는 일을 사역으로 생각하고 섬기고 있다. 그는 힙합, 케이팝 평론 모임 ‘매디’ 정회원, 필진이며, ⌜주간경향⌟, ⌜베스트 일레븐⌟, ⌜처치 미디어⌟ 등 일반, 교계의 다양한 지면에 기고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김봉현의 한국 힙합 100', 월간지 ⌜에스콰이어⌟ 등에는 자문 또는 직접 인용 됐다. 다음은 리튼바이라이노의 ‘BLUE ROOM’ 리뷰 전문.

누가 이들을 푸른방으로 내몰았는가?

"해석이 필요 없는 작품은 없다."
해석이 필요 없는 작품은 없다. 만약 있다면 그건 너무 단조로운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도 주석, 강해와 함께 일때 더 온전히 이해가 된다. 이는 성경의 명료성과 반대 되는 개념이 아니며, 에디오피아 내시와 빌립 집사의 만남을 우리는 사도행전을 통해서 알고 있다.(행 8:31)

좋은 감상을 위해서 좋은 평론이 필요하다. 한국 기독문화, 기독음악의 맹점 또한 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막 국내 시장이 형성될 무렵 생겼던 주요 평론 매체들과, 평론가를 자처했던 소중한 사역자 분들, 그런 글을 담을 지면과 말을 담을 공간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CCM은 쇠퇴가 가속화 됐다.

지금 이 글을 적는 이유는 곡과 인물들이 유명해지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혜로운 말로 치장된 홍보글이나, "실력"을 논하는 비판, 자멸로 향하는 자기검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잊혀질 이름들은 벽에 손으로 쓴 글씨처럼, 특이하게 등장했다가도 세월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단 5:5) 하지만 어떤 이름들을 우리는 돌에 새겨 간직할만 하다. (욥 19:24)

"비와이는 잘못이 없다."
먼저 비와이(BewhY) 얘기를 해야겠다. "크리스천 힙합"이란 단어조차도 낯설 것이다. "지져스 스웩", "괴물래퍼"라는 엠넷이 붙인 이름들이 우리에게 훨씬 더 친숙하다. 우리는 우리 공동체의 독자적인 문화를 가질 정도로 성숙하거나 진정성 어린 응원의 마음을 아직은 갖고 있지 못한 것같다. 한 예로 우리의 언어는 어떤 매체에 더 영향을 받았나?

나는 이 지면에서 다비드(DAV1D)와 아넌딜라이트(Anandelight)라는 두 아티스트의 곡을 소개하고 추천하고자 한다. 이는 홍보의 사주를 받은게 아니며 평론의 결과 이다. 나는 두 아티스트가 (1)해당 장르의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 있어서 탁월하고 (2)이번 그들의 작품이 훌륭하며 진정성이 있으며 (3)앞으로도 뒤 따르는 여러 아티스트들과 해당 씬에 선한 영향이 될 것을 확인 했기에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다비드 아넌딜라이트
▲지난 1일 첫 방송을 한 쇼미더머니 시즌10에 출연한 다비드(아래)와 아넌딜라이트(위). ⓒMnet 쇼미더머니 시즌10
그러기 위해서 역설적으로는 비와이 얘기를 먼저 해야 한다. 우리의 치부를 먼저 들춰야 한다. 비와이를 한국교회가 소비한 방식은 과연 "일등주의", "승리주의"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가 홍대 언저리에서, 쇼미더머니에서 불렀던 것과 똑같은 곡을 열창하고 있을 때 박수 쳐준 한국교회 성도는 과연 몇이나 있나? 목사님들은?

언뜻 날카로워 보일 수 있는 이 비판은, 허나 악의에 차 있지는 않다. 현실을 우선 직시하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비와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마치 "사울은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라는 노래의 작사, 작곡이 다윗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삼상 18:7) 뿐만 아니라 우리 성도님들도 잘못이 없다. 들춰보면 이는 우리 상처에 기인해 있다.

한국교회와 한국 기독문화는 어쩌면 다시 오기 힘들 중흥기를 맞이했었다. 이를 부흥기라 부르길 주저하는 것은, 그렇게 부르기엔 너무 쉽게 외부적인 요인들로만 내부가 와해되었기 때문이다. 비공식적으로는 김건모 보다도 많이 나갔다는 (김건모는 오늘날 상상하기 어려운 "100만 가수"다. 앨범 판매량이 백만장이라는 뜻.) 기독음반이 있었다니 말 다했다.

비와이는 그런 중흥기를 기억하고 있는 이전 세대 크리스천들과, 바야흐로 "개독"이라 불리는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세대 크리스천들에게 향수와 신선한 충격으로 각각 다가왔다. 이번에도 새로운 시즌이 개최되긴 했지만, 당시로서 "소재의 고갈"이란 한계에 우선 봉착했던 엠넷 제작진들에게 비와이와 그 친구 씨잼으로 대표되는 "선과 악의 대결구도"는 보편적인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소재였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분히 "종교적"이기도 했다.

이는 작가진 중에 크리스천이 있었느냐 마느냐 하는 "간증"의 스토리로 흐를 것이 아니다. 종교는 모든 문화의 최고봉이니까. 엠넷은 프로고, 이것은 현실이다. BTS가 뮤직비디오에 노아의 방주를 등장시키는 것은, 마칭 밴드(Marching Band)를 활용하는 것은, 그들의 신앙 고백이 아니다. 미국의 바이블 벨트 시장을 공략하려는 다분히 전략적인 비쥬얼 연출 이다. (실제로 BTS의 미국 시장 점유률은 아직 LA와 뉴욕 같은 대도시에 아직 집중돼 있어, 중부 공략이 절실했었다) 오늘날 한국 크리스천들은 대중문화에 있어 너무도 순진하다..


