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과 MOU도 체결… 한국교회 힘 모아 대응
새 채용 절차, 위헌이며 학교와 교사 모두에 피해
건학 이념에 맞는 교사 찾기 더 어려운 환경 직면
기독사학 재건·자정 및 공적기능 강화 노력 병행

변윤석 변호사(법무법인 조이앤파트너스 대표), 미션네트워크 상임이사인 박상진 교수, 홍배식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회장
▲(왼쪽부터 순서대로) 변윤석 변호사, 박상진 교수, 홍배식 회장이 발제에 앞서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교육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가장 큰 쟁점은 교사 신규 채용 시 1차 필기시험을 관할 교육청 위탁 의무화한 것으로, ‘임용권’에서 사학의 자율성을 크게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개정 사학법은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이에 사학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응을 모색하는 사학미션포럼이 9일 오후 3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포럼 직후에는 기독교계 사학 교장, 교목 등이 열띤 토론을 펼치는 등 사학 현장의 위기감이 극명하게 표출됐다.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1부 창립감사예배 및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의 업무협약 체결, 2부 사학미션포럼, 3부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인사말을 전한 이재훈 목사(미션네트워크 이사장, 온누리교회 담임, 한동학원 이사장)는 “한국교회는 물론 교육 당사자들과 기본적인 논의 없이 해당 법안을 강제적으로 통과시킨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한국교회와 범기독교학교 단체들과 함께 공동체적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헌법소원 준비… 교원 채용은 사학 운영 자유의 본질

사학계는 ‘헌법소원’ 등의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사립학교법 개정법률안의 주요 쟁점’을 발제한 변윤석 변호사(법무법인 조이앤파트너스 대표)는 “필기시험 강제위탁 조항이 사학운영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더라도, 위헌 여부는 국회가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 합리적 입법한계를 벗어나 자의적으로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필기시험을 교육감에게 강제위탁시키는 내용의 법률조항은 사학운영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사학운영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변 변호사는 “사학은 개인 또는 종교단체 등 사인(私人)의 막대한 재산의 출연을 통해 설립됐고, 그 설립목적은 개개의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건학이념 구현을 위한) 교육은 바로 건학이념에 맞는 교원을 채용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따라서 교원채용 절차는 사학운영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발제한 홍배식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회장은 1차 필기시험 강제 위탁이 야기할 문제점을 자세히 분석했다. 교사 선발 시스템이 파괴되고, 사학과 예비교사 모두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다.

교육청이 제시하는 지원방법은 공립, 사립 ‘동시지원’과 ‘단독지원’으로 나뉜다. 관건은 공사립 동시지원제도로, 공립학교의 높은 지원율을 볼 때 결국 사립은 공립 지원에서 탈락한 교사들이 오게 된다는 점이다.

또 현재까지 사학의 자율적 교사선발 시험은 법인마다 다양한 시기와 방법으로 시행돼, 지원자들이 여러 사립학교와 타 시도까지 다양한 지원이 가능했다. 하지만 변경 임용고시의 경우 사학 지원 예비교사의 임용 기회가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으며, 예비교사의 입장에서 선발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고, 사학의 입장에서는 일정 학교(선호학교, 대도시 학교)로 지원 쏠림 현상과 이로 인한 교사 부족 현상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의 교사를 뽑는 데는 더욱 어려움이 크다. 현재 위탁제도는 필기시험 응시자 중 5배수 인원만 2차 시험을 볼 수 있다. 필기시험 1, 2점 차이가 인성과 품성을 중요시하는 사학에서 훌륭한 교사 여부를 결정할 주된 요소로 볼 수 없기에 2차 시험 응시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독사학은 성경을 가르쳐야 하나, 지금은 성경이 아닌 종교학의 이름으로 가르치는 형편이다. 만약 종교학 교사로 공고가 나가면, 다른 종교인도 얼마든지 지원 가능하다. 1차 필기시험의 내용도 성경이 아닌 종교학의 내용을 묻게 된다. 1차 필기시험 합격자 중 성경을 제대로 가르칠 교사가 없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홍 회장은 “일부 학부형들이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체로 임용고시 선발 공립 교사보다 인성을 중요 잣대로 삼아 선발된 사립 교사들이 훨씬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기독사학에서 유능하고 건학 이념에 맞는 교사를 찾기 점점 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션네트워크
▲이날 미션네트워크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한국교회의 연합된 대응을 펼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송경호 기자
‘위탁 제외’ 단서조항 공략, 장기 전략 수립도

미션네트워크 상임이사인 박상진 교수는 헌법소원을 비롯한 사학들의 대응 방안, 기독 사학들의 정상화를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헌법소원은 헌법에 위배된 법률에 기본권이 침해받은 당사자가 직접 구제를 청구하는 것으로, 임용권이 침해받게 되었다고 판단하는 사학법인이 제기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와 전체 기독교사학이 역량을 모아 헌법소원을 지원하고 공동체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시·도 교육감의 승인을 받은 경우 필기시험을 다른 시험으로 대체하거나, 위탁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박 교수는 ▲사립학교 연합 공개전형의 경우 ▲교원임용 비리가 전혀 없었던 경우 ▲건학이념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교육감이 제시하는 수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경우 ▲정부 재정을 지원받지 않는 경우 ▲과목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위탁하지 않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독사학의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도 제시했다. △개정사학법 재개정 및 기독교사학 재건을 위한 대책위원회 설립 △기독교사학자정위원회 출범 △사립학교 이사회의 공적기능 강화△기독학부모(유권자) 운동 : 부모의 학교선택권 △사립학교 정상화를 위한 대안적 정책 마련 등이다.

박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 교육방식 변화, 종교인구 감소, 한국교회 신뢰도 추락 등으로 심각한 종합적 위기에 처해 있다”며 “작금의 사립학교의 위기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날 참석한 경신중고 교목실장 이석영 목사는 “종교교육의 문제, 학교 내 예배의 문제에 이어 기독 사학의 정체성에 가장 중요한 인사권까지 개입해 오니, 어려워지는 현실에 점점 숨이 막힌다”며 “기독교계 전체가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된 것은 희망적이다. 오히려 더 좋은 길로 나아가기 위한 계기가 되길 바라고, 사학의 방향성이 일반 국민 모두가 공감할 만한 방향으로 전진하는 운동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