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빙글리, 사회적·정치적 문제 속 영적 문제 있다 여겨
용병 제도 폐지 공헌, 아프간 사태와 남북 분단 아울러
분단 속 한반도, 통일 전 지나야 할 자리 ‘평화의 나라’

2015 통일학회
▲주도홍 교수가 과거 강연하는 모습. ⓒ크투 DB
기독교통일학회(회장 안인섭 교수) 제21회 학술포럼 멘사토크가 ‘북토크: 아프간 사태가 한반도 통일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9월 11일 오전 10시부터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주도홍 박사(총신대 초빙교수, 전 백석대 부총장)가 ‘<츠빙글리를 읽다>의 관점에서’ 아프간 사태가 한반도 통일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주도홍 박사는 “종교개혁자 츠빙글리가 21세기 한국에서 종교개혁을 이끈다고 할 때, 사회적 큰 어두움, 거대한 죄악의 현장, 증오와 갈등의 현장인 분단을 어떻게 바라볼까”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츠빙글리는 종교개혁을 하였을까? 분단은 단지 정치 문제라고, 교회와는 거리가 먼 세상 문제로, 그저 기도하면 된다고 말했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사회적·정치적 문제 속에는 영적 문제가 근원에 도사리고 있다고 보았던 츠빙글리는 확실히 한국교회가 이 문제를 영적으로 성찰하고, 분명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라 믿는다”며 “스위스 종교개혁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츠빙글리는 고질적 병폐인 스위스의 용병 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외치며, 용병 제도 근원에 영적 죄악, 민족의 타락이 다가오고 있음을 호소하면서, 종교개혁의 불을 다시지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용병 제도에 대해 “츠빙글리는 1522, 1524년 두 번의 경고를 통해 당시 성행했던 스위스 용병 제도를 없애는 데 공헌했다. 용병 제도란 스위스 젊은이들을 타국 군대로 내보내 대신 돈을 받는 것으로, 다르게는 그들의 목숨을 내주고 받은 돈으로 생활을 하는 것”이라며 “츠빙글리는 스위스가 조상들의 미덕과 업적을 저버리고, 청년의 생명을 대가로 세상 부귀를 좇아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츠빙글리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떠날 때 윤리적 타락을 가져오고, 결국 정치적·사회적 악으로 드러난다고 확신했다. 용병 제도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천박한 삶으로, 속임수와 교만이 그 본질”이라며 “용병을 통해 유입되는 돈이야말로 스위스 연방의 법질서를 어지럽히고, 사악한 사회관습으로 자리잡아 근본을 뒤흔들어 결국 외국의 종노릇하기에 이르며, 사람들이 타락에 이른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용병제도에서 츠빙글리가 주목한 것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하나님의 분노를 일으키는 전쟁, 외국 권력과의 유착에서 거래되는 검은 돈, 증오와 불신으로 인한 사회관습의 악화였다”며 “츠빙글리는 스위스 연방이 망가져 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이는 종교개혁자 츠빙글리가 만난 사회적 정치적 도전이요, 스위스 연방이 함께 풀어야 할 난제였다”고 했다.

