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에서 인민 중심으로 담론 변화
집단주의 무조건 강조에서 개별 주체 인정
세계 사회와 소통 지향, 주민들 공감 시도

기독교통일포럼
▲온라인 모임 모습. ⓒ포럼
기독교통일포럼 9월 모임이 11일 오전 온라인 영상회의로 진행됐다. 이날 임수진 박사(보훈교육연구원)는 ‘한 사회의 집단적 자기화-타자화 담론 연구: <로동신문>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임수진 박사는 “‘우리식 사회주의’, ‘자주국가’로 대표되는 북한 사회의 강력한 집단주의 및 세계사회와의 거리두기·고립주의는 대외적으로 제국주의·자본주의 국가들에 대한 적대적 태도, 대내적으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일원적 ‘사회공동체’의 구성으로 요약된다”고 소개했다.

임 박사는 “북한 사회의 집단주의 특성은 강력한 사상교육 체계 및 제도화, 지도부 중심의 사상적·조직적으로 일원화된 ‘사회공동체’를 구축하는데 있다”며 “사상교양으로 ‘집단적 가치’를 창출하고, 집단 내부와 외부의 경계짓기 강화 등을 통해 ‘우리 vs 적’에 대한 인식의 강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사상교양의 주요 내용은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교육’이다. 주체사상에서는 ‘인민대중-수령-당’을 일체화돼야 할 존재라고 말한다”며 “사회주의 교육의 목적은 각 개인들이 ‘사회와 인민을 위하여 몸 바쳐 투쟁’하고 ‘로동계급의 혁명위업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꾼들로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임수진 박사는 “집단적 자기화 담론에서는 ‘인민’과 ‘수령’을 강조하고, 집단적 타자화 담론에서는 ‘미제와 일제’, ‘남조선 괴뢰’를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며 “정치사상교양은 로동신문으로 대표되는 언론과 교육, ‘외곽조직단체’와 ‘생활총화’ 등 조직생활을 통한 사회생활 통제 등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기독교통일포럼
▲임수진 박사(오른쪽 위)가 발표하고 있다. ⓒ포럼
임 박사는 “<로동신문>에서는 1970년대 이후 수령, 최고지도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인민’에 대한 강조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인민’의 집단적 ‘원쑤’이자 ‘적’인 미제에 대한 언급도 많다”며 “그러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기간 개별 불만 표출이 늘어나고 사적 공간이 창출되면서 정치사상교양 작동체계가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집단적 자기화-타자화 담론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후 2000년대 사회체제 재건 노력과 함께 해당 담론이 복구되기 시작했다. 특히 김정일 중심의 집단적 자기화 담론이 증가했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남한에 대한 언급보다는 반미 담론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섰다”며 “김정일 사후 김정은 유일지도체제가 확립되면서 경제와 핵무력 병진 노선이 선포돼 경제를 보다 강조하게 됐다. 그리고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관련 언급도 늘어났다”고 했다.

또 “‘사회주의 문명국’과 ‘애민’을 강조하는 등 주민들의 개별 자율성 확대, 계층화, 해외 문화 접촉 빈도 상승 등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이전의 통제와 다른 사회적 결속 기제를 활용하고 있다”며 “최고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 논의보다는, 민생의 향상과 인민의 권위 강화에 보다 중점을 둔 방식으로 담론발화의 태도가 변화했다”고 전했다.

임수진 박사는 “외부 세계에 대한 적대적 태도도 완화됐다. ‘미제’, ‘남조선 괴뢰’ 같은 대상에 대한 비난이 감소한 것”이라며 “‘미제’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소멸 추이에 있고, 객관화되고 중립적인 태도로 전환되고 있다. 대신 관념적 차원에서 ‘일제’에 대한 비난 담론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정은 시대 북한 사회의 변화’에 대해 “최고지도자에서 인민 중심으로 담론이 변화됐고, 집단주의에 대한 무조건적 강조에서 ‘개별적 주체’에 대한 인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세계화 및 경제 중시, 세대교체 등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주민 개인을 인정하고, ‘인민’에 대한 풀뿌리적 차원의 사회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조심스럽게 세계 사회와의 소통을 지향하고, 이에 대해 주민들과의 공감을 시도하고 있다”고 긍정적 해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