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드러난 하늘나라
마침내 드러난 하늘나라

폴라 구더 | 이학영 역 | 학영 | 284쪽 | 16,000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편은 시편 1편입니다. 물론 23편도 좋아하지만, 1편은 묵상하면 할수록 기이하고 놀라운 시편이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만약 제가 시편 1편의 제목을 짓는다면 ‘하늘에 뿌리 내린 삶’이라고 짓고 싶습니다. 시편 1편은 강가에 옮겨진 나무를 통해 하나님 말씀에 천착한 삶의 경이에 대해 풀어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뿌리내려야 할 곳은 이 땅이 아니라 하늘인 것이죠.

그리스도인들은 영적 존재이기에 육으로만 살 수 없으며, 철저히 영적 채움을 통해 살아갑니다. 하늘의 계시를 따르는 이들이 받는 영적 복을 설명합니다.

폴라 구더(Paula Gooder)는 일반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 익숙한 저자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은 폴라 구더의 첫 번역 책은 아닙니다.

2021년 2월에 <최신 오경 연구개론>이란 제목으로 브래포드 A와 공저로 새물결플러스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4월에서 에클레시아북스에서 <이야기 뵈뵈>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학영에서 폴더 구더의 세 번째 책이 번역 출간 되었습니다. 폴라 구더는 영국 성공회 버밍엄 교구 선교 교육 개발 책임자이자, 차세대 톰라이트라는 별명을 얻은 신약학자입니다.

영어 이름에 익숙지 않은 저의 무지와 부수적 편견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 분이 여성인지를 전혀 몰랐습니다.

글 자체가 남성적 성향이 짙고, 모세오경 연구 개론서처럼 학문에 대한 집요함이 없으면 파고들기 힘든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분입니다. 현재 NIGTC 고린도후서 주석을 집필 중이라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이 책은 성경에 나타난 ‘하늘’에 대해 성경과 역사, 신학적 측면에서 개론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책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구약과 중간사, 신약을 오가는 하늘의 개념을 아우르는 책이기 때문에 뜻밖의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성경에 나타난 하늘에 대해 쉽지만 예리한 접근을 시도합니다. 히브리즘과 헬레니즘에 나타난 하늘의 개념은 성경을 연구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초기 기독교인이 가진 하늘의 개념으로 확장시켜 나갑니다.

구약 초기 하늘은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존재합니다. 하늘로 번역된 히브리어 샤마임은 복수형으로 직역하면 ‘하늘들’이 됩니다. 샤마임은 ‘창공을 가리키기도 하고 또 하나님이 계신 곳(34쪽)’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즉 하늘은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대과학 용어로 하면 대기와 우주를 구분하지 않은 것이죠. 하늘을 나타내는 또 다른 히브리어 라키아는 일반적으로 공간 또는 ‘둥근 지붕(39쪽)’이란 모호한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에게는 하늘에 지붕이 있다는 개념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대 세계에서는 하늘은 곧 지붕이었습니다.

천국
▲천국? ⓒ픽사베이
폴더 구더의 통찰은 여기서 한층 더 올라가, 하늘 보좌의 개념과 승천과 부활로 나아갑니다. 하늘 보좌에 대한 이야기는 창세기뿐만 아니라 구약 전반에 걸쳐 가끔씩 소개됩니다. 야곱이 벧엘에서 꿈을 꿀 때, 에스겔의 보좌 병거, 다니엘의 보좌 환상 등이 있습니다.

특히 제2성전기 문헌에 속하는 다니엘서는 ‘구름을 타신 이’나 ‘하늘 보좌’, ‘인자’ 등의 표현은 앞으로 전개될 중간기와 신약 시대의 신학적 배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요한계시록 4-5장에서 매우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런데 폴더 구더는 신약의 복음서 저자들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예수님의 즉위가 성전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90쪽)’에 주목합니다. 신약의 보좌, 즉 통치 방법은 왕들이 앉는 보좌가 아니라 십자가를 통한 통치임을 말합니다.

“하나님의 보좌의 기초가 되는 공의와 정의는 철저히 즉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으로 인하여 공의와 정의는 이제 영광과 권세가 아닌 고통과 죽음을 통해 표현되고 있습니다. 왕이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의 즉위를 통하여, 그가 누구인지, 그의 왕국(나라)-위엄과 영광으로 드러날 뿐만 아니라 사랑과 겸손으로도 드러나는 왕권과 왕국이 어떠한 모습인지를 보여주셨습니다(91쪽).”

신약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께서 그러하셨듯, 하나님과 왕으로서의 예수님을 따라는 자들입니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지만 하늘에 뿌리는 내리는 영적 존재들입니다.

더 세밀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도 살짝 들긴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저자의 고민대로 이 책의 3배 분량이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성경에 나타난 하늘의 상징과 의미들을 걸러내고 또 집약하여 단 권에 담아냈습니다. 만약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제2성전기 문헌에 대한 이해와 신약의 배경사를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과 통찰을 얻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