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통과, 공산주의 체제와 같아질 수 있어
중국 의지해 통일? 50년 뒤 큰 실수임 알게 될 것
홍범도 유해 송환, 후반기 행적 국민들이 안다면…

김형석 기독교학술원
▲김형석 교수. ⓒ크투 DB
올해 101세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언론 압박을 비판하면서 “가족들 사이에서도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되면서, 자유가 없어져 진실과 정의, 인간애가 사라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김형석 교수는 8월 31일 일본 산케이(産經)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하는 일이 정의로 여겨지는 북한·중국 등 공산주의 체제와 같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에 살다 1947년 남한행을 택한 김 교수는 “당시 북한이 종교나 사상의 자유가 없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70여 년 전 내가 평양에서 겪은 자유와 진실의 상실이, 지금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강권 체제로 돌아가려 하고 있고 홍콩에서도 민주 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며 “중국의 강권 사상이 21세기에도 남아 있는 것은 큰 불행”이라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중국에 의지해 북한과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데, 50년 뒤에는 이게 큰 실수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일 정책에 대해서도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항일 운동을 하듯이 애국자로 존경받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해방 후 친일파를 배제했던 북한과 다르게 한국은 친일파를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정통성에서 뒤진다는 역사관을 문 대통령이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일 관계는 미래로 향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과거를 질질 끌며 해결하지 못했다”며 “악화된 한일 관계를 방치하는 일은 향후 20-30년 한일 젊은이들의 희망을 빼앗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 “일본과 아시아의 향후 50년은 일본의 선택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선 8월 27일 동아일보 칼럼에서도 김 교수는 “일제 35년의 굴욕과 해방, 6·25의 역사를 거쳐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권력사회를 법치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지난 4, 5년 동안 다시 국격은 떨어지고, 국민들은 자부심을 잃어가고 있다. 불행하게도 그 책임을 고정관념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기득권 세대와 정치계의 후진성과 무능에 묻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김형석 교수는 “광복절을 전후한 한 달 간에도 나타난 현상이다. 일본에서 있었던 올림픽 경기만 해도 그렇다. 우리 대통령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만 한 아량과 지도력만 있었다면, 잡다한 정치·경제 관계를 미뤄두고 일본 총리에게 축하와 협조의 예를 먼저 갖춰 일본 정치인들보다 높은 수준의 도량을 보여주었을 것”이라며 “청와대 수준이 그 정도니까 우리 선수단 숙소에는 이순신 장군까지 등장하고, MBC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올림픽 정신에도 어긋나고, 국제무대에서의 부끄러움을 국민들에게 돌리는 결과가 됐다”고 성토했다.

김 교수는 “비슷한 시기 북측에서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전화가 개통됐다고 여당과 청와대가 얼마나 떠들었는가. 희망의 문이 열릴 듯 일부 여당 정치인들이 반색했다. 통일부는 북에 줄 예산과 코로나19 백신 문제까지 언급했다”며 “북에서는 한미 군사훈련을 감행하면 그에 해당하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지시를 내리고 끊어버렸다. 동포 간 문제여서 인내심을 갖고 청와대가 선처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격은 어떻게 되나”고 반문했다.

그는 “(청와대가) 남북관계를 주종관계로 이끌어 가도, 국민들까지 뒤따라갈 수는 없다.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와 천안함 사태도 재연할 수 있다는 북측의 엄포였다”며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에 주재하는 중국 대사까지 한국 정부에 훈시내릴 정도의 상황을 누가 만들었는가”라고 개탄했다.

김형석 교수는 “광복절, 온 국민의 기대와 희망이 되살아나기를 염원했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정부는 행사를 위한 의무적 식전을 꾸몄고,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는 역작용으로 나타났다”며 “대통령 경축사는 계속 들어오던 업적 자찬이었고, 누가 책임질지도 모르는 미래의 꿈을 되풀이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본에는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성명이었는데, 잘못은 일본에 있다는 인상이다. 그동안 대일 정책에서 우리는 명분도 찾지 못했고, 일본의 경제적 제재는 기업들이 걸머지게 되었다”며 “국민들을 놀라게 한 것은 광복회장의 기념사였다. 친일파를 끝까지 숙청하는 것이 최고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런 자가당착의 성명을 듣는 국민들로서는 믿고 따를 지도자가 없어진 셈이 됐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같은 때 추진된 홍범도 장군의 유해 귀환과 현충원 안장 절차에는 대통령의 정성과 예우가 극진했다. 그 이상이 없을 정도였다”며 “국민들은 그의 환국을 거론하지 않는다. 그러나 홍 장군 후반기 행적과 민족주의 독립군에게 어떤 가해를 입혔는지 알려지면, 역사가들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도 문 대통령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묻게 될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작금에는 민주당 지도부들이 ‘언론중재법’을 대선 승리와 정권 계승을 위해 통과시키려고 서두른다”며 “문 정권의 정치 과정을 보아 짐작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까지 훼손시키며 국격을 후진국가 대열로 밀어내는 우를 저지르지는 않기를 원했다. 그것은 성숙한 국민의 언론 질서가 해결할 문제이지, 법과 권력으로 수개월 안에 끝날 과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언론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언하고도, 국회의 결정이 국민의 뜻이라고 수용한다면 국민은 헌법이 부여한 자유를 지키는 길을 선택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정권은 바뀌고 끝날 수 있어도, 대한민국의 역사와 번영은 영구히 지속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1920년 평북 운산 출신인 김형석 명예교수는 일본 조치(上智)대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1954-1985년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