블루룸
▲블루룸 아트워크. ⓒNMN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아티스트 모두에게 변곡점이 될 곡"

비와이를 논한 다음에야, 이제야 다비드(@david_holy_nam)와 아넌딜라이트(@_anandeli9ht_hadash)를 말할 수 있겠다. 아쉽게도 짧은 글은 이만 결론으로 향해야 한다. 괜찮다. 그들의 음악은 명료하며 에두르지 않는다. 순수하며 또 열정적이다. 그들의 직유와 은유에는 한때 유행하거나 권장 됐었던 "크로스오버"적인 난해함이 없다. 그들은 스스로를 크리스천 힙합 아티스트로 인식하면서 공격적으로 내뱉는다. 하란대로 비와이처럼 하지 않고,"(다비드 - 'NEW'), 세상음악으로 성공하려 했던 자신을 회개 한다.(아넌딜라이트. 본 곡.)

다비드와 같이 목회자 자녀이자, (이는 그의 페르소나와 작품에서 중요한 일부분이다.) 신학을 전공하기도 한 프로듀서 리계(Leekye)는 트랜디 하고 미니멀한 작/편곡으로 둘의 메세지를 지원한다. 작사가 먼저 였는지, 작곡이 먼저 였는지 모르겠다. 아마 둘은 동시에 이미 예정됐을 것이다. 필자는 칼빈의 예정론을 좋아한다.

둘의 메세지는 각각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변곡점을 그린다. 여태껏 주로 밝고 흥겨웠던 다비드도, 다양한 음악 색깔과 역동적인 랩을 과시했던 아넌딜라이트도, 둘의 장기를 내려놓고 기도하듯 읊조린다. 또한 그것은 자조적인 자기반성이기도 했다. 이는 둘다 구술문학과 힙합음악에 전해 내려온 두 뼈대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누가 이들을 푸른방으로 내몰았는가?"
기독문화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패배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목적은 기독교 왕국을 건설하는 것에 있지 않다. 다만 우리는 그들 가운데 섬기며 하나님 나라를 이 땅 가운데도 펼쳐나가야 한다. 때론 그 왕국이 이 땅과 하늘에 중첩되는 걸로도 보이겠지만, 대부분 그 시간은 그리 길 수만은 없다. (요 18:36)

먼저 혼나는 것에 익숙해지자. 충분할 때까지 우리를 혼냄을, 그들에게 허락하자. 눈치를 잘 보자. 대중문화는 특히나 더 경쟁적이다. 모두가 높이 오르려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더 낮은 곳으로 향하자. 우리의 삶과 행동과 목소리가 겸손해지자. 이건 기독문화와 기독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져스 스웩도 좋지만, 다른 것도 창의적으로 계발해야 한다. 창의적으로 겸손해지고, 공격적으로 순수해지자.(롬 16:19)

누가 이들을 푸른방으로 내몰았는가? 그것은 하나님이다. 이 시장이, 작금의 상황이 이들을 반지하 작업실로 내몰은 것이 아니다. 또한 이들은 순종해, 자원해서 그곳으로 들어갔다.

"부활을 기대하며"
자조적인 이 둘의 가사는, 그러나 공허하지 않다. 답 없는 결론 같은 동시대 어떤 메세지들과는 다른 차원에 있다. 이건 실력에 관한 것만이 아니고 그들의 "신앙"에 기초해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크리스천일 것이다. 바로 "우리"의 실력이 아니라 "신앙"에 기초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것이다. 우리 실력이 아니라 우리 믿음이 우리의 영혼과 우리의 예술과 우리의 작품을 구원한다. 위대하게 한다. 살아나게 한다. 살아 있게 한다.

나는 이들이 죽은 문화를 되살릴 이들임을 천명한다. 이 곡은 하필이면 비와이가 군 입대를 한 시점과, 새로운 시즌의 쇼미더머니가 시작된 시점에 알맞게 세상에 나타났다. 이제 우리는 비와이를 일등주의로만 대했던 우리를 되돌아볼 기회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두 아티스트는 각자 쇼미10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줄걸로 기대가 된다. 기도가 된다.

안 그래도 좋다. 티비에 좀 안 나와도 좋다. 좋은건 있는 그대로 좋은 것이다. 안 좋은건 티비에 하루 종일 나와도 안 좋은 것이다. 나는 이들이 좋다. 이들은 훌륭하다. 이 가운데 미래가 있다. 그건 힙합만의 것이 아니다. 아시다시피, 힙합은 오늘날의 대중음악이다. 대중문화이다. BTS, BLACKPINK, 기리보이, 마미손, 유병재가 오늘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리튼 바이 라이노
▲리튼바이 라이노(a.k.a WRTN by RHINO, 본명 이창수) ⓒ@WRTNbyRHINO
-다비드, 아넌딜라이트의 앨범들은 모두 추천한다. 추천곡으로는 우선 이번 ‘BLUE ROOM’과, 각각 ‘DAVIDance’, ‘Mighty Freestyle’.

-크리스천이며 힙합 아티스트인 지푸(GFU)는 매주 화요일 저녁, 홍대에서 여러 힙합 아티스트들과 함께 정기적인 기도모임을 갖고 있다. *문의: @gfutheprime

-케이팝, 힙합 평론팀 '매디'가 운영하는 웹진에서 필자가 기독인의 관점으로 작성한 비와이, 손심바, 에픽하이, 슈퍼주니어 등에 대한 흥미로운 칼럼들을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 드린다. www.maedi.kr

- 그외 멋진 한국 크리스천 힙합 아티스트들을 더 궁금하시다면, 이 두 유튜브 채널을 추천드린다. JR Entertainment. NAZAR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