주 박사는 “츠빙글리는 목숨을 걸고 모든 삶의 개혁을 추구했던 개혁교회의 아버지이며, 인내 어린 평화의 종교개혁자였다. 40년을 기다린 해방자 모세, 33년을 기다린 예수님은 츠빙글리에게 큰 힘과 교훈이었다”며 “오늘 기독교통일학회의 남북 분단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러한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그 의미가 크다. 이런 점에서 개혁신학을 내세우지만 이원론에 빠진 오늘 한국교회는 새로운 발걸음을 마땅히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츠빙글리는 분명한 문제의식과 개혁 방향, 목표를 확실히 알되, 결코 급히 서두르지 않고 폭력을 멀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차분하게 평화로운 개혁의 길을 택했다”며 “혼란과 무질서를 가져오는 과격과 서두름, 폭력은 결과적으로 개혁을 어렵게 하는 장애임을 인식했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실패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작은 발걸음으로 순리를 따라 평화롭게 로마교회를 개혁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기독교통일학회 멘사토크
▲온라인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기독교통일학회
주도홍 박사는 “당시 대놓고 개혁을 반대하지 않은 교회 지도자들이 회개하는 마음으로 침묵으로나마 동조해 주기를 원했고, 그들이 폭압적이지 않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기를 기도했다”며 “츠빙글리는 개혁의 끝에서 형제 사랑과 평화를 덤으로 얻기를 원했다. 의사들이 수술은 성공했으나, 목숨을 잃은 식의 결정적 비극은 피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주 박사는 “한 예로 츠빙글리에게 수도원 폐지의 시점은 수도원의 마지막 수도사가 세상을 떠나는 때였다”며 “이러한 츠빙글리의 개혁에 사람들은 언제까지 그토록 기다려야 하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으나, 츠빙글리에게는 결실을 거두기까지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위스 종교개혁자요, 개혁교회의 아버지 츠빙글리의 평화로운 종교개혁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소명이며 이루어야 할 과업이었고, 대내외적으로 핍박 그 자체였다”며 “대표적으로 루터는 성찬 때문에 츠빙글리를 지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적했다. 츠빙글리에게 어느 하나 쉬운 개혁은 결코 없었다”고 지적했다.

주도홍 박사는 “여기서 꼭 짚어야 할 점은 47세의 이른 나이로 전쟁에서 로마 교회 군인에게 목 베임을 당했던 츠빙글리는 스위스 연방의 종교개혁이 알프스처럼 거대한 위기로 다가왔을 때, 이에 굴복하지 않고 고질적 병폐인 용병제도를 중단할 것을 호소함으로 종교개혁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 박사는 “츠빙글리는 사회적·정치적 타락은 그 저변에 영적 타락이 자리잡고 있다고 호소하며, 종교개혁의 불을 다시 타게 하였다”며 “이원론으로 피하거나, 무관심의 길에 섰던 교회가 모든 삶의 개혁을 추구했던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에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라고 역설했다.

그는 “세계 유일의 분단으로 신음하고 절규하는 한반도, 그 한반도에 자리한 한국교회는 모든 삶의 신학을 추구했던 평화 신학자 츠빙글리의 신학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편견 없이 가감 없이 츠빙글리를 읽어야 한다. 분단의 땅 한반도가 통일을 이루기 전 필연적으로 지나야 할 자리가 ‘평화의 나라’라는 확신이 드는 것은, 평화 없이 오는 통일이라면 수술은 성공적이나, 결과적으로 목숨을 잃는 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토론에 나선 양신혜 박사(합동신대)는 “츠빙글리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가 걸어간 삶의 궤적이 그리스도인으로서 개인적 경건생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이라며 “그의 삶의 여정은 바로 남북이 분단된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이 땅의 정치·경제· 사회 문제를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판단하는데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 박사는 “츠빙글리는 용병제를 반대했다. 용병제 반대는 민족의식에 토대를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기에 아프간 사태와 남북 분단의 문제를 아우르고 있다고 생각된다”며 “츠빙글리가 용병제도를 반대한 것은 당대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의 평화주의의 영향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츠빙글리가 용병제를 비판하면서 눈여겨 본 것은 노동 윤리 강화와 농작법 제안 등 구체적 대안이었다. 이처럼 우리의 남북 문제를 바라보는 시점도 단순히 민족적 감정에서만이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관점을 아우르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프간 사태가 남북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거나 국제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한국 군인파병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학술포럼에서는 이 외에도 최현범 박사(부산중앙교회)가 ‘<세상 한가운데로 들어가라>와 아프간 사태를 통해 돌아보는 통일문제’, 정지웅 교수(아신대)가 ‘<동북아 바둑판: 한국의 새로운 접근 전략>의 관점에서’, 정진호 교수(한동대)가 ‘<여명과 혁멍, 그리고 운명(상·하)>의 관점에서’를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